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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Oct 27. 2024

일하는 노인의 명과 암

박상섭 편집위원




60세 넘으면 학력 자랑하지 말고, 70세 넘으면 건강 자랑하지 말고, 80세 넘으면 돈 자랑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그럴 듯한 얘기다. 쉽게 말하면 60세부터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를 돌려서 한 말이다.




50세를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한다.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다.




10년 전에 하늘의 뜻을 알았으니 60세는 얼마나 많이 아는 나이인가. 그래서 60세 이순(耳順)은 듣는 대로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쿵’하면 담 너머 호박 떨어지는 소리뿐만 아니라 그 호박의 일생을 들을 수 있는 나이라는 게다.




씨앗이 흙을 머금은 순간도, 연두색의 새 잎이 세상에 나와 어리둥절할 때도, 폭우와 폭염에 시달릴 때도, 그러다가 선선한 바람에 자기 몸을 식힐 때도 모두 귀로 들을 수 있는 나이라는 게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순에서 1년이 지나 환갑이 되면 사람들이 오래 살아 축하한다며 환갑잔치를 열었던 것이다.




▲지금 60세는 흥미로운 나이다.




버스와 택시는 물론, 해외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담배를 피웠던 세대다.




1990년대 중반. 김포공항에서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에 갈 때다.




흡연자들은 비행기 뒤 쪽에서 담배를 피웠다.




승무원들이 그렇게 안내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경찰에 잡혀가야 할 수준이다.




현재 6년제인 약학대학도 4년 만에 졸업해 현장에 뛰어든 세대다.




요즘은 군 복무 기간이 18개월이지만 현재 60세는 27~30개월 근무했다.




대학교 때 교련 과목을 2년 이수하면 3개월 감면 혜택이 있었다. 교련 과목을 이수하지 않거나 고교 졸업생이면 30개월을 복무했다.




그러니 현재 군 복무 기간 18개월이 길다고 느끼지 않는 세대다.




▲현재 공직자의 정년은 만 60세다.




기업들의 기준도 별반 다를 것 없다.




그런데 올해 9월 60세 이상 취업자가 처음으로 50대 취업자를 제치고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그 수가 전국적으로  무려 674만9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60세 이상 취업자 비중도 23.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경제 현장의 활력화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우리 사회가 깊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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