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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혁 스탠바이션 Apr 11. 2022

카타르행 여정의 시작

길었던 팬데믹의 끝, 그리고 찬란한 10대의 시작을 기념하며

2022년의 시작과 함께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10회 연속 FIFA 월드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루고, 11년 만에 숙적 이란까지 완파하며 팬들, 아니 국민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독이 든 성배에 비유되곤 하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감독직을 역대 최장 기간 맡고 있는 파울로 벤투 감독은 그동안 언론이나 팬들의 질타와 관계없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심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시 결과에 따라 지나친 아집인지, 뚝심 있는 신념인지가 결정되는 것이 스포츠판이다.


그만큼 좋은 분위기에서 2022년 4월 2일 새벽 1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의 조추첨이 열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상 최초로 32개 출전국이 모두 확정되지 않은 채 진행된 조추첨에 앞서, 가상의 조추첨을 해보거나 최상의 조와 최악의 조를 꼽아보는 등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양산되었다. 실시간으로 조추첨이 진행되는 중에는 강호 스페인과 독일이 한조에 속하게 되자, 한국과 일본의 팬들은 서로가 그 조에 들어가라고 기원하는 등 재미있는 상황들이 연출되었고, 8개 조가 확정된 후에는 전 세계 언론과 도박사들이 16강 진출 국가를 미리 꼽아보고 있다. 그만큼 FIFA 월드컵은 올림픽과 함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글로벌 스포츠 축제다.


나는 그동안 몇 차례 그 현장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당시 우리나라에서 열린 2002 FIFA 월드컵은 사실 개막 직전까지 그렇게 열기가 뜨겁지 않았다. 축구 강국인 나라들을 비롯해 심지어 대한민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 티켓도 구하기 쉬웠으니 말이다. 상당수의 경기가 완판 되지 않은 채 진행되었고, 일부 경기에는 무료 티켓으로 관중이 동원되기도 했다. 그나마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는 부산에서 열린 첫 경기 폴란드전 승리를 기점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으나, 나는 연초에 붉은악마에서 확보한 골대 뒤 응원석 티켓을 구입해 두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은 알지 못했다. 부모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신 덕분에 미국전, 포르투갈전, 이탈리아전 등 대한민국 축구사에 길이남을 명장면을 경기장에서 직접 보았으니 평생 효도하고도 남을 일이다. 16강전이 열리는 대전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타기에 앞서 어머니는 내게 경기 후에 이탈리아 팬들과 사진도 찍고 유니폼도 바꿔 입고 오라고 말씀하셨고, 나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역전패를 당한 이탈리아 형들의 무서운 표정과 알 수 없는(욕설로 추정되는) 말들로 인해 단념해야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를 계기로 줄곧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로망을 품고 살아온 나는 2011년 대구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2017년 FIFA U-20 월드컵,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기회가 닿을 때마다 스탭이나 팬으로 참가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 주최측의 다소 허술한 관리 덕에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어 좋았던 대회로 기억하고 있다.

처음 보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공통의 주제로 대화를 시작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축제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이 것들을 내 아이에게도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학교를 빠지고 월드컵 경기를 보러 가라고 티켓을 사주시고, 가서 다른 나라 팬들과 소통해보라고 하시던 2002년의 부모님도 2022년의 나와 같은 생각이셨겠지!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일상 속에서는 알 수 없는 즐겁고 신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경험해보라는 그 생각! 그래서 난 조추첨 직후 경기 티켓과 숙소, 항공권 예약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2022년 말, 아홉 살 아들의 10대 시작됨을 기념하는 대형 이벤트가 계획된 것이다.

10대가 코앞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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