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후 첫 임신, 그리고 하루하루 불안해하며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일상
지난주말 8주를 넘어 가면서 저녁에 배가 좀 심하게 콕콕 찌릿하고 아픈 느낌이 들었는데, 찌릿한 그 느낌이 지난번 유산 직전에 느낀 느낌이랑 아주 비슷했다. 그리고 나서 지난주 내도록 별 배 통증도, 당김 도 없고 콕콕 찌르는 던 것들이 갑자기 싹 다 멈춘 것 같았다.
게다가 미식거리던속 마저도 아침 저녁으로 멀쩡하고, 몸도 갑자기 가벼워 진 것 같고 또 갑자기 그런 증상들이 없어지면 계류유산일지 모른다는 몇몇 인터넷 포스팅을 보면서 엊그제 부터는 거의 유산이라고 확신하게 되면서 계속 불안했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 아침. 원래는 수요일에 진료예약이 되 있었는데 기다리지 못하고 오늘 병원 문여는 시간에 바로 전화해서는 혹시 오늘 가능한 시간이 있냐고 부탁해서 간신히 오늘 점심 시간으로 예약을 잡았다.
아침에는 또 하필 보스와 2023 워크 플랜 미팅이 있었다. 올 한해 내가 맡게 될 프로젝트들이 어떤 것일지를 이야기하는 미팅이였다. 보스 이주 휴가를 다녀와서 처음 한 미팅 이였는데 그 와중에 그녀는 머터너리리브, 그러니까 우리나라말로 산후휴가를 곧 가게 될 동료 소식을 전하면서, 그녀가 몇달간 자리를 비울 사이 우리가 메꿔야 하는 어스인먼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실은 몇일전 내꿈에서 쌩뚱맞게 40후반의 보스가 임신 소식을 전하고 나는 병원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진료를 받던 꿈을 꿨었다. 꿈속에서도 임신소식을 전하는 보스가 너무 부럽고 샘이 났는데, 그녀본인이 아니라 다른 동료 이야기를 해서 속으로 정말 놀라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나는 지금 유산인 것 같은데 또 그런 소식을 들으니 더 착찹 해졌다. 그리고 보스는 내 커리어를 위해서 다음 승진을 생각했을 때 올해 더 이것저것 챌링징한 어사인트먼트를 리드 했으면 좋겠다, 어떤걸 맞고 싶을지 자기 한테 팔로업 이메일을 해라 뭐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속으로 내가 원하는게 그게 아니라 8월까지 아기를 무사히 지키고 나도 정말 산후휴가를 가고 싶은데 하는 별별 만가지 생각이 속으로 스쳤다. 이미 유산이라는 생각이 120퍼센트 들어서, 나도 모르게 아 이번에 또 아기가 잘못되면 험한하나 어디든 그냥 힘든 어사인먼트를 맡으러 가겠다- 하는 그런 생각도 들고 하나님이 내게 원하시는건 정녕 열심히 일이나 열심히 하는가 등등 부터해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유산소식을 오늘 듣게 될거라고 그러지 놀라지 말라고, 그런 방어기제가 작동했다. 아마 지난번 첫 유산소식에 너무 놀라서 이번엔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은 그런 마음인걸까?
남편에게 정말 불안하다고, 유산이 확신하다고 그런 소식을 계속했다. 남편은 처음엔 괜찮을 거라고, 아이는 무사히 할거라고 했지만 오히려 그게 싫었다. 유산이 되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유산이 되면 우리가 어떻게 할지 이야기기 좀 해 보자고 그랬다.
그러면 또 남편은 담담하게 그런다, 진짜 그렇게 되면 뭐가 먹고 싶냐고. 먹고 싶었던 미디엄 레어 스테이크 먹으러 가자고. 스시먹으러 가자고. 그렇게 차분히 이야기하는 남편이 밉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는 이렇게 감정적으로 흔들리는데 차분하게 기다려주고 잡아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점심시간 진료시간이 다가와서 우버를 타고 갔다. 병원을 들어 서면서도 그리고 웨이팅 룸에서 의사선생님을 기다리면서도 계속 기도했다. 정말 유산인것 같은데 그래서 미라클을 부탁하는 기도였다. 그만큼 유산이라고 아이가 더이상 괜찮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니님이 유산이 이미 된 아이까지 살려주실 수 있을까, 그건 너무 큰 부탁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짧게 인사를 하고 너무 불안하다고 하소연을 하자 선생님은 바로 울트라 사운드 검사를 시작했다. 너무 무서워서 스크린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선생님이 아이가 심장이 멈췄네요, 없네요 뭐 그런 이야기를 곧 할 것 같아서. 근데 선생님이 그랬다.
