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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A May 27. 2022

[고독]

KUA Joie #004 

일상 속 기대치 않게 마주하게 된 ‘고독‘의 순간들에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다. 작품의 작가들은 내가 마주한 고독의 순간들과 같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진 않았겠지만, ‘고독’ 이라는 그 본질은 같기 때문일까?


고독 孤獨 -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듯 매우 외롭고 쓸쓸함


고독 #1

퇴근 후 저녁을 먹으며 TV 뉴스를 보는 루틴한 삶에서 요즘 ‘고독사’ 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고독사는 통상 돌봐줄 가족이 없는, 나이 든 누군가의 죽음이 떠오르지만, 요즘은 부쩍 내 나이 또래 이거나 나보다 한참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뉴스의 이면에선 MZ 세대들의 트렌드와 행태를 이야기하는데 그들 중 누군가는 신경 쓰는 이 하나 없이 고독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니. 그들이 죽고 난 후, 유일하게 남긴 흔적들은 겨우 노트 몇 장에 쓴 글이나, 쉰내가 풀풀 나고 곰팡이가 피어오른 밥통에 남은 밥 정도이다. 고독사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어딘가 마음이 이상해지면서 반고흐의 자화상이 생각났다. 그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 가난과 불안정한 심리 속에서, 자기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내면의 고독을 바라본 반 고흐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좌 ) 반고흐의 초상화 / 우) 밀짚모자를 쓴 반고흐의 초상화 (1887)


좌) 반고흐의 초상화 / 우) 붕대를 감은 반고흐의 초상화 (1889)







고독 #2

최근 즐겨보는 드라마가 생겼다. JTBC의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인데, 그 안에서 (요즘 나의 최애) 연기자 손석구는 경기도 산포라는 곳에 갑자기 나타난 출신 불분명, 무명의 ‘구 씨‘라는 인물이다. 주변 인물들과 최소한의 말만 주고받는 그는, 하는 일이 끝나면 안주도 없이 잔 두어 개를 번갈아 사용하며 소주를 마신다. 해가 지고, 별이 뜨고, 비가 오는 그 순간에도, 그는 술을 마시며 자신이 앉아있는 방향만 바꿀 뿐이다. 티비 화면 안 그의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며 저리 술을 마실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그리트의 <골콩드>가 스쳐 간다. 한 마디의 대사 없이 술을 마시는 구 씨가 내뿜는 고독함은, 마그리트의 그림 속 비처럼 내리는 무표정의 무수한 남자들처럼 하늘을 가득 메운다.

Golconda, Rene Magritte, 1953





고독 #3

일-육아로 뻔하디뻔한 일상 루틴이 잡혀있는 내게 SNS는 주변 근황을 살피는 가장 큰 매개체다. ‘잘살고 있나?’ 라는 생각에 SNS를 주욱 살피다 보면 다양한 지인들의 일상이 포착된다. 예약하기 힘든 식당을 배경으로 놓여 있는 와인과 음식, 연인과의 여행 중 햇빛에 충만히 빛나는 바닷물결, 멋들어진 그림이 걸려있는 거실의 사진. 그들의 일상의 단면 중 내가 누리지 못하는 무언가 일 땐 굉장히 부럽기도 하고, ‘나중에 참고해야지’ 생각하며 사진을 저장할 때도 있으며, 결국 그들은 참 잘 살고 있구나로 귀결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도 잠시.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화려한 SNS 속 이미지는 고독과 외로움이 느껴지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닮아있다. 햇살이 내리쬐는 근사한 이층집 테라스에 앉아있는 두 여인은 서로를 외면한 채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그 눈길의 끝엔 꼭 외로움이 있을 것만 같은 그 느낌이 SNS를 통해 보는 어떤 이미지와 어딘가 같아 보인다.


Second Story Sunlight, Edward Hopper,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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