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영단어가 있다는 것이 조금 웃기지만, 난 이 영단어를 가장 좋아한다. 무언가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이, 손 쓸 틈 없이 그냥 일어나버리는 그런 것 같아서.
굳이 왜 '압도되다'가 아닌 'overwhelmed'에 끌린다고 묻는다면야, '압도되다'라는 말은 극장에 걸려있는 b급 영화 포스터에나 쓰일 것 같아서 그렇다.
무언가에 압도되는 순간은 강렬하게 남는다. 흐르는 시간을 한 번의 손가락 튕김으로 딱! 멈추고 싶을 만큼. 정수리부터 저기 저 발끝까지 전기가 한바탕 흐르면서 무언가 삐쭉 서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쿵쾅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다가 목구멍으로 심장이 쏟아질 것 같기도 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가오나시가 몸에서 진흙 같은 것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온천이며, 개구리며 꿀꺽꿀꺽 삼켜버리는 그런 순간이다. 우다다다 도망치지만 끝내 그 찐득거리는 것 안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 선택이 곧 결과로 이어지는 그런 세상에서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어.'라고 말하며 압도되어보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그저 몸을 맡기고는 마음껏 슬픔에, 사랑에, 자연에, 사람에, 음악에, 문학에 압도당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