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지연되었다.
팀장님께 카톡을 보낼까 고민했다. 카톡을 보내면 뭐라고 보내지
팀장님, 지하철에서 전장연 시위가 있어 조금 늦어질 것 같습니다. ....?
전장연 시위 때문에 늦었다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가뜩이나 지난 번에 점심을 먹을 때였나, 옆 부서 선임님께서 전장연 시위는 방법이 잘못 되었다며 눈을 크게 뜨시며 이래저래 열변을 토하시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팀장님 역시 내 카톡을 받으시고는, 혀를 끌끌차며 전장연을 욕할까봐.
그리고 사실 전장연 시위때문에 지각을 한 것도 아니다. 전장연은 매일 전날밤 시위일정을 공지하기 때문에, 미리 이를 확인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면 지각은 면할 수 있다. 내가 게으른 탓인거지.
문이 열린 채로 신당역에 서있는 열차 안에서 가만히 생각했다. 분노의 대상이 잘못된거 아닌가. 이렇게 꽤 오랜 기간 시위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는 국회, 장애인 이동권에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는 그 국회위원들을 욕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단 한명도 없었다. 그 생각을 하니, 전장연의 후원계좌에 눈이 갔다.
2분을 남기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부서 단톡방에는 전장연 시위가 있어 늦을 것 같다는 카톡이 연달아 세 개 도착했고, 팀장님은 전장연을 향해 욕을 하셨다.
그렇게 우리의 아침은 시작되었고, 전장연의 목소리는 오늘도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