아이가 이렇게 잘 있는데요 보세요!!
심장도 뛰고 모든게 정상입니다~~
아주 짧고 무심하게 그리고 금방 사진을 프린트해서 주시고는 꺼버린다;;;
이 병원의 특징은 선생님이 울트라 사운드를 아주 짧게 보여주신다는것, 아마 길게 기게를 넣어서 보는게 아이에게 질에 안좋아서 그러는걸까 뭐 아무튼 기쁜 마음에
아 너무 감사하다고 아 정말 아이가 유산이 된줄 알았다고 딱 그 두문장을 말하는게 눈물이 거의 핑 돌았다. 그리고 선생님은 옷갈아 입고 자기 방에서 보자고 하고 나가셨다.
남편에게 문자를 급 두단어를 보냈다.
오마이갓. 얼라이브.
그리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선생님은 뭐 아주 담담하게 그냥 모든게 정상이고 지난번 피검사 때문에 걱정이 되는 빈혈과 혈소판이 낮을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살이 조금 빠졌다고 아마 걱정을 많이해서 제대로 못먹어서 그런거냐며 걱정 해 주셨다. 그리고 철분을 따로 챙겨 먹으라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혈소판 수지가 90으로 이렇게 낮아서 점점 나아질까바 걱정이니 혈액전문 담당의를 만나보고 이야기 하자고. 많이 걱정하지 말고 그분이랑 자기랑 같이 플랜을 만들면 된다고 그렇게 안심시켜 주셨다
오늘이 주수 상으로는 9주 이틀이 되는 날이라 NIPT 검사를 하는게 조금 이른감이 있는데 뭐 다시 하게 되더라도 오늘 온김에 그냥 피뽑고 가라고 하셔서 그렇게 다 하고 돌아왔다. 지금 뭐 그게 문젠가요. 아이가 살아있다는데.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습니다 전.
정말이지 얼마나 기쁜지, 간소사가 들어와서 피를 뽑자는데- 아주 그냥 실컷 뽑아가시오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아픈지도 모르고 정말 아이가 아직도 무사하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한 마음에 둥둥 차면서 그렇게 걸어 나왔다.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내리고 바로 우버를 불러서 집으로 갈까 하는데 병원 바로옆 유명한 쉑쉑버거 햄버거 가게가 눈에 띄었다. 선생님이 철분 잘 챙겨먹으라는 이야기도 생각나고. 문열고 들어가서 소고기 패티 두개나 들어간 더블치즈버거를 시켜서 들고 집에 와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먹었다. 정말이지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다. 역시나 미식거림 따위는 없고 몸은 가볍고 정말 임신인지 1도 모르겠지만 오늘 무사히 있는 아가를 보고 왔으니 오늘 하루쯤은 정말로 마음편히 먹고, 또 그만큼 아이도 쑥쑥 크는 그런 상상을 했다.
다음 울트라사운드까지 또 3주가 남았고 오늘 NIPT 결과도 2-3주 정도후에 알려주신다고 했다. 또 기다림의 연속이다. 이렇게 계속 불안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직도 뭔가 부모님들 친구들에게 이야기 할 용기가 안난다. 아마 3주 더 기다렸다가 12주 NT 검사 테스트까지 무사히 지나가면 이야기 해 드려야지 생각한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아기에게 미안하다. 나름 매사에 걱정이나 불안함이 많이 없는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왜이렇게 임신 앞에서 이렇게 불안한지. 지난번 유산 탓인지. 이번임신을 알고 제대로 기뻐하고 뱃속의 아이를 제대로 축복한적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이미 떠났다고(;) 생각하고 불안해하고 유산에 대해서 잔뜩 검색이나 해보고.
다음 3주를 또 어떻게 보내야할지 걱정이긴 하지만 좀 더 긍적적으로 생각하기로 다짐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