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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문 Oct 31. 2021

지금은 변화가 필요할 때

Time to Change

IMF를 지나 2008년 외환위기를 겪고 미지의 세계 미국 경험을 토대로 무작정 열심히만 살면 살아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미국에서 고생 고생했는데 '설마 거리에 나앉겠냐' 싶은 심정으로 책임보다는 건축사의 권리를 더 향유하며 안일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경제적인 파동과 나에게 닥친 작은 시련들의 무계가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지치게 했습니다. 그래서 2014년 4월. 마흔이 조금 넘은 나이에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다시 시작한 새로운 건축 영역이 비빌 곳 없는 몰인정함 속에서의 가까스로 생존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정말 어려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려움이 가중되다 보니 가치관의 변화도 생기고 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혼자 해냈다는 자부심과 구속되지 않은 자유 속에 개인사업을 시작했지만 직장생활과 개인사업은 엄연히 달랐습니다. 뒤늦게 혼자의 삶을 꾸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하는 일마다 불화를 초래하기 일쑤였습니다.



경기침체 속에서 그것들을 극복하느라 딴생각을 할 틈이 없었습니다. 한 번씩 진통을 겪으며 어려운 과정들을 거치고 나니 조금씩 생각의 변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부산'이었습니다. 경기침체의 시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되어주기도 했고,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잘 돌아갈 때는 새로운 변화들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인가 잘 안 풀리고 능률이 저하되는 것을 느낄 때 그것을 바로잡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규모 있게 쓰고 아껴 쓰면서 생활을 했는데 늘 여유가 없는 삶에 자책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현장을 뛰고 밤샘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구조적 문제는 내가 열심히 산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인이 너무 부러웠고 혼자 뛰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매일 고통스럽게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변화들을 모색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잘 압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계가 오고 말았습니다. 일 년이 지나 서울을 떠난 것을 후회하게 됐고 다시 원상복귀를 해야 하는 고달픔을 가족들과 함께 나눠가져야 했습니다. 미안했고 슬픈 일이었지만 그것 또한 '변화'할 때라고 우직하게 믿었습니다.




우린 가족이니까 '함께'라는 명분으로 너무 힘들게 고생시킨 일들이 두고두고 미안했습니다. 낯선 사투리 말과 지역 환경들의 급작스런 변화가 초래한 결과는 실망과 후회만이 남았습니다. 적어도 좋은 경험은 되었다고 위로했지만 얻은 것보단 잃은 것이 더 많은 변화였습니다.


또다시 되풀이는 되었지만 새로운 변화를 주도한 마지막 선택은 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참 많이 안정이 되었고 삶의 여유도 되찾았습니다. 위기가 기회로 바뀌면서 무엇보다도 가족이 더 끈끈하게 하나 된 것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쉽게 가치 있었다고 고집했던 일들도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었다고 훌훌 털어버리곤 합니다. 지금 현재도 우리가 겪는 경제 위기가 매번 반복되는 일상적인 경제 불황인지 아니면 습관적인 경기 불황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똑같은 실수와 무리한 변화는 꾀하지 말자는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건축사사무소 회인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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