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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Oct 30. 2024

제주어에 대한 단상

오영호, 시조시인



#1… “빙색이 웃는 걸 보니 배지근혼 일 이싱거담다이?”



“예, 큰 며느리 아들 난 마씀.”



‘빙색이’는 ‘빙그레’와 비슷한 말이지만, 순수하게 웃는 모습의 느낌을 더 주는 제주어다.



‘배지근다’는 음식이 입안에서 기름진 맛이 있음을 뜻하지만, 좋은 일이 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아무튼 ‘빙색이’와 ‘배지근호다’가 가장 감칠맛 나는 제주어가 아닐까 싶다.



#2… 오래전 부산대에서 연수를 받을 때다. 강의하는 김 선생이 ‘ · ’하늘아(아래아)가 들어간 문장을 녹음해서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훈민정음 서문과 ‘몰, 고망독새 등을 녹음했다.



지금도 제주는 물론 일본에 사는 나이 든 교포들이 제주어를 그대로 쓰고 있어 중세국어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3… 제주어 연구 1세대는 제주대 교수 故 현평효(1920~2004) 선생이다. 당시 현 선생이 중심이 돼 전국 사투리대회를 열었다.



1회 때는 ‘낭 아래 간 건불영 갑서(나무 아래 가서 시원한 바람 쐬고 가십서)’, 2회엔 ‘맨도롱 또똣 혼 때 호로록 들어싸붑써(따뜻할 때 호르록 먹어버리세요)’, 3회엔 ‘붙엉강 벨낭호여 갈라졍강 좃낭허주기(같이 가서 좋은 나무 하나 떨어져 가서 좋은 나무 하지)’로 계속 1등을 차지했다.



대회는 없어졌지만 현 선생의 제주 방언 연구는 제주어 사전의 디딤돌이 됐다.



#4… “밥 먹읍디과?”는 어릴 적 늘 듣고 하던 인사말이다. 보리밥도 배불리 먹지 못해 늘 배고팠던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가슴이 쓰리다.



그러다 제주4·3이 일어나자 갑자기 “어디 감수광?”이란 인사말로 바뀌었다. 당시 죽고 사는 일이 험악하던 때라 행방불명이 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디 감수광?’ 묻는 것이었다.



지금은 ‘안녕하세요?’로 바뀐 지 오래다. 근래 들어 우리 제주도에서 향토색이 물씬 풍기는 감칠맛 나는 제주어로 된 인사말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도 들린다.



‘지꺼지과?’란 말이 어떨지 모르겠다.



#5… 지난달 25일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김순자) 주최로 제주학 대회가 종일 열렸다. 주제는 ‘오래된 언어 지속 가능한 미래가치’로 포럼과 주제발표, 종합토론, 제주어 교육 자료 전시까지 다양했다.



핵심 문제는 소멸 위기에 처한 제주어를 살리기 위한 일이다. 시범학교 운영 등 학교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에서 제주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그래서 오늘부터라도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배워 익혀 써야 한다. 그래야 제주어가 지켜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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