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터yeon Jul 26. 2023

사랑은 자해다

최진영의 <구의 증명>을 읽고


구의 증명


베스트셀러는 꼭 보자는 마음에 기대하며 고른 책이다.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끝난다는 줄거리는 이전부터 알고 있어서,

혹여나 기이한 스토리 전개에 몰입도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고민이었는데

다행히 읽을수록 걱정은 사라졌다.


담이와 구가 서로 나누는 독백의 창들,

그리고 그들 삶의 밑바닥까지 완전히 흝을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TMI 는

담이 구를 먹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충분했다.


구의 증명에서 보여준 사랑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괴로움 없는 사랑은 없는 것 같다.

괴롭지 않으면 정말 사랑하는 게 맞을까?


과거 연애를 했을 때 시절을 떠올려봤다.

이 사람이 너무 좋은데

좋을수록 내 마음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내 상상과 달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상대의 사랑이 점점 식은 걸 느껴서 그런 거였을까

괴롭고, 슬프고 안 좋은 의미로 새로운 감정을 많이 느꼈었지만

다시 그에게 돌아가는 나를 보면서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내가 이 아이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내 뜻대로 내가 통제되지 않을 때,

그래서 그날부터 난 사랑은 자해라고 느꼈다.


내가 생각한 사랑의 정의와 구와 담이가 보여준 사랑의 의미가 비슷한 것 같아서

그래도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고

몰입도 있게 끝까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죽음을 쌓아갈 만한 자해는 한 번쯤이면 충분한 것 같다.




-

괴롭다는 것은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않고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괴로움 없는 사랑은 없다.


-

밤은 더디게 왔다. 오래 지속되는 저녁 빛이 우리를 감시하고 시험하는 것만 같았다


-

나의 미래는 오래전에 개봉한 맥주였다. 향과 알코올과 탄산이 다 날아간 미적지근한 그 병에

뚜껑만 다시 닫아놓고서 남에게나 나에게나 새것이라고 우겨대는 것 같았다. 

영영 이렇게 살게 될까 봐 겁이 난다고.


-

죽으면 알 수 있을까 싶었다. 살아서는 답을 내리지 못한 것들, 죽으면 자연스레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모르겠다.

살아서 몰랐던 건 죽어서도 모른다. 

차이가 있다면, 죽은 뒤에는 모른다고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것뿐


-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구가 죽어버린 지금도 나는 구를 기다리고 있다.


-

나에게 화가 났어.

내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널 괴롭히게 하는 것 같아서. 그렇지 내 마음이 널 괴롭게 했다.

처음뿐만 아니라 우리 함께한 지난날 모두,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마음이 널 괴롭혔고 괴롭히고 있다.

사랑이란 원래 그런 것일까, 다른 이들도 그러할까. 죽어서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