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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규 Jul 22. 2021

국민의힘 경선버스, 야권 플랫폼으로 가능한가?

20대 대선 팩트체크 2

국민의힘 경선 버스는 야권 대선의 통합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거리는 속력과 시간에 비례한다. 물리적 시간의 속도가 일정한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이에 비례하여 짧아진다.  그러나 목적지가 가까워져 시간의 상대적 속도가 달라지면서 목표까지의 거리감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상대적 체감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목적지까지의 도달 거리는 기하급수적으로 짧게 다가온다.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20대 대선 시계도 마찬가지다. 시간의 상대적 속도를 따라 대선 결과는 이미 타임머신을 타고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 결과가 가져올 삶의 파장도 아른거린다. 유권자들의 마음이 다급 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국민의힘 경선 버스를 언제쯤 탈까? 아니면 다른 플랫폼을 고민하고 있을까?

영화와 달리 현실세계에서 타임머신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경험과 과학적 지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선 유명한 역술인을 통해 운명을 미리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자는 역학도 과학이라고 주장하지만 과학의 입장에서는 아주 먼 나라 얘기이다. 그래도 현실 정치에서는 선거 등 큰 이슈 때마다 유명 역술인 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합리적 추론은 가능할 수 있다. 사회 과학적 통계를 이용하기도 하고 자연과학 이론을 준용하여 추론 모델을 만들기도 한다. 부족하나마 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 모델을 추구하는 노력이다.


<정치에서 혁신은 가능한가?>

선거 참패 또는 정치적 격변기마다 정치 시스템, 정당의 정체성이 도마에 오른다.

지역, 이념, 계층, 귀족, 꼰대, 파벌 등 기존 정당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때면 어김없이 혁신을 기치로 새로운 '정치 플랫폼'이 정가를 맴돌기 시작한다. 기존 정치 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을수록 그 파고는 점점 커진다. 

어제의 동지와 적이 이합집산을 거듭한다. 그리고 한동한 혁신의 물결이 도도하게 흐른다. 구태 청산의 칼춤이 이곳저곳에서 혈흔을 남긴다. 저항의 바람도 만만찮다. 그래도 칼자루를 쥔 쪽이 승리의 나팔을 분다. 

혁신의 생명력도 시간의 문제이다. 어느 순간 또 다른 모습이 혁신 세력의 그림자를 밟고 있다. 암행하는가 싶더니 ‘불륜’ 현장을 포착하는 순간, 거침없이 일격을 가한다. 그 순간 혁신을 주장했던 세력은 이제 또 다른 혁신의 희생물이 되고 만다. 오늘 우리 정치의 민 낮이다. 

권력을 쥔 세력의 오만 방자함에 국민들은 치를 떨곤 한다. 이보다 더 나쁜 정치 세력은 없다며 분노에 사로잡힌다. 그만큼 새로운 미래를 누가 열어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증폭된다. 

과연 국민이 바라는 혁신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정치 플랫폼은 존재하는가?

국민의힘이 8월에 출발한다는 경선 버스는 혁신의 정치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 경선 버스에 탈 것인가? 

최재영 전 감사원장이 올라탄 만큼, 국민의힘이 이미 야권 대선 플랫폼의 주도권을 잡은 것인가? 

윤총장은 안철수 대표, 김동연 전 부총리와 제3 지대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플랫폼이 정치 혁신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

정치가 혁신의 도그마에 빠질 때마다 ‘플랫폼’이 전면에 부상하곤 한다. 패거리 구태 정치가 닫힌  정치라면 새로운 정치는 개방과 혁신의 플랫폼 정치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우선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플랫폼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이폰

플랫폼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스티브 잡스이고 그가 이룬 아이폰 신화는 아직도 신선하다. 유비쿼터스 스마트 혁명이 아이폰의 플랫폼 혁명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이 전 세계의 이목을 잡고 있을 때 애플의 아이팟이 혜성같이 나타난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배포하는데 대한 의문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애플은 이를 비웃듯이 아이튠즈를 통해 온라인 음원 시장의 유료화에 성공의 열쇠를 연다.

