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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Oct 07. 2023

가을바람에 취해

또 한번의 오십을 계획하다. 소소하게~~~ㅎㅎ

2023년  6월 28일을 기해 우리나라에서도 나이 개념을 재정비해서 통일시켰다.


"국민들의 혼선을 방지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과 부합하기 위하여 6월 28일부터 행정, 사법분야의 나이는 '만 나이'로 통일함 (민법 행정기본법 개정 6.28 시행)"


행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나이를 따져가면서 어떤 조치를 취해본 적이 없어 그 변화를 실로 체감상 느끼기는 쉽지 않다. 또  병원에서는 이미 이전부터 만 나이로 보험이 적용되었기에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럼 이제 누군가 나에게 몇 살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법과 상관없는 사회생활에서는 도대체 나의 나이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새 법령에 맞춰 얘기해야 하나? 그럼 예전처럼 말해야 하나? 짐짓 헷갈려지는 지점이다.


나는 이법 시행과 함께 다시 마흔아홉의 나를 또 만나게 되었다.


작년에는 어쩌다가 내가 벌써 반세기를 살아가는 중년에 접어들었단 말인가? 하고 억울한 생각만 들었다. 내 인생 한토막을 송두리째 도둑맞은 것 같은 기분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헌데 새 정부 들어 나이를 되돌려줬으니, 새 기분으로 다시 다가올 오십의 나이를 계획해 본다. 가을바람의 설렘은 나에게 또 새로운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추석 명절을 보내고 나니, 성큼 가을이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낀다. 그간 오래도록 외면해 왔던 이곳에 들러 새롭게 글 하나를 올리자니 쑥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그저 막막해진다. 그간 내가 좋아했던 작가님들은 꾸준하게 이곳을 지키며 성실하게 일상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계셨다. 가끔 핸드폰을 손에 쥐고 그분들의 이야기에 잔잔하게 빠져들기도 했다. 하지만 왠지 멈춰버린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는 게 부질없다 느껴지기도 하고 그랬다.


시작도 쉽게 하고, 접기도 쉽게 하는 나다.

가을바람 끝에 정신을 차려 뭔가 또 해봐야 할 것 같은 욕구가 인다. 지난여름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참 버겁게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그 버거움의 시작은 내 무능력이 단초가 된 것 같다. 

이제 시간적 여유도 생겼다 싶어 뭔가 해볼까 했더니만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현실이 나를 참 슬프게 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단순하게 사는 삶이 또 한편으론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발전해서 이젠 지낼만 해졌다. 


매사에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또 지낼만하다는 자기 위안에 더해 이 정부덕에 다시금 얻게 된 다가올 나의 50을 계획해 본다. 마음을 다 잡아 이곳에서 또 소소한 글쓰기를 꾸준히 다시 해 보자고 다짐해 보는 것이다. 


또!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책꽂이에 나란히 꽂혀 있는 책들이다. 읽겠다고 사들였고, 꼭 봐야겠다고 맘은 먹었지만, 지금껏 장식용으로서의 역할만 해왔다. 찬찬히 그 때묻은 책들부터 한 권씩 펼쳐봐야겠다.

그리고 그 완독의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가 보자고 결의를 다진다.


사실 그간 너무 책과 멀리했던지, 읽어도 모르겠고 도통 집중도 안되고 읽었던 페이지 다시 읽어도 새롭다. 모든 말과 글, 그리고 이야기가 왼쪽 귀로 들어왔다가 오른쪽 귀로 빠져나가 나에게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특히나 요즘엔 담소를 나누다가도 불쑥 단어가 떠오르질 않아 답답한 바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배우 이름이나 영화 제목 같은 것도 입안에선 맴도는데, 딱 머릿속에 떠오르질 않는다. 이러다가 나중에 치매가 올까 슬슬 걱정이 된다. 깜빡깜빡하다 보니, 듣고도 못 들었다 우기고, 해놓고서도 내가 안 했다고 우기다가 상황을 조목조목 따져 들어가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일명 막무가내로 우기기만 하는 우기녀가 되곤 하는 것이다.


내가 말을 했고, 내가 그런 행동을 했는데, 내 머릿속에서 일순간 싹 지워져 있는 것이다. 참 슬픈 일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일상 속에서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설마 노화?? ㅋㅋ 더 슬퍼지네.


그런 이유를 핑계 삼아 치유의 한 방편으로 독서에, 책에 집중해서 흩어진 나의 집중력을 다시 불살라보고 싶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불행하게도 백세 시대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를 몸이다. 육체적인 건강 이상으로 정신적인 건강이 더 크게 요구되는 삶이 될 것이다. 제정신을 잃고 백세를 산다 한들 그게 나의 삶이겠는가?


그 두려운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머릿속에 낀 녹을 닦아내고 열심히 기름칠해서 반짝반짝 윤이 날 수 있도록 서서히 공을 들여보자는 다짐이다. 다른 방법은 내가 알지도 못하고, 안다 한들 쉬이 실천할 수도 없을 듯하니, 읽고 또 읽는 첫 단계부터 천천히 꾸준히 해보자고 다짐한다.


새롭게 시작하기 딱 좋은 계절이요,

책읽기 딱 좋은 계절이니, 그 시작을 이곳에서 이렇게 어설픈 나의 다짐으로 시작해본다. 



오십이여! 지천명이여! 응답하라.

내가 다시 한번 너를 찾아 가마.


공자님의 뜻을 세기며 오십을 다시 계획해 보노라.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六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공자가 논어 위정편에서 나이 쉰에 천명(天命)을 알았다고 한 데서 연유해 50세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여기서 '천명을 안다'는 건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며, 마흔까진 주관적 세계에 머물렀으나, 50세가 되면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세계인 성인(聖人)의 경지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2023년 기준 1973년에 해당한다. 그러나 순수 만 나이 자체는 당해년도 지천명에 해당되는 범위가 약간 차이가 나는데 1972년생의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경우나 1973년생의 생일 지난 경우가 이에 포함된다.

 (나무위키)


2023년 10월 07일 토요일     가을 바람이 참 좋은 나, 또 다시 시작해보자고 다짐하며.......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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