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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해 Sep 28. 2024

2화. 사별했습니다

한국어 가르치며 사람을 배웁니다


직장인에게는 꿀 같은 요일이 있다면 바로 금요일이다.

두 번째 수업시간을 금요일 저녁으로 잡았는데 그 이유는 내 꿀 같은 시간에 타국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는 점이다.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와서 ZOOM 링크를 보내고 야투 씨가 접속하길 기다렸다.

10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아서, 보이스톡을 했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지? 15분. 1시간 지났다.

우리 학생이 사라졌다.



 와이파이가 꺼져서 수업에 못 들어왔어요. 선생님.


새벽에 카톡이 왔다.

믿자. 그래 믿자 다시 일주일을 기다렸고, 다음 시간에 만나기로 했다.

자원봉사 센터에서는 와이파이 문제이지만 무단 결석한 그녀에게 페널티를 부여했다.

앞으로 두 번 더 무단 불참하면 수업 받을 기회가 없어진다고 했다.





세 번째 날이다.

이번에 늦지 않고 나타났다.

사람은 세 번쯤 만나야 마음을 연다고 하던데, 아직은 어색하고 서로 뭘 어떻게 하더라도 아직은 어려운 마음이 조금씩 남아있었다. 워밍업이라도 할까 싶어서 그녀와 음식 이야기를 했다.  



김치전. 참치 김치찌개. 김치로 된 거 다 좋아해요.
김치는 담그지는 못해요.
사 먹거나, 무료 급식받아요.




묻기가 무섭게 김치에 대한 애정 어린 음식들이 한없이 쏟아졌다.

한층 마음이 편해졌다.

가까워진 느낌이다.

어디선가 7살짜리 막내아들 녀석이 엄마 품으로 달려들었다. 엄마를 만지고 팔을 잡아당기고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며 정신 사나운 수업 시간으로 변했다. 야투씨는 아프리카 말로 아들을 쫓아 버리고 다시 나타났다.


“선생님, 미안해요”


깍듯하게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니까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 좋았다.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저는 니제르에서도 일을 안 했고요, 한국에서도 일해본 적 없어요. 한국어 공부해서 일하고 싶어요” 

“선생님이랑 공부 열심히 해봐요.”


우리는 의지를 다졌다.


“그럼 남편은 무슨 일을 해요?”

“남편은 돌아가셨어요.”


아뿔싸. 지난번에 가족이 7명이라고 했었는데 사별한 남편까지 포함하여 말한 것이었다.


“어머, 미안해요, 몰랐어요. 언제 돌아가셨어요? “

“남편 돌아가신 지 두 달 되셨어요”


두 달 이라니.

표정 관리를 할 수 없었다. 그냥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선생님, 저는 거짓말 안 하고 싶어요.”


두 달이라면 상을 치른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다.

얼마 전 우리 남편이 응급차에 실려갔던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마음이 짠했다.

남편과 사별한 채 혼자 타국에서 살아가야 하는 야투씨의 처지가 불쌍했다.

그리고 아이 다섯. 이들을 어떻게 키워 나갈지 대신 답답해졌다.

수업하는 내내, 이상하게도 누군지도 모르는 관속에 누워 있는 야투 씨의 남편이 떠올랐다.

슬펐다.


수업을 마치고 초등학교 선생님인 친구에게 몇 가지 물어봤다.

외국인인데 혹시 나라에서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학교에서는 어떤 지원이 있는지 물어봤다.

모른다고 했다.

한국 국적이 아니면 도움 받기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음 시간에는 남편분이 어쩌다 돌아가셨는지도 조심스럽게 묻고 싶어졌다.

다음번 수업 때 한국 국적이 있는지도 물어봐야겠다.





다음 편 3화. <금빛 송곳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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