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피플] 포토그래퍼 팀장 윤수민

따뜻한 사진을 찍고 싶어요

[피플]에서는 그레이라운드의 함께하는 분들을 소개합니다. 일문일답의 형식으로 진행된 솔직한 이야기들을 통해 포토 스튜디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Q 1. 누구신가요?


안녕하세요! 그레이라운드 포토그래퍼 윤수민입니다. 동시에 팀장 직급으로 저희 팀 소속 직원들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합니다. (후훗)


정신적 지주 a.k.a 주모



Q 2. 팀장님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그레이라운드는 현재 4개의 스튜디오 지점들을 운영중에있습니다. 지점별로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가 필요한데요, 저는 제가 맡은 지점 총괄 운영과 관리 그리고 지점에 배치된 신규 및 기존 직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코로나 시대에 지점 단체 사진 찍는 법


현장에서의 인사이트도 또한 놓칠 수 없다보니, 관리 직무와 함께, 포토그래퍼로서의 활동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습니다.



Q 3. 이전에 다른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셨나요?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만, 정말 적성에 하나도 맞지 않았어요. 일단 책을 싫어해요. (웃음) 그런 제가 전공을 살리면 굶어 죽기 딱 좋다는 생각이 들어 전공을 포기하고 일반 회사에 입사했죠. 영업을 뛰고 싶었어요. 제가 말을 상당히 잘하거든요.(후훗)


MC 더 윤쓰


게다가 영업을 하면 직원들에게 업무용 차를 줬어요. 최고죠. 근데 여자이기도 하고, 젊어서 보험료가 비싸다고 차를 안 주더라고요. 


차선으로 영업 기획팀으로 배치되어 직영 관리, 점포 개발등의 업무를 진행했어요. 생각보다 재밌었고 그 때 배웠던 일들은 아직도 제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일을 꽤나 잘했어요. 덕분에 전략기획실로 차출되어 핵심 임원분들과 일하기도 했습니다.


센터를 놓치지 않는 에이스. 바로 나



Q 4. 왜 퇴사하셨나요?


저는 오래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일하면 할수록 일에 대한 전문성이 쌓이는 것 같긴 한데 그게 어딜 가도 쓸 수 있는 나만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더라고요. 내가 엄마가 된 후 복귀한다면 다시 이 직무로 돌아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나만의 무기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났죠.


나도 불꽃슛 같은 무기가 필요해



Q 5. 여정의 기간 동안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저에게는 두 가지 방향이 있었어요. 사진과 연기. 사실 진짜 하고 싶었던 건 연기였어요. 그런데 하지 않았던 이유는 연기로 돈을 벌 자신이 없었어요.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했던 터라 바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연기로는 당장 100만 원도 벌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사진은 배우면 돈을 작게라도 벌 수 있었고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생계를 위한 이유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퇴사 후 유럽 여행' 에 있었어요. 


John, I want to travel


여행에서 포토그래퍼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을 4명 만났는데 모두 행복해 보였거든요. 현실은 다르지만요. (웃음) 그 사람들을 보니 고민이 확신으로 바뀌고 추상적이던 꿈이 선명하게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사진은 초점이 안맞았지만 꿈은 선명해짐



Q6. 여행 복귀 후 바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신 건가요?


네 맞아요. 바로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스튜디오를 찾아 일단 이력서를 썼어요. 당시 28살. 적지 않은 나이라 이력서를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아 지원할 수 있는 곳은 무조건 지원했어요. 그렇게 저의 첫 시작은 웨딩 업체였습니다. 


귀여운 28짤


처음에는 단돈 100만 원이라는 월급을 받으며 어시스턴트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업계 특성상 교육 시스템도 부족하고 선배 포토그래퍼들은 양성의 의무가 없다 보니 아무도 저를 딱 붙잡고 사진에 대한 전문지식을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저는 눈치가 빠른 편이라 현장에서 감으로 익히고, 선배들이 하는 대로 무조건 외웠어요. 그리고  붙잡았죠 뭐. 알려줄 때까지 집에 안 가고 (웃음) 그래서인지 6개월 만에 촬영에 들어가게 됐어요. 많이 빠른 편이었어요.

 

작은 것 하나를 찍어도 몸과 마음을 다해 노오력


어시스턴트 6개월 동안 힘든 순간도 많긴 했지만 적어도 금전적인 압박은 없었어요. 이전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이 있다 보니 당장 월급이 적어도 숨통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죠. 부담 없이 어시스턴트 생활을 하고 재밌게 일을 배우다 보니 '아. 이 기술이면 먹고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고 막연했던 미래에 대한 생각이 정리됐어요.


자신감 장착



Q7. 어시스턴트 6개월 이후에는 어땠나요?


