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 능력

선곡은 너무 짧고 자막은 너무 길다.

by The Joon

디자인은 심미적으로 온전치 못한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다. 주어진 여건 내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것을 실제 적용할 수 있도록 꾸며내는 일. 못생겨진 문제를 예쁘게 해결하는 일이다.

못생긴 녀석을 예쁘게 만드는 데는 나름 타고난 소질이 있어 웬만한 문제들은 해결한다. 대부분 내가 선택한 색과 형태가 썩 괜찮은 해결방법이 된다. 그래서 게임 속 적군을 쳐부스듯 열심히 두들기다 보면 문제는 어떡해서든 산산조각 난다. 손끝 맵게 타고난 손재주로 밀어붙이면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일이 끝난다.


그런데 어디 문제가 디자인에만 있던가. '문제'는 인생에 늘 산재되어 있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곧 일상이라 할 만큼. 아주 사소한 문제부터 대단한 문제까지 언제나 '문제'는 나의 개으른 기호에 맞서 내게 부지런을 채근한다. 길을 가다 보면 늘 맞닥뜨리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예쁘게 해결할까 노려보게 한다.


이 문제 때문에 미간은 찌그러지고 나는 못생겨진다. 내가 못생겨졌으니 나를 예쁘게 만들 방법부터 고심하면 될까. 이미 세상없는 문제를 만난 듯 심각에 빠져든다. 이제는 버릇이 되었는지 대단치 않은 것도 대단하게 만들어내는 재주를 갖추게 되었다. 티끌이 알갱이가 되고 알갱이가 뭉치가 되고 뭉치가 덩이가 되어서는 마침내 태산이 되고야 만다. 불어날 건 안 불어나고 별게 참 불어난다.


이 불어나는 문제의 실체를 직시하게 해 주는 아주 단순한 문구가 있다. “괜찮아, 별거 아냐.” 한데 이 말이 참 쉬워 보여도 그렇지 않다. 당장은 쉽겠으나 유지하기가 더욱 어렵다. 드라마에서처럼 음악 깔리면서 자막 몇 줄로 1년 뒤, 3년 뒤, 끝, 하면 참 좋겠으나 어딜 감히...


선곡은 너무 짧고 자막은 너무 길다.


그래도 예쁘게,

짧아도 예쁘게,

길어도 예쁘게,


쓰다듬고 다듬다 보면 반질반질 윤이 나겠지 한다.


선곡은 Stevie Wonder - As,

자막은 마포다카포로

예쁘게, 힘나게 그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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