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hn's place restaurant의 아침메뉴 222 Headache >
"음~나는 Easter 스페셜메뉴 주문할게."
어! 미안 그거 우리 방금 품절되었어~ 다른 거 어때?
"음 그럼 나는 222 Headache 할게."
그거 좋지! 계란은 어떻게 해줄까? 와플로 줄까 팬케이크로 줄까?
"계란은 서니사이드 업, 그리고 나는 팬케이크로 죠."
그리고 나에게 온 접시는 벨지안 와플. 나 이거 아니고 팬케이크 주문했다는 말에 놀라며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금방 해서 가져다줄 테니까 이것도 먹고 팬케이크도 먹으라던 서버분. 남으면 포장해 가라고 포장용 박스까지 가져다주셨다.
개 이 득.
- 실제 April 9, 2023의 일기 -
외국식 아침식사 좋아하시나요?
저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허영심으로 좋아했습니다.
뭔가 외국스러워 보이는 게 그냥 좋았어요. 인스타에 올리기에도 예쁜 것 같고.
그런데 어느 순간 정말 외국식 아침식사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유요? 몰랐는데 제가 이런 정성이 안 담긴 듯 담긴 투박함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요즘 인스타 맛집으로 올라오는 브런치 가게들의 예쁘게 잘 차려진 에그베네딕트 같은 것들은 저에게 조금 오버스러워요.
딱 이렇게 튀기듯이 바짝 구운 베이컨 2-3줄과 코팅 잘 된 프라이팬에서 구워진 써니사이드업 그리고 기포를 최대한 적게 해서 구운 와플이나 팬케이크 그리고 그런 것들이 대충 턱턱 올려놓은 듯 플레이팅 되어있는 저 접시와 이런 컬러들의 조합을 좋아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혹시 이해하시는 분이 있다면 인스타 좀 알려주...ㅅ..
어쨌든, 사실 여기 빅토리아의 조식이나 브런치 메뉴는 다 거기서 거기예요. 어느 가게가 더 유명하냐, 조금 더 맛있냐의 차이입니다.
아마 빅토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브런치 맛집은 <Jam cafe> 일거예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알고 추운 날에 덜덜 떨며 줄까지 서서 먹었으니까요.
그런데 취향의 차이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같은 취향이라면 이곳 <John's place>가 압도적으로 마음에 드실 겁니다.
와플도 팬케이크도 기포가 적게 잘 굽고, 크레마가 살아있는 라바짜(Lavazza)의 아메리카노도 맛있고, 매장의 빈티지스러운 분위기도, 시끄러운 듯 정겨운 말소리들도, 매장의 구조와 내부의 적당한 온도까지도 딱 제 스타일이었어요.
저는 내가 딱 좋아하는 순간, 딱 내 스타일인 것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고 기록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 찰나의 순간에 대한 기억, 사소한 거지만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아주 작고 별 것 아닌 하나하나가 모여서
나를 채워가는 거고, 그것들이 모여서 나를 만드니까요.
그런 사소함이 저를 어떻게 만들었냐면요 내가 어떻게 해야, 어떤 날씨에 어떤 음식을 먹어야, 심지어는 어떤 온도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기분이 좋고 만족감이 큰지까지 너무 잘 알아서 하루하루 내 만족감을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정도가 되었어요.
그 정도로 스스로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자기 객관화가 너무 잘 되어있어서 매일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야! 얘 먹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