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가르치며 사람을 배웁니다
지난 번에 묻지 못한 몇 가지가 궁금했다.
“혹시 남편분은 어떻게 돌아가셨어요? “
“고혈압이랑 당뇨병이었어요. 병 생긴 지 4년되었고, 아무거나 먹어요”
“남편 먹는 거 잘 먹어야 하는데 아무거나 먹어서 안 좋아요”
“아이고. 그랬군요. 우리 엄마도 당뇨병 있어요.”
“음식 잘 골라 드셔야 해요. 야투 씨는 건강하죠?”
“네. 선생님 저는 건강해요”
야투 씨의 나이는 이제 마흔다섯이라고 했고, 남편도 오십은 넘지 않은 것 같았다.
지난 주부터 딸에서 남편의 사진으로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꾼 터라 잘생긴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남편의 키도 190센티미터의 장신이라고 했다. 매우 건장하신 모습이었다.
젊은 나이에 고혈압과 당뇨병이라니 그걸로 죽음에 이르다니 안타까웠다.
야투씨는 남편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놨다.
“남편은 한국에서 중고 자동차를 해외로 팔고 수입하는 일을 했어요.”
“돈 괜찮게 벌었어요. 전에는 이태원에서 살았어요. 잘 살았어요.”
“이태원에는 이슬람 사람 많아요. 친척도 있어요. 지금 문산에 살지만 이태원 가고 싶어요.”
한국에 와서는 이태원에서 괜찮게 살다가병이 생기고 허망하게 세상을 등진 모양이다.
4년간 병치레 하면서 이태원에서 문산까지 이사오게 된 것 같았다.
한국국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남편은 한국 국적이 있었어요.그래도 아이들도 한국 국적이에요 선생님.
"저만 아직 한국 국적 없어요 “
아버지 덕분 아이들도 자동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야투 씨만 한국 국적을 따지 못했고, 그래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어 선생님이지만, 다문화 상담사가 된 듯한 아련 한 마음으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했다.
중급인 야투 씨는 한자어로 된 단어, 예를 들면 '관찰하다, 조사하다'등을 잘 몰랐다.
또한 외국인이 잘 하는 실수로 조사를 두가지를 모두 활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선생님이가 말씀하세요” 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색한 표현 몇 가지만 수정하고, 단어만 많이 외우면 금방 원어민 수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고향,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면 방언 터지듯이 말을 쏟아내었다.
그럴 때는 본인도 놀라며 “선생님 제 말 이해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럼요, 다 이해했어요. 정말 말씀 빨리하셔서 놀랬어요” 라고 칭찬해 줬다.
웃을때 마다 오른쪽 금니 송곳니가 빤짝 빛났다.
아프리카 어느 왕족의 왕비처럼 부유하게 보였다.
“야투 씨 금니가 멋있어요”라고 칭찬해 줬다.
“그래요? 선생님? 니제르에서 한 거예요. 남편이 해줬어요. "
피할 수 없는 이야기 남편.
돌아가신 남편의 추억 한 스푼을 더 하고 말았다.
히잡 속으로 드러난 환한 웃음 속 빛나는 금 송곳니는 남편의 선물이었다.
다음 편 4화. <외출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