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twurf Nov 07. 2022

지각

지하철이 지연되었다. 

팀장님께 카톡을 보낼까 고민했다. 카톡을 보내면 뭐라고 보내지


팀장님, 지하철에서 전장연 시위가 있어 조금 늦어질 것 같습니다. ....?


전장연 시위 때문에 늦었다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가뜩이나 지난 번에 점심을 먹을 때였나, 옆 부서 선임님께서 전장연 시위는 방법이 잘못 되었다며 눈을 크게 뜨시며 이래저래 열변을 토하시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팀장님 역시 내 카톡을 받으시고는, 혀를 끌끌차며 전장연을 욕할까봐. 


그리고 사실 전장연 시위때문에 지각을 한 것도 아니다. 전장연은 매일 전날밤 시위일정을 공지하기 때문에, 미리 이를 확인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면 지각은 면할 수 있다. 내가 게으른 탓인거지.


문이 열린 채로 신당역에 서있는 열차 안에서 가만히 생각했다. 분노의 대상이 잘못된거 아닌가. 이렇게 꽤 오랜 기간 시위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는 국회, 장애인 이동권에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는 그 국회위원들을 욕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단 한명도 없었다. 그 생각을 하니, 전장연의 후원계좌에 눈이 갔다.


2분을 남기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부서 단톡방에는 전장연 시위가 있어 늦을 것 같다는 카톡이 연달아 세 개 도착했고, 팀장님은 전장연을 향해 욕을 하셨다. 


그렇게 우리의 아침은 시작되었고, 전장연의 목소리는 오늘도 닿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부치지 못한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