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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문 Nov 01. 2021

건물은 유통기한이 없나요?

아파트 재건축 연한은 30년입니다.

지인으로부터 홍삼 알파프로젝트를 선물 받았습니다. 평소 건강보조식품을 챙겨 먹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잊고 지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꺼내 보았습니다. 아차 싶었는데 이미 유통기한이 훨씬 지나 버렸습니다. '변질되는 식품이 아니니까 이 정도는 그냥 먹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일반 건축주 입장에서는 일생에 몇 번 없는 중요한 일로서 집을 건축합니다. 평생에 한번 지을까 말까 하다 보니 도시에는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노후화된 건물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자연과 사람을 만들었고 사람은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전 인구의 8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도시의 자투리땅도 가만히 두질 않습니다. 집을 짓는다는 행위 자체가 건축사인 저한테는 그저 직업뿐일지는 몰라도 대개의 일반 건축주들은 그 일이 일생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오죽하면 건축설계를 하는 저 조차도 '나의 집을 짓는 게 소원이고 목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정말 큰맘 먹고 결심한다고 해서 아무나 집을 지을 수도 없습니다. 도로를 접한 대지를 구입하고 전, 답 부지는 용도변경을 해서 개발행위 허가를 득해야 비로소 건축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구한 땅에다 건축을 하면 대부분 평생에 걸쳐 살거나 자식들에게 대물림까지 해줍니다. 그러려면 집이 아주 튼튼해야 합니다. 유럽에서는 300년 된 고풍스러운 타일 건물도 현재까지 튼튼하게 잘 버텨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공기간이 짧은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낡고 손봐야 할 곳이 넘쳐납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인다.


연인관계에서만 쓰이는 말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내 집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애착을 가지고 집을 관리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원칙적으로 건물이 나이를 먹어갈 때 노화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노화가 진행이 더디고 천천히 흘러갈 수 있도록 꾸준하게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건축자재의 '유통기한'
지붕의 수선주기 8년
천장 5년
창호 문틀 10년
보일러 7년
전기배선 17년
급수시설 10년
단열 부분 15년

< 서울시 집수리 매뉴얼 중 '수선주기' >



골조건물  연식이 오래되면 외부 충격이나 하중에 의해 쉽게 부식된다.



오래된 집일수록 여기저기 금이 간 곳이 눈에 띕니다. 균열 발생 원인은 다양합니다. 용도변경, 리모델링, 하중 변화, 개구부 보강 등이 부족했을 때 균열이 발생합니다. 본건물이 아니더라도 주변 인접공사로 인한 주변 침하 현상으로 하중을 균일하게 받쳐주지 못하고 부동침하가 발생했을 때도 균열이 발생합니다.


콘크리트 골조를 제외한 수선 부분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교체 주기가 있습니다. 방치하거나 잘 모른다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생활에 불편함을 동반할 수 도 있고 안전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상태가 괜찮은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누수가 되어야 건물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내부적으로 눈에 안 보이는 천정 속 공간까지 전문가가 아니면 하자를 알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유통기한' 즉 자재 내구연한, 수선주기 등을 잘 알고 있다면 점검할 시기나 수선교체 일정을 잡아 더 큰 비용이 발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건물은 사람의 인체와도 닮았다.


수세기 동안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는 외기 등에 노출되었을 때의 약점은 극복되지 못했습니다. 캘리포니아대 파울로 몬테이로는 미 개척 국이 40년간 실험한 결과를 분석해서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는 특정 공식을 만들었습니다.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콘크리트의 물리적 성분입니다. 이 공식으로 기존 구조물의 남은 수명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 한국 과학기술정보연구원)


최근 들어 오래된 아파트의 불편함을 참고 견디면서 재건축이 될 날을 기다리기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편하게 사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뀐 것도 리모델링 활성화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재건축은 쉽게 말해 아파트를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을 말합니다. 완전히 허물고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새 집을 짓는 게 아무래도 편하겠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토지보상부터 택지개발 지정지구 계획까지 절차상 보통 10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이에 비해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의 뼈대는 남기고, 면적을 늘리거나 층수를 올려서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같은 리모델링의 장점에도 일반 재건축보다 공사 시공방법이 어렵고 분양 이익을 많이 낼 수가 없어서 적용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1차. 기초자치단체의 정밀 안전진단, 2차. 광역자치단체의 정밀 안전진단을 거쳐야 합니다. 재건축 연한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 ‘도시정비법 2조 제3호 라항,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조 3항' 준공된 후 20년 이상 30년 이하의 범위에서 시도 조례로 정하는 기간이 지난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재건축 연한이 30년이 넘었다고 해도 무조건 진행되는 것이 아니며 최우선적으로 안전진단이 통과되어야 추진단계에 이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새집, 신축건물에 살기를 원합니다. 낡은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도 결국은 새 아파트 입주권을 얻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거주하는 이유가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집에서만 살기 원한다 해도 도심에서는 꿈처럼 기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목적사업으로 인해 뉴타운이 형성되고 토지수용절차를 거치면서 강제로 이주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지진과 태풍이 빈번한 일본의 경우는 자연재해에 순응하며 처음부터 건물을 낮게 짓거나 외관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저 지진에 잘 견디도록 내진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내구성 연한을 길게 가져가는 것을 선택합니다. 디자인적 요소가 주는 건물의 아름다운 풍경은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건축자재비용이 일시적으로 크게 상승하여 건축시공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건축경기도 호전되고 있지 않아서 걱정이 큽니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처럼 건축규제 또한 맞물려 불경기 속에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모처럼 맞이한 쾌청한 가을 날씨에도 마음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건축사사무소 회인 대표 건축사
모일(회) 사람(인) 사람이 모이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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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kkm87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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