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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하세요 Sep 19. 2023

우리 동네 엄마들... 3번 엄마

자매이지만 너무나 다른 그녀들을 존중해 주기로 마음먹은 후로 엄마는 두배로 바쁘다.  오늘은 둘째 아이와 학원을 가는 길이다. 이왕이면 본인이 직접 고르게 하고 싶어서 함께 발품을 팔아 찾은 곳이다.

주택가 골목에 우뚝 서 있는 나 홀로 학원이라 차량으로 가기가 만만치 않지만, 1학년 쪼꼬맹이의 선택을 응원해 주기로 했다. 시간을 좀 달라며 탁자에 턱을 괴고 혼자서 골똘히 생각하던 모습이 어찌나 진지하고 심각하던지... 그때 이후로 아이들의 생각에 자연스레 귀 기울이게 된 듯하다.


협소한 주택 골목을 무탈하게 지나서 학원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5층 빌라처럼 지은 학원은 1층이 주차장이다. 1층에 학원입구와 주차장 입구가 나란히 있어서 주차장으로 들어가기가 조금 불편하지만 그래도 들어가면 막상 넓은 주차 장소가 있어서 마음이 한 결 편하다.

"효진아 올라가서 선생님께 인사 잘하고 집중해서 즐겁게 해~"

"응 엄마~~ 빠빠이~~"

둘째라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씩씩하다. 첫째 아이 생각하면 또 마음이 급해진다. 바로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입구 앞에 차가 가로로 정차한다.

'애만 내려주고 금방 가려나 보네... 저기도 어지간히 급한가 보다...'

비상깜빡이를 켜더니 엄마가 내려서 아이문을 열어 준다.

'그래 나도 바쁘더라도 저렇게 해 줄걸 엄마가 급하게 구니 아이도 덩달아 급해질 수 있는데 말이야..'

살짝 반성을 하며 두 모자를 유심히 본다. 엄마는 가방에 준비물이 다 들어 있는지 확인을 하고 아이어깨에 메어 준다.

'저건 좀 오버다. 이제 저 정도는 스스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미어캣처럼 빼꼼 사람을 살피는 게 쫌 민망스럽기도 했지만 나가려는 차량 바로 앞에 떡하니 주차한 상대방 아닌가 싶다.

시간이 길어지니 첫째 아이 생각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같이 학원을 올라갔다.

'옴마야!!  차 안 빼고 어데 가는데 지금?'

 그리고 한 참 후에야 내려와서는 손 한 번 올리고는 쌩하니 가버렸다.

'미칫나... 진짜... 주차장에 주차 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차들 오도 가도 못하게 하고 문 앞에 10분을 넘게 대 놓고 그것도 내가 나가려고 앞에까지 운전해 갔는데 말이다.... 그라니 노키즈존이 생기고 수저 떨어뜨리면 500원 받는다 하고 그러지 저 아줌마 뭐꼬 진짜.. 열받네.. '

 참았던 욕을 속사포처럼 내뱉었다. 누구 하나 들어주는 이 없지만 오늘은 바른말 고운 말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드세지는 내 안의  마흔 아줌마를 누르기 힘들었다.


엄마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되면 안 된다. 나도 수없이 내가 엄마 자격이 있을까를 반문해 보는데 당당하게 예스하기 힘들다.  엄마자리도 체에 탈탈 털어서 걸러 받으면 안 될까... 아무리 저출산이라 출산 장려에 한 마음이라지만 엄마자리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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