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AI 장착해 혼종성 강화, 코어 지키며 합종연횡해야
지난주 경북 경주에서 2025 APEC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여 '경주선언'을 채택했죠. '연결·혁신·번영'이라는 3대 중점 과제를 중심으로 무역·투자·디지털 혁신·포용적 성장 등 주요 경제 현안을 다뤘습니다.
AI와 브랜딩 컨설팅, 집필을 하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이번 회의에서 눈에 띄는 건, 당연히 APEC 역사상 최초로 'AI 이니셔티브'가 공식 선언문에 명문화됐다는 점입니다. AI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 촉진, 역량 강화 및 AI 혜택의 확산, 민간 부문의 회복력 있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죠.
또한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7건의 MOU가 체결됐는데, 이 중 AI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번 APEC에서는 'AI 깐부', '치맥 동맹'이라는 화제를 낳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역대급 '치맥 회동'이 언론과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죠.
우리나라는 엔비디아와의 우선 공급 계약으로 GPU 26만 장을 확보하여,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AI 인프라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는 점도 이번 APEC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기록됩니다.
APEC 직후, 엔비디아가 이에 대한 답례로 누리꾼들에게 '한국 헌정 영상'이라 불리는 '한국의 차세대 산업혁명'이란 영상을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리며 'AI 동맹'을 강조한 것도 인상 깊은 점입니다. 영상 보기
이런 시점에 제가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기고한 칼럼 「AI 시대, K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을 브런치 독자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어 소개합니다.
새 정부가 대한민국을 'AI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내세우며 국가 차원의 투자와 제도 정비를 추진하는 가운데, 각 기업은 AI 인프라 투자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래서 AI 시대 K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전략을 적어보았습니다.
이 칼럼에는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 공동연구소장인 제임스 랜데이(James Landay) 교수와의 인터뷰도 실었습니다.
랜데이 교수님은 저와의 대화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 언어만으로는 충분한 AI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다"며, 특히 한국, 싱가포르, UAE, 스위스 같은 나라와의 국제 협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DBR에서 이례적으로 14페이지 분량을 실어준 만큼, 꽤 밀도 있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구체적인 AI 활용 사례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APEC에서 AI 협력의 새 장이 열린 지금, K 브랜드가 어떤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궁금하시다면 전문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DBR은 유료 매거진으로 보시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아래와 같이 핵심 내용을 간략 요약해서 또한 공유합니다. 외국 친구들을 위해 영문화한 자료도 글 하단에 업로드하니 영어가 편하신 분들은 이를 참고하셔도 됩니다. 사례별 이미지도 보실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한 주도 다시 돌아오지 못할 소중한 시간으로 의미 있게 보내시길 바라며,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건강 또한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관련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nwhy@nwhy.kr로 편히 문의주세요.
극소수 스타만 살아남는다
포춘 500 기업 중 1955년부터 현재까지 70년간 지속적으로 순위를 유지한 기업은 전체의 9.8%(49개사)에 불과합니다. 기업의 평균 생존 기간은 67년 전 61년에서 최근 18년 이하로 급격히 단축됐죠.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확고한 브랜드 가치와 비전을 바탕으로 AI를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는 극소수 스타 브랜드와, 평범한 기술과 역량으로 가성비를 앞세워 언제든 유사 브랜드로 대체될 수 있는 다수의 브랜드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것입니다.
기술적 우위는 언제든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챗GPT와 퍼플렉시티가 리서치 기능을 잇따라 선보이자 시장에는 다양한 AI 리서치 에이전트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서비스를 병행하거나 전환하는 '멀티호밍(multi-homing)'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격전지에서는 기술적 우위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AI 기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진정한 차별화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강자라도 AI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쥐라기 시대의 공룡처럼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명품도 AI로 혁신 중
장인의 손길이 한 땀 한 땀 깃든 수작업을 고수해 온 명품 기업들도 AI 혁신에 나섰습니다. 기술을 유산의 위협이 아닌 미래 확장의 도구로 재정의하고 있죠.
핵심은 '기술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기술을 쓰느냐'입니다.
