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한살, 그녀들의 사는 이야기
그건 셀프야.
아차. 기둥에 보니 물,음료, 반찬은 셀프다.
혼자 서빙하려면 당연한 룰이다.
식기 세척기에도 내구성이 되는 스테일레스 그릇에 음식들이 나왔다.
상추랑 깻잎을 양은 그릇에 담아 줬다느니 밑반찬이 적다느니, 아이들이 있는데 가스 불판을 쓴다느니 한 달채 되지 않은 개업식에 고객들의 잔소리가 가득했던 모양이다.
대놓고 싫은 소리 하는 손님이 몇 있을까 싶어 정말 그런지 물었다.
반절은 손님이 하는 소리였고, 반절은 옆집 당구장과 커피숍에서 전해 듣고 옮긴 말이었다.
듣고 고칠 수 있으면 좋겠건만 그릇 타령이며 가스 불판 바꾸는 것은 어디 쉬운 일인가.
식당 일은 몸도 고되지만, 마음도 충분히 고된 일임을 느꼈다.
친구는 일산에서 살고 있는데, 차로 2시간의 거리에 와서 왜 장사를 하게된 건지 그 연유를 물었다.
예전에 회사에서 동업하던 선배가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데 싼 가게가 나왔다며 친구 남편에게 제안을 했고
덥썩계약을 해서 가게를 열게 되었다고 했다.
왕복 네시간을 출퇴근한다니 얼마나 고단할까 마음이 쓰인다.
식당일은 3시 10시까지 하고, 다음날에는 재료 준비를 위해서 10시까지 출근한다니 간신히 잠만 자고 나오는 셈이다.
이왕 시작한 일이니 맛있게 먹어주고 블로그에도 홍보해 주기로 했다.
우리가 고기와 된장찌개를 먹고, 김치말이 국수까지 입가심으로 하고 있을 동안 커플 두 명이 와서 고기를 먹고 갔다.우리를 포함해 7명, 두 테이블의 손님의 전부였다.
카멜레온 회비로 식대를 지불하기로 했다.
작년에 적금을 깨서 각자 나눠 갖자고 제안 했던 친구가 바로 오늘 식당 주인이었다.
현금이 쓸일이 있었던 모양인데 자세하게 묻지는 못했다.
카드 수수료도 만만치 않던데 우리는 식사값을 기분 좋게 현금으로 지불했다.
각자가 몇 푼씩 모아서 ‘개업 축하금’을 선물했다.
인테리어 비용을 아끼려고 손수 바닥이며 도배, 조명까지 남편이 했다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각자의 집으로 가려면 족히 한 시간에서 두시간이 걸리는터라 다시 서해선 지하철을 타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을버스가 몇 대 없고 삼십분만에 한 대씩오는 모양이라 일제히 각자의 방향의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먼저 떠난 D를 제외하고 나와 K 그리고 S와 J가 마을 버스를 탔다.
8시 갓 넘겼지만 어두웠고 한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