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병! 맛있냐? 엄마의 손맛이다!!ㅎㅎㅎ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아침, 저녁으론 가을 느낌이 살짝 난다. 썰렁한 기운에 가볍게 걸칠 얇은 카디건을 요 며칠 습관처럼 출근길에 챙기면서, 하나 더 걸쳐 입는 게 살짝 귀찮아지려고 한다. 반팔 셔츠 하나 턱 걸치고 가볍게 출근할 때가 편하고 좋았네라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시원해서 살맛 난다고 실실 대다가 이젠 아차 하면 감기 걸리겠다며 새벽녘엔 혼자서 변덕스러운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어우~왜 이렇게 추워' 하고!
나조차도 속시원히 알 수 없는 나의 마음.
변덕스러운 사람의 마음, 그 출렁거리는 마음덕에 살아가고, 또 살아지는가 보다. 요즘 드는 생각이다.
작년 12월에 입대했던 우리 큰아들이 이병이 되고, 일병이 되더니 그새 9월부로 상병으로 진급을 했다. 엄마의 시간만 쏜살마냥 잘 가는 줄 알았더니, 우리 공군병사의 군시계도 나만큼이나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8월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맞추어 강원도로 같이 여행을 갔다왔던 우리 아들이, 9월에는 휴가를 안 나오고 앞으로는 휴가를 좀 모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부대에 복귀를 했었다.
"그래! 니가 하도 집에 자주 와 있으니까 사람들이 너 군대 간 것 맞냐고 묻더라!"
그렇게 9월을 계획했던 상병 아들이 휴가 대신 선택한 것은 외출이었다. 부대에서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 1시 반에 부대 밖으로 외출을 해서 저녁 9시 반에 복귀하는 여덟 시간짜리 외출말이다.
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 시켜 먹어도 될 일이지만, 이 엄마는 또 출근 전에 우리 아들이 외출 나와 먹을 점심 특별 메뉴를 꼭두새벽?부터 준비했다.
밥 잘 먹는 위대~한 우리 큰아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밥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 입안에 군침이 고여 꼴딱꼴딱 내 침 넘어가게 어찌나 맛나게 잘 먹는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직접 경험케 해 준다.
외출 나온 우리 공군 상병을 위한 특별식! 바로 묵은지등갈비찜이다.
등갈비와 잘 숙성된 김장김치만 있다면야 특별한 비법이 없어도 맛나게 한 냄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일단 등갈비는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내어, 깨끗이 씻어서 준비한다.(사실 등갈비는 물에 담가 핏물을 따로 빼지 않아도 되고, 귀찮다면 살짝 데쳐내는 것도 생략해도 된다) 나는 바빠서 생략~
먼저 준비한 등갈비를 갖은양념에 잘 버무려둔다.
(진간장, 고춧가루, 설탕, 다진 파, 마늘, 후춧가루, 다진 생강 약간)
묵은지를 한쪽 꺼내어 먹기 좋게 길게 길게 자른다.
양념한 등갈비 위에 묵은지를 보기 좋게 올린다.
양파와 대파를 굵게 썰어 김치 위에 보기 좋게 올린다.
내용물이 자작하게 잠기도록 생수를 넣어준다.
(부족한 간은 나중에 맛을 보면서 간장이나 소금으로 맞춘다)
혹 감칠맛 나는 묵은지등갈비찜을 원한다면 참치액을 두 스푼 정도 양념 시에 간장과 섞어서 하면 된다.
불위에서 보글보글 30-40분 정도 끓여준다.
묵은지등갈비찜을 할 때 아쉬운 점은, 너무 발골기술이 뛰어나신 전문가들이 많아, 갈비에 살점이 얼마 안 붙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라 먹을 게 없다는 아쉬움! 맛은 있지만 가성비를 따져 나는 주로 돼지갈비찜용 고기를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등갈비는 찜용 돼지갈비에 비해 익히는데 시간도 많이 안 걸리고, 맛도 훨씬 좋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ㅎㅎ
엄마가 일러둔 대로 집에 와서 냄비를 열고, 본인을 위해 준비된 특별식을 거하게 꺼내든 모양이다.
핸드폰 너머로 신이 난 아들 목소리에 내 맘이 흐뭇하다.
"엄마! 갈비찜 엄청 맛있어, 진짜 맛있어!" 와그작와그작 씹는 소리마저 맛있다.
"엄마! 근데 먹다 보니, 거의 다 먹었네? 내가 이거 다 먹어도 돼요?"
"그럼! 얼마 안돼! 진짜 맛있나 보네. 다 먹어! 하하하" 웃음이 다 나왔다.
"엄마! 이거 진짜 맛있는데, 우리 부대 급양(조리병)애들이 한 것만큼 진짜 맛있어!"
"뭐시라고라?? 야 인마! 너 너무 하는 것 아냐? 20년 집밥 전문가 엄마를 니네 급양 애들하고 비교하고 그래~ 기분이 별로다~아??" 어이없어 한마디 했다.
"아냐 엄마! 우리 급양(조리병)애들은 요리 전문가들이야. 진짜야~"
진짜 맛있다는 칭찬을 엄마에게 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엄마가 해준 음식이 정말 맛있었을 때는 항상 파는 것처럼 맛있다는 칭찬을 하던 녀석이라.....
시장이 반찬이라고. 오전 근무 마치고 한참 배가 고플 때 먹어서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집에 와서 보니, 정말 냄비 바닥에 국물만 남아 있었다. 퇴근하는 엄마에게 달려와 오늘 점심 정말 맛있었다고 인사를 대신하는 걸 보니, 우리 아들에겐 군대 있을 때 먹었던 맛난 메뉴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우리 아들에게 특별식이 특별나게 기억되는 추억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아들아! 맛나게 먹어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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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냄새만 맡았던 묵은지등갈비찜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등갈비 두팩을 사다가 다시 맛난 묵은지등갈비찜을 만들어먹었다. 온 가족이 맛있다고 식욕폭발 했던 건 비밀~~ㅋㅋㅋ
2025년 09월 24일 수요일
공군병사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묵은지등갈비찜. 그 맛있는 기록을 남기는 밥짓는 엄마.......늘봄입니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