LVMH는 구글, 알리바바와 손잡고 'AI 팩토리' 설립, 사내 교육용 AI 챗봇 운영, 파리의 'AI 아카데미' 설립까지 나아가며 AI를 명품 DNA에 내재화하고 있습니다. 1억 5천만 원짜리 시계를 파는 위블로는 AI로 디자인 실험을 진행하며 웹사이트 개인화를 구현했고, 중국 시장 진출 시 80개 제품 영상을 단 2주 만에 제작했습니다.
로레알은 100만 개 이상의 피부 데이터를 학습해 1억 가지 조합으로 개인 맞춤형 뷰티 프로필을 생성하는 '노리(Noli)'를 선보였고, 캐드버리는 볼리우드 배우의 디지털 트윈으로 2,000개 소매상 맞춤형 광고를 무상 배포했습니다. 불가리는 AI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과 협업해 77년간 축적된 디자인 아카이브를 서울·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몰입형 체험 전시로 재해석했습니다.
이들은 AI를 단순한 효율성 도구가 아닌, 브랜드 정체성 강화와 감성적 연결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AI전환의 핵심 키워드 4가지
삼성생명·롯데·농심·KB라이프생명·서울우유 등 한국 기업들도 AI를 활용하지만, 대부분 배우의 과거 모습 구현, 세트 제작비 절감 등 비용 절감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카메라를 필름 절약 수단으로만 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AI 기술 덕에 과거 장기간 수십 명의 인원과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던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광고·캠페인 제작을 한 명의 스타급 AI 크리에이터가 오피스텔 월세 값 정도 구독료로 몇 주 만에 완성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지만, 이는 AI 잠재력의 일부일 뿐입니다.
AI는 콘텐츠 제작을 넘어 브랜딩 워크플로 전체를 재구성할 수 있는 범용 기술입니다. 전략 산출·경험 설계·콘텐츠 제작·캠페인 실행·성과 측정·리스크 관리까지 모든 단계의 데이터 기반 AI 전환이 관건입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네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자동화, 실시간, 예측성, 초개인화입니다. AI는 목표 시장과 핵심 잠재 고객을 정밀타격하듯 정확하게 포착하고 이들이 무엇에 반응할지를 예측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다채널 맞춤 경험을 자동 생성합니다. 이제는 '개인별 브랜드 유니버스'가 하나씩 생성되는 시대입니다.
혼종성의 성공: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올여름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강타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애니메이션으로 디즈니를 이긴 최초 사례로, OST 전곡은 40여 개국 스포티파이·빌보드 등 글로벌 차트를 휩쓸고 있습니다.
케데헌은 할리우드 자본과 한국 K 팝 제작 역량, 아이돌 문화가 결합된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콘텐츠입니다. 프로듀서 테디, 작곡가 김은재, 트와이스 메인보컬 등 한국을 대표하는 월드클래스 뮤지션들이 참여했고, 극 중 북촌 한옥·김밥·라면·민화·무당 등 한국적 디테일이 곳곳에 살아있습니다.
이 작품의 돌풍은 K 컬처의 '코어(core)'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자본·플랫폼과 개방적으로 협업하고, 트렌드·장르·이질적 문법을 과감히 섞어낸 하이브리드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K 컬처의 성공을 가져온 혼종성을 AI 시대 K 브랜드의 코어로 삼아야 합니다.
K 브랜드 코어 전략
K 브랜드가 나아갈 길은 명확합니다.
① 개방형 AI를 장착하고
단일 기업이나 국가만의 힘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AI 헤게모니를 차지할 수 없습니다. 공유와 협력 기반의 생태계만이 지속적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② 한국적 코어를 지키며
제가 새롭게 주창한 단어인 ‘브랜드 코어’에서 코어는 단순한 핵심이 아닙니다. 그것은 브랜드 존재의 본질(pith)이자, 독창성(originality)이며, 정신적 가치(ethos)입니다. K 브랜드의 코어는 한국에 있습니다. 브랜드의 코어를 한국에 둔 채 글로벌화해야 합니다.
③ 세계와의 상호작용으로 확장
한국은 EU·아세안·중동과 협력해 조화를 이뤄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적 코어는 폐쇄적 고유성이 아닙니다. 세계와의 긴밀한 협력, 데이터 공유와 결합, 다양한 문화권의 다원적 해석 속에서 비로소 힘을 발휘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말은 한국 고유의 것이 무조건 세계에 통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의 코어를 지키면서 세계의 공감을 얻으려는 능동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세계의 문화와 가치를 수용할 때 한국적 가치가 세계에 통할 수 있습니다. 바로 혼종주의 전략으로 무장하여 나아가야 합니다.
