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3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나의 인생책이다.
<데미안>에서의 두 세계는 나의 두 세계와도 많이 닮은 듯하여
나는 어린 시절을 사무치게 떠올리며 읽었다.
세상의 전부인 줄만 알았던 알 속에서 작은 구멍을 내어 바깥의 매혹적인 세상을 보게 된 순간,
모든 미성숙한 아이들은 놀라고 감탄하며 호기심으로 가득찰 것이다.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에 어떻게 그것을 뚫고 나가지 않을 수 있을까.
싱클레어는 그 작은 구멍으로 오랫동안 바깥을 훔쳐보며 괴로워하고, 고민하고 방황했다.
단단한 알껍데기는 쉽게 깨지지 않고 바깥세상은 점점 더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 과정들이 많이 고달프고 힘겨웠을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 나는 가족들과 화목하고 단란하게 어울리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가족 구성원 중 나만 삐걱대고 겉돌며 힘들어했던 것 같다.
나는 건강하게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고, 질풍노도의 사춘기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었다.
집이라는 울타리에서 늘 벗어나고 싶었고, 가족 내에서 아웃사이더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교사였던 엄마, 크고 작은 사업과 음주로 바쁘셨던 아빠, 나이 차이 나는 오빠 사이에서
나는 혼자 인형놀이를 하며 외로움을 달래던 아이였다.
누군가와 함께 속 얘기를 터놓고 싶었지만,
반듯하고 모범적이면서 감정표현에는 서툰 엄마와의 간헐적인 대화는
내면의 외로움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나는 부모님 말씀에 대체로 불순종하고 반항함으로써 내 존재를 드러냈다.
아마도 ‘나에게 더 관심을 갖고 사랑을 주세요.’라고 부르짖는 애처롭고 미성숙한 반항이었을 것이다.
‘외로움’은 내 10대와 20대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될 만큼 내 삶의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내 나름대로 여행도 하고 앞날을 설계해나가며
나는 그럭저럭 사회의 구성원으로 크게 모나거나 모자라지 않은 사람이 되어갔다.
직장에서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일을 해나갔고, 가정에서도 속 썩이는 딸이 되지 않으려고 다짐했다.
사회생활을 오래하며 성장해갈수록 나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주변 세상을 향해 돌리게 되었다.
삐걱거리던 나도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세상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갔다.
여전히 내 안에는 더 관심 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응석을 부리는 아이와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회에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어른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나는 아이가 고집을 꺾고 어른 품에 안기길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