웨딩 촬영 뿐만 아니라 웨딩 컨설팅 업체와 협력해 일을 하기도 했는데요, 컨설팅 업체에 세일즈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전 회사 경력과 야무진 제 성격을 활용했더니 큰 도움이 됐어요. 역시 버리는 경험은 없는 거 같아요. 이후 3년 정도 더 일하다 퇴사했습니다.


역시 버리는 경험은 없다



Q8. 왜 퇴사하셨나요?


저는 웨딩 촬영을 좋아했어요. 근데 웨딩 촬영만 하다 보니 다른 세계도 궁금했고 인물사진도 너무 좋아해서 다양한 사진을 찍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이제는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웨딩업계의 부조리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루 12- 15시간 근무하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점심시간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없는 시간을 쪼개서 만들어 10분 안에 식사를 하고 촬영에 들어가곤 했죠. 야근 수당은 커녕 4대보험도 적용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스튜디오도 있지만 제가 일했던 스튜디오는 촬영팀과 보정팀이 완벽히 분리되어 있었어요. 저는 촬영은 할 줄 알았지만, 보정으로는 꽝이었죠. 한마디로 반쪽짜리 포토그래퍼였어요. 내 손으로 시작해 내 손으로 끝내는 사진을 만들고 싶었고 더 나은 삶을 위해 퇴사했습니다.



Q9. 퇴사 후 프리랜서로 활동하셨다고 하셨는데 그때 이야기 들려주세요!


퇴사 이후 5개월 동안 프리랜서로 활동했는데 저의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였어요. 저 스스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하나도 없었고 나는 더 배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윤수민이라는 이름을 달고 업체를 차리려 했는데 프리랜서 생활을 좀 해보니 아직은 안 되겠더라고요.


불꽃슛은 아직 무리



Q10. 그렇게 선택한 곳이 지금의 그레이라운드인가요? 


사진을 시작할 당시부터 '그레이그라피' 브랜드를 알고 있었어요. 처음 사진 공부를 시작할 당시, 뭘 참고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당시에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어 있지도 않았고요. 그때 사진과를 졸업한 친구가 참고할 수 있는 여러 인스타그램 계정 몇 개를 알려줬었는데 그 중 그레이그라피가 있었어요. 



저에게는 ‘따뜻한 사진을 하자’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레이그라피가 딱 그랬어요. 심플하지만 깊이 있는 사진이라고 할까요? 그렇지만 저는 결혼도 했고 나이가 많아서 스스로 결격사유라고 생각해, 지원하기까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또 실장으로서 꽤 오랜 시간 일을 해왔기 때문에 다시 어시스턴트로 시작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있었고요.



Q11. 그럼에도 지원하셨는데, 면접 당시 어떠셨나요?


마을을 다 내려놓고 갔어요. '뽑아 주기만 하면 나의 20대 시절만큼 열심히 일할 거다!' 라는 각오로 스튜디오로 향했지만, 프리랜서를 하는 동안 저의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껴,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뽑아만 주신다면!


그렇게 면접장에 도착했는데, 제 면접에 대표님이 들어오시지 않으셨어요. 대표님이 없는 면접이라니, 난 그 정도로 대충 보고 넘겨도 되는 사람으로 여겨졌구나 싶어서, '난 떨어졌구나.' 생각했어요.(대표님이 면접에 들어오는지 아닌지는 사실 중요한게 아닌데, 이때는 왠지 그게 예민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면접에 안들어오신 분


부모님께도 이번에는 잘 안되었다고 말씀드리고, 터덜터덜 집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웠습니다. 살짝 잠이 들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대표님이셨어요. 합격이었습니다!

 

대표님이 직접 합격 전화를 주다니,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한 기분이었어요.


행ㅋ벅ㅋ



Q12. 입사 후 어시스턴트부터 다시 시작하셨는데 어떠셨나요?


첫 스튜디오에서는 눈치껏 알아서 배워야 하는 혹독한 환경이었는데 그레이라운드는 환경이 너무 좋은 거예요. A부터 Z까지 모든 걸 꼼꼼하게 알려 주셨어요. (최지아 팀장님 감사합니다!) 


제가 입사 할 당시는 인원이 적어 맨발로 1~2층을 뛰어다니며 고객 케어를 하고, 촬영 어시도 보고, 액자도 만들고, 홍길동처럼 생활했어요. 힘들 법도 한데 이 모든 게 다 재미있어서 힘들다는 것도 잊고 있더라고요.


매일 잊고 매일 다시 기억해낸 힘듦



Q13. 어떤 게 그렇게 재미있었어요?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는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붙잡고 알려 달라고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매일 곁눈질로 배웠어요. 근데 그레이라운드에서는 오히려 저를 붙잡고 더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해하고, 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더라고요. 


