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인 언니와, 안사돈어르신을 위해 그리고 엄마
1년 전 보관해 둔 늙은 호박이
윗부분이 무르고 검어지길래
죽을 해 먹어야겠다고 결정.
껍질을 까고 잘라 넣어
끓는 물에 익히니 하나의 숙제를 해결한 듯하다.
유통기한 지난 위보호 약을 먹어
장염에 걸린 언니를 위해
오래간만에 부지런히 죽을 쒔다.
안사돈 어르신도 호박죽을 드시면
몸을 보하고 좋아하실 것 같아서
찰쌀, 현미, 쌀밥을 믹서기에 돌려서
같이 갈아내었다.
간은.. 내가 괜찮은 정도로 삼삼하게..
나도 먹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
안사돈어르신은 간을 더 해서 드시니
맛있다고 하셨으니 만족한다.
이 늙은 호박은 1년 전 엄마가 주셨다.
엄마는 아빠의 여자친구였는데..
결혼은 안 하시고 잠깐 같이 사셨다.
원 없이 “엄마”를 불러봤다.
뇌출혈로 반신마비가 오셔서 여러일이 있었고,
지금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지만..
1년간 호박을 보며 엄마 생각을 했다.
나에게 주신 따듯한 손길과 음식.
그리고 네 식구가 함께 모여 먹는 저녁밥.
모두 엄마가 선물해 줬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연락은 못하고 있지만
건강을 되찾아 잘 지내셨음 하는 바람이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