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킥 Oct 18. 2022

[특별판] 사라진 퍼스트 무버들

브랜드 스토리


 제가 근무했던 D기업은 교육기업의 퍼스트 무버였습니다. 40여 년 동안 학습지로 대한민국의 사교육을 선도했었죠. 하지만 최근에 대세를 이루고 있는 스마트 학습에 있어서는 퍼스트 무버의 위치를 빼앗겼습니다. 교수 티칭 플랫폼의 장점을 가진 경쟁업체들이 IT 기술을 앞세워 스마트 학습을 선도하게 된 것이죠. 이렇게 되자 D기업에 일하는 몇몇 지인들이 걱정 어린 어투로 스마트 학습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고 하는데 스마트 학습에서 후발주자가 퍼스트 무버를 이기는 방법이 없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후발주자가 훨씬 유리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예전에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500개 브랜드를 조사해서 발표한 결과가 있습니다. 시장에 먼저 진출한 퍼스트 무버의 실패율(47%)이 시장이 조성된 이후 진입한 후발주자의 실패율(8%)보다 5배 이상 높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퍼스트 무버들이 선두자리를 5년에서 10년 동안 지키다 후발 주자에 자리를 내주고, 살아남은 퍼스트 무버들의 시장점유율(10%)도 후발주자(28%) 보다 낮았다고 부연 설명합니다.


 이렇게 말해도 걱정을 하면 ‘퍼스트 무버들은 온갖 시행착오를 직접 겪으며 시장을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하지만 정착자들은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 더 나은 제품을 내놓으면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쉬운 접근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죠. 풀어서 설명하면 후발주자는 더 진보된 기술로 새로운 기능과 성능을 선보일 수 있고, 앞서 퍼스트 무버가 해결하지 못한 이슈를 해결하며 다른 시장을 곤고히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퍼스트 무버가 닦아 놓은 땅에 후발주자의 핵심 경쟁력만 있으면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퍼스트 무버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앞서 설명했던 블루오션의 핵심은 '없는 시장을 개척하는 파이오니어가 돼라'였죠. 하지만 선점하는 것은 하나의 전략일 뿐 목표는 아닙니다.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퍼스트 무버로 선점한 뒤 몇 년이 지나지도 않아 시장의 1위 자리를 빼앗긴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여러분들에게 조금은 낯설 수 있는 퍼스트 무버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기에서 아는 기업이 있는지 확인해 보시면 더 재미있게 글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세계 최초의 소셜 네트워크_ MySpace(마이스페이스)


일반적으로 세계 최초의 소셜 네트워크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페이스북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 사례는 페이스북보다 1년 앞서 2003년에 출시된 마이스페이스입니다. 이 서비스는 출시 당시에 엄청나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마이스페이스는 미니홈피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동년대 한국 10대 20대 사이에선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열풍이 일었다면, 미국엔 마이스페이스가 있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용자 수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2008년에 서비스를 잠깐 도입했으나 다음 해인 2009년도에 바로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요즘 세대들은 마이스페이스에 대해 알지 못하죠. 왜 마이스페이스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라진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객에 대한 가치를 멀리한 채 가까운 이익에만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설명드리면 수익을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사이트에 수많은 배너를 도배합니다. 어느 정도였냐하면 정작 사용자 페이지는 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합니다.  반면에 2004년 출시된 페이스북은 광고를 제한하고 웹사이트를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었죠. 또한 친구를 연결시켜주는 핵심 경쟁력으로 사용자들은 깔끔하고 편리한 페이스북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 결과 2008년 페이스북의 방문자가 마이스페이스를 넘어서면서 IT업계의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마이스페이스는 지금도 존재는 하지만 유명무실한 소셜 네트워크가 되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SNS의 강국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에도 한국어 서비스는 되지 않고 있습니다.


[마이스페이스 로고]


세계 최초의 인터넷 기반 검색 엔진_Archie(아키)


Archie는 1990년에 출시된 세계 최초의 인터넷 기반 검색엔진입니다. 우리가 현재 아는 인터넷 검색 엔진과는 차이가 있지만 윈도우즈가 개발되기 이전에 불편한 도스 체계에서 맥길 대학(McGill university)의 학생들이 개발한 1,000개가 넘는 FTP 사이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검색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키 서버는 사전에 전 세계의 익명 FT 서버로부터 주기적으로 접속하여 개개의 디렉터리 정보를 수집하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사용자가 질의어를 아키 서버에 보내면, 아키는 미리 만들어 둔 인덱스에서 질의에 맞는 내용을 찾아서 사용자에게 보내 주는 서비스입니다. 


