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인포테인먼트의 게임체인저, 볼보 인포테인먼트
우리는 매일 자동차에 탑승해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시트를 맞추고 시동버튼을 누르죠. 다음으로는 내가 가야 할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온도를 설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사람마다 순서는 조금씩 다르더라도 출발하기 전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모든 과정은 커다란 디스플레이 속 내부에 위치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이뤄집니다. 내비게이션은 기본. 음악과 날씨, 온도설정을 비롯해 게임과 OTT 등 다양한 즐길 거리까지 제공하고 있죠. 이러한 일들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소프트웨어의 발전 덕분입니다. 무선 업데이트(OTA), 스마트폰 연동, 음성인식, AI 서비스와 같은 기능도 모두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들입니다.
자동차 업계의 화두도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에 집중하던 시대가저물었다는 인식이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업계는 ‘소프트웨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볼보는 일찌감치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볼보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Android)로 구동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차와 통합한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업계 최초로 티맵 모빌리티와 협업해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선보였죠.
이제는 볼보 뿐만 아니라 다른 완성차 메이커에서도 티맵모빌리티와 협업한 인포테인먼트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결국 어떤 브랜드건 간에 비슷한 모습으로 수렴하게 되는 걸까요? 답은 ‘그렇지 않다’ 입니다. 소프트웨어에도 브랜드 각자의 아이덴티티와 지향성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포스트에서는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볼보자동차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의 특장점
1) 티맵과의 협업을 통한 편의성 극대화
https://developers.google.com/cars?hl=ko우선 자동차의 소프트웨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볼보자동차 뿐만 아니라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의 차량 소프트웨어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정확히 말하자면 ‘플랫폼’입니다. 차량 소프트웨어는 간단히 말해 플랫폼(안드로이드) 위에 OS(시스템), 그 위에 앱(어플리케이션)이 있는 구조입니다.
볼보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Android)로 구동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차와 통합한 자동차 브랜드로, 볼보자동차 글로벌에서는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구글 플레이스토어, 지도 및 음성인식이 결합된 GAS(Google Automotive Services, 구글 자동차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법적인 규제로 GAS가 불가한 지역이기 때문에, 지난 2021년 XC60 모델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패키지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국내에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얼핏 보면 기존의 티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합니다. 실제로 볼보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의 개발 의도에는 국내 운전자들에게 가급적 친숙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표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볼보 인포테인먼트는 단순히 티맵을 미러링한 것이 아니라 볼보만의 자체적인 튜닝이 들어가있습니다.
예컨대 볼보 차량 내 티맵에는 볼보자동차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카테고리가 별도로 있으며, 충전소의 경우 볼보 전용 충전소를 우선으로 노출하게 되어있습니다. 볼보 고객 전용 어플리케이션도 차량 내에서 제공하죠. 무엇보다 ‘누구 오토(NUGU Auto)’와 연계해 차량 시스템을 음성으로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특히 누구 오토와의 협업 과정에서 볼보는 판매 중인 모든 차량의 실내공간을 샘플링해 차량별로 음성인식 설정값을 다르게 세팅하는 등 세심한 공을 들였습니다. 그 결과 음성인식의 정확도를 98%까지 높였습니다. 운전 중 물리적인 조작이 거의 없이 음성으로 차량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세팅해 보다 안전한 운전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와 같은 편리함 덕분에 현재 볼보 인포테인먼트는 국내 전체 주행가능 차량 중 무려 90%의 순정 내비게이션 사용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볼보자동차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서비스의 특장점
(2) 다양한 서드파티 어플리케이션 도입의 용이함
앞서 차량 소프트웨어는 크게 플랫폼, OS, 어플리케이션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을 드렸는데요. 볼보의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ndroid Automotive OS, AAOS)를 기반으로 볼보자동차에서 직접 개발한 자체 UI/UX 시스템입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 기반 OS는 크게 AAOS와 ASOP로 나뉩니다. AAOS는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기반한 차량 전용 OS로, 차량에서 공통 및 기본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표준화해 제공하는 OS입니다. 반면 AOSP(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 Android Open Source Project)는 일종의 ‘뼈대’와 같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차량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을 OS를 통해 기본 제공하는 AAOS와 달리, AOSP 사용자는 OS 및 API 라이브러리와 같은 표준작업을 OEM에서 개별로 지정해 사용해야 합니다. AOSP는 오픈소스 플랫폼에서 자체 개발하는 OS이기 때문에 OS 라이센스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소 생소한 용어를 설명하는 이유는 AAOS를 차용한 이유가 볼보의 인포테인먼트 지향점과도 맞닿아있기 때문입니다. AAOS의 경우 서드파티 어플리케이션 제공자들의 진출이 용이합니다. 표준화된 API 및 라이브러리 규격을 제공하기 때문에, 어플리케이션의 화면 해상도를 차량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 정도만 거치면 되기 때문입니다. 볼보자동차는 AAOS 채택을 통해 인포테인먼트 시장의 활성화 및 공유화를 지향하며, 서드파티 앱 제공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차량 앱을 개발하고 무료로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볼보자동차는 차량 내 '티맵 스토어'를 통해 음악, 오디오북, 웹 브라우저, 뉴스 등 다양한 서드파티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추후에도 OTT 서비스 등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볼보자동차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서비스의 특장점
(3) 어플리케이션 업데이트 및 유지보수의 편의성
AAOS의 또다른 이점은 유지보수와 수정의 용이함입니다. AAOS의 경우 구글과 협력해 보안, 접근성, API 등 대규모 안드로이드 플랫폼 업그레이드를 지원합니다. 볼보자동차는 2021년 XC60을 시작으로 현재 3번의 대규모 안드로이드 플랫폼 업그레이드를 무상으로 제공해오고 있습니다.
볼보자동차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OS 업그레이드에 맞춰 고객에게 최신 소프트웨어를 우선적으로 제공합니다. 또한 티맵 스토어를 통해 개별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실시간 OTA(무선 업데이트)도 가능하죠. 어플리케이션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정 이후 업데이트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실시간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앱에 오류가 발견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서버 오류일 경우 즉시 수정 내용을 적용하며, 앱 업데이트가 필요한 오류의 경우 내장된 자체 앱스토어를 통해 핫픽스(Hotfix) 또는 정규 업데이트를 진행해 빠르고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제공하며, 고객 편의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AAOS를 채택하느냐, AOSP를 채택하느냐의 쟁점이 정답과 오답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느 OS를 선택하든 결국 제조사가 어떤 서비스를 어느 정도의 뎁스로 제공하는지, 유지보수를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고객의 경험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여정과 이동의 자유(Freedom to Move)라는 볼보자동차의 아이덴티티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생태계 구축을 통한 서비스의 다양성, 끊김 없는(seamless) 커넥티비티 경험을 만나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시대, 볼보는 그 답을 향해 누구보다 빠르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