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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보자동차코리아 Mar 27. 2024

볼보 EX30이라는 ‘스칸디나비안 오브제’


착륙하는 비행기 창 밖으로 침엽수림과 얼음호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스웨덴 북부 연안 도시 룰레오 공항에 착륙하고 있었어요. 볼보 EX30을 위한 여행을 막 시작하려는 참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좀 특이한 점이 있었어요. 시승도 시승이었지만 스웨덴에서 체험할 낯설고 독특했던 문화 자체에도 배울 점이 많았거든요. 첫날 밤 호텔부터 낯설었습니다. 


“몇몇 방들은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실 수 없을 거예요. 꼭 필요한 짐만 여기 더플백에 따로 챙겨주시겠어요?”





하루 종일 시승을 마치고 막 도착한 첫 번째 호텔에서 받은 안내였어요. 피곤해 죽겠는데 짐을 다시 풀었다가 싸야 한다니요. 하지만 시키는대로 했죠. 하루치 짐만 빼서 튼튼한 더플백 안에 넣었습니다. 호텔에서 제공해준 방한부츠도 신었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물은 딱 3리터만 제공됩니다. 변기 커버를 열면 종이 필터가 보일 거예요. 마치 핸드드립을 내릴 때 쓰는 필터 같죠? 볼일을 보고 커버를 닫고 버튼을 누르면 필터가 약 600도의 열로 자동 연소되는 방식입니다. 완벽하게 친환경적이죠.”





각박하달까, 신기하달까. 호텔에 들어오면 넉넉한 온수로 눅진하게 샤워하면서 피로를 푸는게 인지상정 아니겠어요? 하지만 이 호텔, 적어도 제가 묵은 방에서는 좀 어려웠습니다. 이 때까지는 좀 너무하다 싶었어요. 친환경도 좋지만 불편한 건 싫으니까요.





하지만 방으로 걸어가는 길, 이 모든 낯섦과 불편에 대한 우려가 눈 녹 듯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압도적인 풍경에 반하기 시작했어요. 이 호텔의 이름은 ‘트리 호텔(Tree Hotel)’이었습니다. 북회귀선에서 남쪽으로 60킬로미터 떨어진, 하라즈라는 이름의 마을에 있는 호텔이에요. 이름처럼, 모든 객실을 나무 위에 지은 호텔입니다. 적어도 4미터 이상의 높이에 지었어요. 숲과 숲에 사는 동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2010년, 북유럽의 내로라 하는 건축가들이 5개의 방을 지은 것으로 시작해 지금은 각각의 콘셉트에 충실한 8개의 방으로 확장했습니다. 





제가 묵었던 방은 UFO 룸이었어요. 말 그대로 하라즈 침엽수림에 불시착한 UFO 같은 느낌이었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육중한 나무 문을 열어 젖혀야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아담하고 동그란 형태 안에 더블침대 하나와 싱글 침대 세 개, 테이블과 화장실을 알차게 갖춘 방이에요. 샤워 시설은 없었지만 약 5분 정도 숲 속을 걸어가면 진짜 북유럽식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었습니다. 맑은 공기를 내뿜는 숲 속을 걸어 완벽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북유럽식 사우나에서 보내는 시간도 환상적이죠. 





UFO 룸에서 사우나까지 짧은 시간을 걷는 동안에는 신기한 방울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동행했던 호텔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어요. 


“가까이에 순록이 있다는 뜻이에요. 소리를 들어보니 매우 가까이에 있네요. 아마 내일 아침에 나오면 순록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과연, 이튿날 아침 방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보니 예닐곱 마리의 순록이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목에 방울을 걸고 있다는 건 이들에게 주인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죠. 스웨덴의 순록은 한국의 소와 비슷합니다. 일을 하기도 식량이 되기도 하죠. 가죽은 스웨덴의 혹독한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의복의 재료가 되기도 하고요. 





트리 호텔에서는 순록과 무스, 숲에서 채취한 각종 베리류를 활용해 만든 수준 높은 요리를 맛볼 수도 있었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호텔은 없죠. 이 모든 경험이 가능한 장소는 전 세계에서 이 곳 뿐이라는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이런 침엽수림을 이런 규모로 만날 수 있는 곳도 귀한데, 그 위에서 북유럽 건축가들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 게다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친환경을 실천하는 수준 높은 숙박 시설이 또 있을까요? 트리 호텔에서의 하룻밤을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 이제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을 두 번째 호텔을 알려드릴게요. 룰레오에서의 두 번째 밤은 역시 하라즈에 있는 ‘악틱 베스(Arctic Bath)’라는 호텔에서였습니다. 2018년, 룰레 강 위에 지은 호텔이에요. 총 12개의 객실이 있는데, 그 중 6개의 객실이 물 위에 떠있습니다. 다리를 건너 객실에 들어가면 엄청난 층고와 거대한 창을 마주하게 돼요. 널찍한 화장실과 샤워실을 지나 옆문을 열면 바로 룰레 강으로 이어지는 데크가 나옵니다. 이 날의 룰레 강은 꽁꽁 얼어있었지만 여름에는 수영도 가능하다고 해요. 