2007년 스티브 잡스는 모바일폰, 아이팟, 인터넷 커뮤니티 기기를 합쳐 놓은 아이폰을 등장시키며 화려하게 복귀한다. 휴대전화, 업무용 블랙베리, MP3 플레이어를 따로 들고 다니던 고민을 하나의 기기로 풀어낸 것이다.  ‘모바일 플랫폼’ 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서기 시작한 순간이다. 

물론 스마트 혁명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스마트 기능이 도입된 휴대전화는 노키아 폰에서 이미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오바마 폰으로 유명세를 탄 블랙베리는 메신저, 보안성, 쿼티 키보드 기능 등으로 한때 미국 시장의 점유율이 44.5%에 달한다. 용량 압축 기술을 통해 작은 기기로 CD에 가까운 음질을 재생하는 MP3도 보편화되고 있었다. 


이 같은 선지적 스마트 기기를 아이폰이 일거에 박물관으로 퇴출시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을까?

유비쿼터스 플랫폼 혁명의 화룡점정으로 떠오른 ‘연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16세기 등장한 플랫폼은 기차를 타고 내리던 정거장을 의미했으나 점차 무대, 강단 등의 의미와 함께 예술 및 비즈니스 분야로 확대된다. 컴퓨터가 확산된 이후에는 컴퓨팅 시스템의 기초 틀을 지칭하였고 이제는 ‘공통 요소를 연결하여 주 임무와 파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으로 확장된다.


<아이폰 신화, 스티브 잡스의 플랫폼은?>

아이폰이 플랫폼 혁명의 선구자로 지칭될 만큼, 획기적인 혁신은 과연 어떤 모습 일까? 

기본 설계인 3가지 아키텍처에서 그 차별점을 엿볼 수 있다.

첫째는 운영체제, IOS의 혁신이다. 

아이폰은 키보드와 숫자 패드 없이 터치 만으로 자유롭게 작동시킬 수 있는 ‘하이 터치’ 기능을 도입한다. 버튼은 커졌고 별도의 펜을 사용하지 않은 채 손가락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해졌다. PC 마우스를 모바일 폰의 스타일러스 펜이 대체했다면 이제 아이폰은 손가락 터치가 대신한다. 

아이폰의 터치 연결은 모바일 운영체제의 흐름을 완전히 바꾼다. 사용자 중심의 UI/UX가 근본부터 바뀌어 윈도 모바일, 펜 모바일은 ‘하이 터치’에 대도를 내주고 만다.

둘째는 콘텐츠 생태계를 바꾼 앱스토어이다.

애플은 아이팟의 아이튠즈를 통해 온라인으로 음원을 유료화하는 데 성공한다. 아이폰에서는 콘텐츠의 구입, 다운로드, 소비를 하나의 기기에서 가능하도록 했고 이를 지원하는 콘텐츠 생태계로 ‘앱스토어’를 내놓는다.

우선 앱의 유통 구조를 단일화하여 소비자의 접근성을 제고했다. 또 채널 사업자가 독과점하던 수익구조를 개발자와 3:7의 합리적 구조로 배분한다. 개발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한 것이다. 

2019년 기준으로 앱스토어 시장 규모는 5,190억 달러(한화 630조 원)로 커졌고 등록 앱은 200만 개를 넘어선다. 매주 175개국에서 5억 명 이상이 방문한다. 앱스토어 등록 개발자도 2300만 명에 이른다. 아이폰 개발 당시 등록 앱이 500개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이다.


셋째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 디지털카메라, 일정관리 및 사전 등의 소비자 편의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 담은 하드웨어 연결이다. 

이 같은 혁신은 컴퓨팅 시장을 자극하여 경쟁과 변화를 촉발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스마트 플랫폼 시장은 더욱 확장되고 우리 생활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게 된다.


<플랫폼 정당은 가능한가?>

정당은 정치적 의견이나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권력을 획득하여 자신들이 꿈꾸는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만든 결사체이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일수록 보수, 진보 등 정치적 이념을 중심으로 양당제가 발달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기술이 진보하고 가족제도 및 사회 문화가 다양화되면서 하나의 정당이 같은 생각이나 이념으로 정체성을 단일화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같은 보수, 같은 진보에서도 다양한 이념과 이해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것이다.

