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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영 Apr 22. 2022

당신의 트렁크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feat. 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 展


얼마 전 명동 <타임 워크>에서 진행되고 있는〈레전더리 루이비통 트렁크展: Legendary Louis Vuitton’s Trunks>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는 루이비통 트렁크 2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이들은 루이비통 본사가 아닌 스웨덴 콜렉터 '매그너스 말름' 개인의 소장품입니다.


1800년 대부터 루이비통이 제작한 트렁크들을 단일 최대 규모로 모아 놓았고, 세계에 한 두 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트렁크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잠시 시간을 내었죠. 기사에 따르면, 전시 작품 환산액은 약 1조 원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본 전시는 레전더리 트렁크들을 당시 생활 상과 트렁크 소유주의 스토리들과 함께 프리젠테이션했습니다. 빈티지, 레트로 무드로 시대 상황별 대형 모형과 트렁크 혼합 전시, 트렁크 소유주의 룸 구현, 역사 및 흥미 유발 용 프로젝터 영상 상영 등으로 관람객의 주목을 끌고 있었습니다. (영상 촬영 불가로 스틸 컷으로 첨부)


본 업으로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파트에 오랫동안 관여해오기도 했고, 50여 개국이 넘은 나라를 다니면서 아무리 바빠도 주요 전시나 갤러리는 일부러 챙겨서 가 볼 정도로 관심 분야라, 아쉽게도 전 이런 전시에 가면 마냥 즐기게 되지는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직업병이 도지는 것이지요.


장소 선정의 적절성, 전시 체험의 몰입도 설계, 내부 전시 마감 및 청결 관리, 브랜드 저니의 첫출발인 외부 브랜딩 및 운영 계획 및 관리 등에서 다소 아쉬움이 보여서, "왜 그랬을까? 시간이 촉박했나? 본지사간 협업이 어려웠나?"란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전시장을 돌아본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 전 포스팅해드렸던 무료 관람이던 구찌 전시회와는 달리, 1만 6천 원에서 2만 원대 관람료를 지불하도록 설계되었는데도 말이죠.




그러나, 역시나 저는 멀지 않은 곳에 계시다면 한번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요즘 디지털 세계에서 원하는 정보를 아무리 모두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자신의 오감으로 실질적인 체험을 해보는 것은 매우 값진 것이니까요. 무엇보다도 본 전시에는 전시물 프리젠테이션 방식과는 상관없이, 오리지널 콘텐츠가 주는 감정의 선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트렁크들이 참 많습니다. 미국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1960년대를 풍미한 할리우드 여배우 주디 갈랜드, 슈즈 디자이너 마놀로 블라닉, 에펠탑과 뉴욕 자유의 여신상 탄생에 기여한 구스타프 에펠, 북극 탐험가 루이스 아르너 보이드, 맥아더 장군, 타미 힐피거부터  ‘노인과 바다’로 1952년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소설가, 제가 참 좋아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까지, 이들의 가방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트렁크의 용처도 참 다양했습니다. 권투 글러브, 총, 향수, 화장품, 시가, 캐비어, 악기, 게임, 책, 옷, 신발, 주얼리, 보드를 담는 다양한 트렁크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당대 역사와 트렌드, 그리고 소유주의 취향까지 고스란히 묻어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오늘 브런치에 이 전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사실 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서의 리뷰보다는 제가 했던 삶에 대한 성찰 때문입니다.


전 전시를 돌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 가방에는 주로 무엇이 들어있었지?"


여러분께도 조심스레 똑같은 질문을 드려 봅니다.


"여러분의 트렁크 혹은 지금 들고 다니는 가방에는 주로 무엇이 들어 있나요?"


참고로 어떤 브랜드의 가방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매는 가방의 브랜드가 중요해지지 않은지 오래되었습니다. 소싯적에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특이한 디자인이라면 가방을 사들이며 수집하던 시절이 있긴 했습니다만, 언제부터인가 소지품보다는 저 있는 그대로의 가치가 더 빛나기를 바라는 맘이 점점 커져 버렸습니다. 제 물건보다는 저 자신, 즉 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엇보다 제 맘이 더 중요하다는 깨닫게 되니, 무엇을 모은다는 행위에 의미가 적어지더군요. 나이 들어서 인가요? ^^


그래서, 어떤 브랜드의 가방을 들고 계신지, 들고 싶으신지를 생각해보시라 여쭤보는 것이 아니라, 갖고 계신 가방에 주로 무엇이 들어있는지 여쭤 봅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버스 타고 출근하여, 건물 청소하시는 할머니의 가방 속에는 허기를 채울 두유가 들어있기도 할 것이고, 밤늦은 시간까지 수험 공부를 하는 학생의  가방 속에는 암기장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일하면서도 아이에게 자신의 젖을 먹이고 싶은 워킹 맘의 가방은 남들 가방보다 덜 이쁘더라도 더 넉넉한 크기로 유축기를 담고 있을 것입니다. 건강이 안좋으신 분은 약이 들어 있겠죠.


29살 때 혼자 떠났던 제 여행 트렁크에는 책들이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30대 출장 가방에는 책이 더 이상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일할 것, 공부할 것, 놀 것, 꾸밀 것들로 가득 찼었지요. 책을 넣으면 무거워서 매번 꺼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저는 또 다른 것들로 제 가방을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저는 신이 주신 제 본연의 저 다움, 저만이 지닌 아름다움, 선함을 해하지 않는 것이기를 바라며 채우려 합니다. 헤밍웨이나 주디 갈랜드처럼 제 가방을 누가 콜렉트 하지는 않을 지라도 저 스스로에게는 소중한 제 가방을 귀중하게 채우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가방에도 여러분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것들로 채우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PS.


최근 루이비통 모델, 콜라보 대상에 정호연, BTS가 있습니다. 50년, 100년 후 이 브랜드 트렁크 전시회에는 이들의 트렁크도 전시될까 궁금해집니다. 이들은 우리 한국의 자긍심을 전 세계에 알려주는 소중한 이들이죠. 삼성과 현대, 기아 등 대기업 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알리는 지금 이 순간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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