 요즘도 인터넷 정보 제공자(ISP)나 연구기관, 대학 등 아키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이렇게 아키는 월드와이드 웹이 고속 성장하기 전에는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였죠. 하지만 윈도우즈라는 OS에서의 Archie는 너무 불편한 검색엔진이었고 지금은 더욱더 다양하고 편리한 검색엔진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최초로 알고 있는 검색엔진은 일반적으로 '야후'이고, 사용해본 검색엔진은 '알타비스타'나 '라이코스', 우리나라의 경우 '심마니', '까치네' 등이 있었고 '네이버'나 '다음'이 많이 사용됐었죠. 그리고 현재의 최강자는 1998년 래리 페이지와 새르게이 브린이 내놓은 구글(Google)입니다. 구글은 단순히 검색 결과를 나열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사용자가 입력한 키워드와 가장 관련성이 높은 웹페이지를 먼저 보여주는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했죠. 검색 결과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출시와 동시에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 서점_Books.com(북스닷컴)


 세계 최초의 인터넷 서점은 어디일까요? 그것은 바로 1991년 전자게시판 형태로 출시한 '북스텍스언리미티드' 입니다. 1994년 이 기업은 ‘북스닷컴’이라는 사이트로 발전하죠. 당시 50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검색 기능도 제공했으면 책을 추천하는 직원만 35명이었고 신간 요약, 저자 인터뷰 등의 코너가 있고, 책 토론 게시판도 있었고 MAU가 50만 명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여러 온라인 서점의 출연으로 버티지 못하고 얼마 뒤 미국 서점 체인인 Barnes & Noble(반스 앤 노블)에 팔렸고, 소비자의 기억에서 잊히게 됩니다. 

 

 그 후에 우리나라에도 영풍문고,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 중심으로 인터넷 서점이 출연하고 리브로나 알라딘, Yes24 같은 온라인 전용 인터넷 서점이 나옵니다. 하지만 지금 인터넷 서점의 최강자는 바로 1995년에 나온 아마존입니다. 사실 아마존은 인터넷 서점뿐만 아니라 이커머스로 세상에서 가장 큰 마켓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초기부터 과감한 투자를 통한 광고 집행으로 2만 8천여 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장악하며 미국 시장을 점령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 않지만 '11번가'와 같은 이커머스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점차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_Simon(사이먼)

[사이먼_출처 위키피디아]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은 IBM에서 만든 ‘IBM Simon Personal Communicator’이었습니다. IBM과 벨사우스(Bellsouth)에서 공동 개발하였으며 아이폰보다 무려 14년 빠른 1993년 출시됐습니다. 당시 가격은 899불로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백만 원이 넘는 고가였습니다. 발신과 수신기능만 있는 당시 휴대전화들과는 달리 주소록, 계산기, 메모장, 이메일, 팩스, 오락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고 최초로 터치스크린을 탑재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체 운영체계(OS)를 가진 최초의 스마트폰은 2000년 노키아 9210입니다. 외부 개발자의 앱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나온 것이 바로 우리가 퍼스트 무버라고 생각하는 아이폰입니다. 아이폰은 첫 번째 주자도, 두 번째 주자도 아니었죠.


 하지만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의 정의를 바꿔버립니다. 손 안의 컴퓨터를 지향했고 앱스토어라는 혁신적인 생태계를 구축했죠. 아이폰이 나오기 직전인 2006년 스마트폰의 판매대수는 약 2900만대로 추정되는데 당시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었던 노키아는 결국 2013년 MS에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통째로 매각됐습니다.     


세계 최초의 진공청소기_Hoover(후버)


 퍼스트 무버를 이야기하는데 다이슨을 빼놓을 수 없죠. 다이슨은 헤어드라이어, 공기청정기, 진공청소기 등을 내놓으며 가전업계의 애플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가정용 청소기를 개발한 기업은 1908년 ‘후버’입니다. ‘Hoover’라는 단어가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요. 1993년까지도 진공청소기는 먼지를 빨아들여 청소기 안의 봉투에 모아두는 후버 청소기 방식이었습니다. 


 그때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이 등장하죠. 그는 후버 청소기를 쓰다가 봉투에 먼지가 걸려서 흡입력이 약해지는 것을 보고 새기술을 고안하게 됩니다. 원심력을 이용한 사이클론(cyclone) 진공청소기입니다. 원통 안의 먼지가 나선형으로 회전하다 중력으로 바닥에 가라앉게 만드는 원리였죠. 후버는 다이슨을 인수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먼지봉투 시장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며 묵살하죠. 결국 2005년을 기점으로 후버는 다이슨에게 진공청소기 선두자리를 내줍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퍼스트 무버가 되면 좋겠지만 반드시는 아닙니다. 퍼스트 무버가 아니더라도 패스트 팔로워가 돼서 기존 시장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차별성을 갖는 것도 좋은 브랜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세요. 반드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는 없습니다. 

  


발행일:         2022년 10월 18일

최종 수정일:  2022년 10월 19일

작가의 이전글 LUSH의 커뮤니케이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