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하 Aug 22. 2021

아기 씨앗이 들어가는 길

간단한 대답

1학년 아이가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그림책을 읽고 있습니다. 자세히 묘사된 그림책이라 어른은 얼굴이 뜨거워지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우와! 여자는 꼬추가 안에 있대. 여기가 아기씨가 자라는 곳이래.”


아이들은 서로서로 말하며 책을 읽습니다. 대단한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호들갑도 떱니다. 책을 같이 보던 아이가 질문합니다.

“선생님, 그런데 남자의 아기씨가 어떻게 여자의 아기집으로 들어가요?”


어디서부터 설명해주어야 하나? 정자? 난자? 질? 성관계? 갑자기 복잡해지는 머릿속에서 끌어올린 답 하나.

"어, 들어가는 길이 있어."

"네. 그렇군요."

더 이상 묻지 않습니다.     


갑자기 옛날 들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엄마, 아빠, 아들 셋이 가족여행을 하는데 아들이 묻더랍니다.

"아빠, 자동차 바퀴는 어떻게 돌아가요?"

자동차 기사인 아빠는 아들이 묻는 질문이 기특해서 곰곰 생각하다가 

"자동차는 휘발유라는 에너지를 연소시켜 작동시키거든. 연료가 혼합기에 들어가 공기랑 압축이 되고 스파크 플러그로 불꽃을 발생시키지. 그러면 피스톤 운동이 어쩌고저쩌고…." 열심히 설명하는데

지루해진 아이가 엄마한테 다시 묻습니다.


"엄마 자동차 바퀴는 어떻게 돌아가?'

"빙글빙글"

"아, 네. 그렇군요."     


아이들이 원하는 답은 복잡한 게 아닌데 설명의 의무감에 빠진 어른들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답을 찾느라 애씁니다. 안드로메다에서 온 이방인에게 설명하는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 왜 한석봉체는 없을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