기존의 정당체제가 부정되고 현실의 정당들이 끊임없이 혁신의 아이콘의 시달리는 배경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당 혁신을 추구하는 정치 세력들이 비즈니스 세계의 ‘플랫폼’에 주목한다. 플랫폼 같은 정당을 만들 수는 없을까? 

한 정당이 내건 “탈이념, 탈진영, 탈지역을 기치로 하여 '실용적 중도 정당'을 정치 노선으로 채택, 모바일 플랫폼 정당을 지향”한다는 슬로건에는 이 같은 고민이 묻어 있다.

2018년 자유 한국당의 재건에 참여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내건  '아이(i) 폴리틱스'를 통한 플랫폼 정당의 비전도 비슷한 맥락이다. “폐쇄적 구도에서 개방적 구도로, 패권적·위계적 구도에서 상호협력과 연결 중시의 수평적 구도를 지향하는 동시에 보스 중심의 집단적 구도에서 개별 의원의 '의원 다움'이 살아나는 구도를 지향하는 정당”이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대선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대선 경선 버스는 정시에 출발해야 된다”라고 밝혀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가 늦어도 8월 말 시작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민심 행보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플랫폼을 이용하려면 그 이전에 입당할 것을 압박하는 메시지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낮게 보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 경선 버스의 마지막 외부 탑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윤석열 전 총장도 지난 3일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과 만나 국민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민의힘 입당 여부 및 입당 시기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결국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후보 단일화 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어떤 플랫폼을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결정을 미루고 있는 형국이다.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가 묘하게 흐르는 형국이다. 야권 통합을 통한 정권 교체를 당연시했던 지지자들은 불안해한다. 


<킹 메이커로서의 대선 플랫폼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 교체가 가능한 대선 플랫폼은 기본 그림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할까? 아이폰 신화에 비유하여 대선 플랫폼 정당의 3대 아키텍처를 고민해 본다.

첫째는 경선 운영 체제이다.

국민의힘이 야권 통합의 플랫폼이 되려면 운영체제가 고객중심으로 더 열릴 필요가 있다. 

경선 버스의 운영 원칙에서 더 많은 고객이 탈 수 있도록 운영 규모 및 출발 시기 등에 대해 열린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주요 후보들이 탑승하지 않을 경우 경선 버스가 야권의 플랫폼은 고사하고 ‘마을버스’ 수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불완전한 경선 버스가 8월 말 출발한다 해도 또다시 통합 경선 버스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는 대선 시계가 빨라질수록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이 터치’ 기술이 한 대형 모바일 업체에 M&A 대상으로 제안되었다가 거절당한 뒤 결국 애플에 접목되어 아이폰 신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콘텐츠의 다양성 문제이다.

범 야권 후보들은 후보 단일화에는 대부분 찬성한다. 정권교체에 대한 찬성 부분이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이슈가 추가된다. 정치세력의 교체이다. 정권교체라는 형식에 동의하지만 내용을 바꾸는 문제에서 언제든지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돼야 유권자들은 정권교체를 선택할 수도 있고 정치 교체에 한 표를 던질 수도 있다. 더욱이 보수층과 중도층, 페미니스트 등 다양한 이슈를 아우르는 범 야권 통합 범주에서 다양한 이념과 정책 카테고리가 병존해야 한다. 아이폰 앱스토어는 개발자에게 이익을 과감히 나눠준 결과 다양성과 돈이 흘러들었다. 

셋째는 정당 통합 등 하드웨어의 문제이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 당을 포함한 야권 통합 체제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야권의 서울시장 승리는 안철수 대표가 내민 통합의 아젠더가 일등 공신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통합의 대원칙은 이번 대선에서도 필요조건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 운영체제와 콘텐츠 개방 문제에서 엇박자가 발생할 경우 체제 통합이 난항을 겪게 되고 이는 야권 대선 플랫폼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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