인턴 기간 중 ‘각 안 나오면 나간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그런데 이 회사, 이 사람들은 나를 성장시켜 주고 싶어 하는구나! 라는 게 느껴졌고 인턴 기간에 저도 이 회사를 나의 회사로 합격시켰습니다. (웃음)


내 맘 속에 합격



Q14.포토그래퍼 데뷔는 어떤 브랜드로 시작하셨나요?

컬러 증명사진 브랜드인 크레용크래프트 시작했습니다. 저는 촬영을 잘 리드하는 편이라 보정을 마치기 전까지는 첫 촬영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과물을 뜯어보니 사진에 균형이 하나도 맞지 않는 거예요. 


증명 사진은 대칭, 균형감각 모든 걸 요구하는 인물사진의 끝판왕이거든요. 사진은 촬영을 리드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날이었어요. 이 대칭감을 잡는데 정말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퇴근 후 지인을 불러 밤 10시가 넘어가도록 연습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대칭과 균형 모두 완벽한데..


크레용크래프트를 제대로 할 줄 알면, 어느 브랜드고 (인물사진이라면) 다 잘 찍을 수 있는 감이 생겨요. 저는 미에 대한 기준이 관대한 편이라 대칭감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런 제가 얼굴 대칭을 이해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얼굴에 대한 감이 생겼어요.


 

Q15.가장 애정하는 브랜드는 뭔가요?


그레이그라피. 이 회사를 알게 해준 브랜드이기도 하고, 한 사람보다 두 사람, 세 사람 등 여럿이 함께 있는 사진을 좋아해요. 


아이 따뜻해


이제 갓 연애를 시작한 풋풋한 커플, 태어난 지 100일 된 아이와 처음 찍는 가족 사진, 10년을 함께한 나의 반려견과의 촬영, 아빠 환갑 기념 부모님 커플 사진 등 이 예쁜 사연을 담아낼 수 있는 브랜드거든요. 앞서 말씀드렸죠? 따뜻한 사진. 저에게 이분들이 따뜻함입니다.



Q16. 이제 우리 그레이라운드 이야기해봐요! 우리 회사 분위가 직원들의 성장을 독려하는 분위기잖아요. 이 분위기가 부담스럽거나 불편한 적은 없으신가요?


어려운 환경에서 치열하게 배웠기에 이 모든 게 간절하고 소중해요. 저는 헝그리 정신이 있어야 제대로 된 체득이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새로 들어오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이런 기회나 환경을 귀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배웠으면 좋겠어요. 너무 꼰대 같나요? (웃음)


치열하게 찍는 중



Q17. 그레이라운드 생활에 만족하시나요?


그냥~ 뭐~~


 

Q18. 왜요! 무슨 일 인가요!


팀장이 되면서 촬영만큼이나 중요한 업무들이 많아져서 관련한 회의가 많아지고, 고민이 많아져서, 다시 일반 회사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회사가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에 대해 후배 포토그래퍼들을 잘 이해시키고 회사와 이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걸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자주 들구요. 처음 들어왔을 땐 마냥 재밌고 즐거웠다면 지금은 항상 고민하고 있네요. 그렇지만 잘 해내고 싶습니다.(웃음) 


마냥 재미만 있고 싶다



Q19. 앞으로 들어오게 될 직원은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나요?


저희 회사에서는 사진만 해서는 안 됩니다. 포토그래퍼는 고객을 촬영하는 기술 뿐 아니라,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서비스까지도 사진의 일부라고 인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요. 


만족스러운 결과물만이 아니라 만족스러운 고객 서비스까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저희는 늘 사진 그 자체 외적으로도 고객 경험에 대해 늘 고민해요. 그게 저희 스튜디오가 여기까지 이를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인 것 같아요.



Q20. 대표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대표님.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은 거죠? 



Q21.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에서 따뜻한 사진을 할 거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지금 수민님은 따뜻한 사진을 하고 있나요? 


네. 저는 지금 따뜻한 사진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는 따뜻함이라는 게 1차원적이었어요. 단순히 말하면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진? 그런데 지금은 나의 피사체와 교감하여 만들어내는 현장의 온기 그 자체가 따뜻함이고, 그렇게 나온 사진이 저에게는 ‘따뜻한 사진’ 입니다.


저희를 찾아 주시는 모든 분들의 모든 순간들이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은 게 저의 마음입니다. 저의 따뜻한 온기가 모든 사람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사진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종합 사진 브랜드 기업 그레이라운드 Grayround

프로페셔널 프로필/가족 사진 전문 스튜디오 Graygraphy

증명 사진 전문 스튜디오 CrayonCraft

바디 프로필 전문 스튜디오 BalanceButton

흑백 바디 프로필 전문 스튜디오 NoirDeBlanc

흑백 사진 전문 스튜디오 Graylog

웨딩 사진 전문 스튜디오 BloomBride

        

작가의 이전글 [컬처] 직원이 화장실에 갇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