얼어있는 강물에서의 액티비티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마치 도넛 같은 구조의 리셉션 건물에 모였습니다. 도넛의 빈 공간에 해당하는 공간에 깊이 4미터의 작은 풀장이 있었어요. 가장자리가 도톰하게 얼어있는, 룰레 강의 얼음을 그대로 안으로 들여온 것이었습니다. 안쪽에 있는 사우나 룸에서 테라피 세션을 마치고 땀을 흠뻑 뺀 다음 이 얼음 풀로 들어가는 거예요. 





한겨울의 얼음 풀에 들어가 약 5초간 버티다 올라오는 거예요. 네, 버티는 겁니다. 5초 이상을 버티는 건 정말이지 힘든 일일뿐더러, 발가락 끝이 닿는 순간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몸서리를 치게 될 거예요. 저도 그랬습니다. 피부가 쭈뼛 서고 근육이 수축하는데 누군가 퉁퉁퉁, 뼈를 마사지하는 느낌이었어요. 


사우나와 냉욕을 3번 정도 왕복하면 끝나는 세션입니다. 이 세션은 혈액순환, 피부미용, 머리결에도 엄청나게 좋은 효과를 가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며칠간 쌓인 여독이 한꺼번에 가시는 것 같은 기분, 하루를 다시 사는 것처럼 상쾌한 몸과 마음 그 자체였습니다. 테라피를 마칠 때쯤 서쪽으로는 해가 떨어지고 있었는데, 마치 새로운 시간을 선물받은 것 같았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하늘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노을이 이렇게까지 다채로운 거였구나. 새삼 생각했습니다. 숲과 강과 하늘이 눈앞을 가득 채웠고, 건축물들은 자연의 풍경 속에 녹아있었습니다. 자연을 먼저 생각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스웨덴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었죠. 





“볼보의 엠비언트 라이트는 스웨덴의 자연 환경에서 모티프를 얻었어요. 오로라, 석양, 스웨덴의 여름빛에서도 영감을 얻었습니다.”





환상적으로 물들어가는 룰레 강의 석양을 보면서 볼보 EX30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실제로 EX30의 엠비언트 라이트는 총 다섯 가지의 옵션을 제공하죠. 스웨덴 서쪽 해안 군도의 일몰을 형상화한 ‘아르키펠라고Archipelago’, 6~8월의 여름빛을 느낄 수 있는 ‘미드썸머Mid Summer’, 스웨덴 북쪽 하늘의 환상적인 오로라를 재현한 ‘노던 라이트Nothern Light’, 한 낮의 침엽수림이 연상되는 ‘포레스트 바스Forrest Bath’, 바로 지금 이 석양을 그대로 닮은 ‘노르딕 트와일라잇Nordic Twilight’까지. 




출처 : 악틱 배스(Arctic Bath) 홈페이지 (https://arcticbath.se/seasons/winter/)

트리 호텔과 악틱 베스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호텔입니다. 하나는 숲, 하나는 강 한 가운데에 위치했죠. 자연을 보호하며 공존하는 방식을 고안하며 탄생한 호텔이기도 하고, 그 자체로 스웨덴의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게다가 볼보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스웨덴 숲과 하늘의 컬러와 무드, 집요하리만치 밀어붙인 친환경 철학, 공간을 자연의 빛으로 가득 채우는 숙소의 통창과 EX30의 광활한 선루프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문화적 공통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 몰라요. 볼보가 스웨덴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의 진짜 정체이기도 했죠.





내연기관 시대의 자동차들은 국적에 따라 그 성격을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는 좀 다르죠. 달리기 성능 자체는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 됐어요. 이런 시대의 초격차는 아마 문화콘텐츠에서 올 겁니다. 스웨덴 문화를 그대로 물성에 녹여내는 볼보같은 브랜드가 유난히 돋보이는 이유예요.  





볼보는 이 모든 스칸디나비안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녹여내 EX30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했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SUV중 가장 작지만 가장 빠르고, 가장 친환경적이면서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콤팩트 SUV의 탄생. EX30을 이해하는 지름길이 궁금하시다면, 바로 제가 지금까지 소개한 스웨덴식 라이프스타일에서 그 단서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볼보 EX30이 그냥저냥 건조한 대량생산 공산품이 아닌 이유. 그보다는 스웨덴과 북유럽 문화를 흠뻑 녹여낸 라이프스타일 오브제에 한없이 가까운 전기차라는 문화적 배경이자 근거입니다.


글/ 정우성(유튜브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더파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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