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와 자아 회고
올해엔 많은 것을 경험하겠다는 다짐에 걸맞게 템플스테이, 수공예 클래스, 2차례의 워케이션, 정기 심리 상담, 입시 준비, 포트폴리오 정리, 그리고 예기치 못한 이직 준비와 면접들을 거쳤다.
다양하고 많은 경험 할수록 자존감과 정체성이 확고해지리라 생각했으나 수많은 자소서와 이력서, 면접과 상담에서 나에 대해 설명할수록 존재와 목표가 모호해졌고 안 그래도 낮은 자존감이 급 하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달간의 우울과 자책을 회고하며 비슷한 순간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방법에 대한 고민을 적어본다.
올해 초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막연한 목표였다.
타인에게 인정을 받을 때 느껴지는 만족감이 자존감을 키울 쉽고 명확한 방법이라 생각했고, 인정받을 만한 일들을 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당시 느꼈던 만족감은 자존감으로 축적되기보단 그 순간에 머물렀다. 행동의 동기에서 나 자신, 주체성이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간 해온 일들을 토대로 자소서와 이력서를 쓰는 데 있어 왜 라는 의구심은 당연했다.
잘 살고, 잘 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확인받고 싶었고, 더불어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싶었나 보다.
이 때문에 흔히 말하는 좋은 회사, 높은 연봉, 여유로운 삶을 지내는 듯한 지인 소식을 들을 때면 자연스레 나와 비교하고 자주 자책했던 것 같다.
잘 지내? 란 안부인사에 매번 그럭저럭 살아는 있어. 라고 답장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매 끼 챙겨 먹고 작지만 나만의 공간을 유지하며, 주말 스터디와 수집품을 조금씩 모으고 하고 싶은 게 있음 도전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면 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 거 아닌가? 무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말이다.
재밌게 살아가고 싶다.
'잘 살고 있다' 라는 것은 현재의 소유와 갈망 욕을 이룰 수 있을 만큼의 자원(돈, 건강..)들을 가지고 있다의 개념이라면, '재밌게 산다' 라는 것은 자원을 생산하는 동기와 방법에 높은 주체성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의 생각은 디자인 시스템, 새로운 툴을 사용하며 경험한 효율을 바탕으로, 기존 아날로그 프로세스의 불편함과 복잡함을 익숙해지는 것으로 이겨내고 있는 특정 산업의 효율을 위한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 규모가 작아 불안함이 있을지라도 아주 나중에 또 다른 선택을 할지라도,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후회 없이 현재의 내가 재미를 느끼는 일에 몰입하고 싶다.
거주지와 직업(?)에 변화주기.
학생 때부터 생각해온 대학 입시 시기와 더불어 운 좋게 행복주택 서류 심사 대상자가 되면서 여러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모두 올해 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내년엔 새로운 집과 추가 직업(?)이라는 큼직한 변화를 주고 싶다.
일기처럼 단순히 구구절절 나열한 감이 있지만 하나의 경험과 기록으로서 남긴다.
도움이 되었던 말과 글 몇 가지와 함께!
Q. 출판인으로서의 삶을 돌아볼 때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A.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책을 내기 위해서는 그 주제에 관해 늘 공부해야 해요. 대충 하지 않고 수준 있는 책을 내려다보니 한 시대를 진동시키는 현인들도 많이 만나고, 또 그 책을 독자들이 좋아해 주고, 그렇게 번 돈으로 먹고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가지 16호 - 한길사 대표 인터뷰
중요한 건 네 장비가 똑바로 서 있는지, 네가 잡아준 기준을 네 장비가 똑바로 보고 있는지야, 앞서 해 놓은 자리도, 남이 해 놓은 자리도 아니고. 전봇대가 꾸부정하네 운동장이 기울었네, 엎어졌네 같은 소리? 그래 봤자 다 네 손해야. 너 일해 놓은 저 자리처럼, 멀쩡한 전봇대가 삐뚜름해지는 게 아니라 너만 삐뚜름해지는 거라고 … 장비는 장비처럼, 장비같이 기준 보고 가는 거야. 항상 기준부터 찾아서 단디 잡아 놓고 가는 거라고, 기준 삼을 건 항상 있어. 그게 잠깐 안 보일 수는 있어도 없을 수는 없어. 전봇대 한두 개가 삐뚜름해도 모두 그럴 수는 없는 거랑 마찬가지야. … 우리같이 쥐뿔도 없는 놈들일수록 그게 안 되는데, 사실 없는 놈일수록 더 그래야 되는 거야.
릿터 29호 - 개미새끼 (관리자들, 이혁진)
두려움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템플스테이 - 스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