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한살, 그녀들의 사는 이야기
택시가 비닐하우스 거쳐갔다.
여기로 가는거 맞지?
긴가민가 조마조마했다.
밭도랑을 지나서 아파트 상가 앞에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꽤 오는 거리였는데,
이곳에 몇 명의 고객들이 올지 세아려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직장인 대상 상권인지, 주택가 대상 상권인지 타켓이 불명확한 상가 1층 친구의 개업식당으로 들어갔다.
“와~ 넓다.”
생각지도 않게 넓은 식당에 족히 100명은 들어와도 넉넉한 식당이었다.
주방은 친구 남편이 맡았고, 서빙은 친구가 담당했다.
프리미엄 돼지고기를 팔지만, 식당은 소박한 모습이었다.
친구 남편이 저렇게 살이 쪘었나 싶어 몇 번을 다시 쳐다봤고, 남편과 동갑인 친구가 오히려 앳돼 보였다.
화장기도 없이 하얀 얼굴이 더 어려 보이게 했다. 우리가 오늘의 첫 손님인 것 같았다.
식당 테이블에는 브루스터가 장착 되어있었고 여느 식당처럼 우측에 수저통, 휴지 서랍이 있었다.
프리미엄 삼겹살 4인분을 시키자, D 친구가 늦게 도착해서 자리를 같이했다.
손님 5명, 식당 주인 친구까지 총 6명이 모였다.
사실 우리는 대학교 친구이고, 우리 6명을 지칭하는 “카멜레온”이라는 이름이 있다.
카멜레온, 환경에 따라 보호색을 바꾼다는 파충류처럼 우리의 20대는 각자의 개성으로 잘 버텨왔다.
지금도 하나같이 다르게 살고 있는 인생이라 우리는 그냥 카멜레온 이름을 쓰기로 했다.
“프리미엄 삼겹살이 메인이네! 4인분 줘봐!”
불판과 함께 콩나물 파무침과 멜 젓, 마늘과 고추, 김치, 야채 그리고 된장국이 나왔다.
불판을 미리 데워놔서 그런지 고깃덩어리를 얹자 치~익 맛있는 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굽는 담당이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전액장학금 엄마 J와 우체국 공무원 S가 굽기 시작했다.
경의 중앙선과 서해선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의 재탕과 동시 D의 막내 딸 5학년의 사춘기 횡포를 들었다.
“삐지면 말을 안 해서 죽겠어. 내가 물어봤을 때 성당안 간다더니, 친구가 간다니까 간다잖아,
그래서 내가 고기도 먹다말고 가서 사진 찍어주러 가야하잖아, 미리 말을 하든가!
오늘도 말 안 하기만 해봐라”
우리 집 6학년에게는 못보던 증상인데,
그 집에 발현된 것을 보니 곧 조만간 내게도 사춘기 공격이 올 것 같다.
D는 인스타에서 아이돌 덕후로 살고 있다.
일본어도 잘해서 일본 친구들과 같이 BTS 아미로 본인의 위치에서 충실히 하고 있다.
“우리 다 먹어보자~ 고기 2인분 더 하고, 제육볶음 한번 먹어보자. 된장찌개도 줄래? “
제육복음은 볶아서 종이 호일이 나왔다.
고기 굽던 불판에 잔열이 있어 그대로 얹어서 먹으니 뜨끈하고 맛있었다.
이미 삼겹살때부터 술을 한 잔씩 먹었는데, 스무 살 대학생때 주전자로 소주를 먹던 그녀들이 이제는 못 먹겠다며 절레절레 맥주잔 하나를 부여잡고 한 시간을 먹었다.
4년 장학생 엄마답게 ‘새로’소주 두병을 먹기 시작한 J는 대학교 때도 술을 제일 잘 먹었었는데 그건 줄지 않았나보다.
내 입맛에 맛있었던 삼겹살. 이 집에서 제일 맛있었던 삼겹살.
그걸로 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