전통의 레거시 브랜드도 AI를 미래 생존전략으로
LVMH I 구글, 알리바바와 협력해 전사적 AI 전환, AI 팩토리 설립, 사내 교육용 AI 챗봇 운영, 파리 AI 아카데미 설립, 수요 예측·재고 최적화·개인화 추천 I AI를 명품 DNA에 내재화하는 전략적 도구
위블로 I AI로 디자인 실험 (10-12개 제품 디자인 무료 생성), 웹사이트 개인화, '남편의 50번째 생일 선물' 입력 시 맞춤형 상품/레이아웃 자동 조정), 중국 시장 진출 시 80개 SKU 브랜드 영상을 2주 만에 제작 I 고가 제품의 디자인 실험 및 개인화된 고객 경험 제공
로레알 I AR 기술 기업 모디페이스 인수, 피부 진단·가상 메이크업·헤어 컬러 체험, 뷰티 마켓플레이스 '노리(Noli)', 100만 개 이상의 피부 데이터와 수천 건의 제품 포뮬러 데이터 학습, 1억 가지 조합으로 개인 맞춤형 뷰티 프로필 생성 I 초개인화된 뷰티 솔루션, 과잉 선택 피로도 감소
불가리 I AI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과 협업, 70년 이상 축적된 디자인 아카이브와 2억 개 자연 이미지 학습, 로봇 기술과 결합한 데이터 기반 입체 조각, 서울·상하이 등 주요 도시 몰입형 체험 공간 전시 I 브랜드 헤리티지의 현대적 재해석 및 신제품 프로모션 활용
캐드버리 I 샤룩 칸 마이 애드 캠페인(인도 디왈리 축제 시 볼리우드 배우 샤룩 칸의 디지털 트윈 제작 → 2,000여 개 소매상 맞춤형 광고 무상 배포), 창립 200주년 <마이 캐드버리> 캠페인 (고객 셀피로 빈티지 포스터 약 70000장 이상 자동 생성) I 감정적 연결고리를 만드는 브랜딩 수단
브랜딩 전문 에이전시와 툴의 AI 혁신
펜타그램 I 미국 정부 Performance.gov 웹사이트 리디자인, AI 도구 미드저니로 1,500개 이상 아이콘 제작, 3개월 기간에 5명의 디자이너가 완료 I 창작 역량 증폭 도구
어도비 I 생성형 AI 툴 '파이어플라이' 업그레이드, 펩시코·에스티로더 등 포천 500대 기업에 AI 서비스 공급, 3년간 연평균 20%대 성장 I 디자인 생산성 향상
AI 기술로 브랜드 경험의 질 향상
후프 I 개인화된 피트니스 데이터 기반 실시간 콘텐츠 추천, 개인의 신체 변화와 컨디션으로 일상 콘텐츠 자동 구성 I AI가 사용자 정보 기반 개인화된 콘텐츠 제공
하이네켄, 코카콜라 I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소비자의 취향을 데이터로 분석,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수립 I 제품 개발
매거진 루이자 I 가상 캐릭터 '루 두 마갈루' 제작, 인스타그램 팔로워 800만 명, 브랜드 소식 전달·상품 리뷰·고객 응대 담당 I AI 인플루언서를 통한 브랜드 팬 확장
구글 × 워너브라더스 I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에서 초몰입형 AI 콘텐츠 공개, '오즈의 마법사'를 16K 해상도 원형 LED 디스플레이용으로 재창조, AI 기반 업스케일링과 장면 확장 기술 I 레거시 콘텐츠의 재창조
데이터의 전략적 자산화
에스티로더 I 마이크로소프트와 '컨슈머 IQ' 개발, 80년간 축적한 고객·마켓·상품 데이터를 AI로 분석, 인사이트 도출 I 데이터의 전략적 자산화, 미래 예측 및 실험 도구
AI 올인원 에이전트의 등장
구글 Veo3 × 칼시 I 예측 시장 플랫폼 칼시의 30초 광고 제작, 제작비 2000달러에 불과, 제작 기간 겨우 이틀, NBA 파이널 프라임타임 ABC 채널 생중계, 천만 뷰 돌파 I 극저비용·초단기간 고품질 메이저 방송 광고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