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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va B Nov 27. 2024

다시보는 동화(1)

개미와 배짱이, 아기돼지 삼형제, 토끼와 거북이

허구를 믿는 뇌 덕분에 우리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아주 어린 유아기부터도 이런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데, 필자 또한 어린 시절 어머니께 계속해서 동화를 읽어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베짱이와 같은 이솝 우화부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흥부와 놀부, 아기돼지 삼형제, 성냥팔이 소녀 등등 어렸을 때 한 번씩 들어봤을 이 이야기들은 각자의 교훈을 한 가지씩 담고 있었다. 성실하게 열심히 살 것, 자만하지 말 것, 착한 마음을 가지고 베풀며 살 것, 가족의 소중함과 같은 것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재미있는 만화를 보며 어렸을 때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들을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다.


개미와 배짱이


본래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노래 부르며 한량처럼 사는 베짱이와 같은 시기 열심히 겨울을 나기 위해 식량을 모으는 개미의 이야기다.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겨울에 힘들거란 개미의 충고를 가볍게 들었던 베짱이는 결국 추운 겨울에 개미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러나 필자가 본 만화에서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3개월, 6개월, 1년 후에도 개미는 일만 하고 베짱이는 계속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이지만, 순간 필자의 머리를 딱 치고 지나가는 비슷한 시나리오가 있었다. 만약 베짱이가 4계절이 뚜렷하지 않은, 겨울이 없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 버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베짱이가 조금 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라 겨울을 피한 곳으로 투어 공연을 하러 다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렸을 때는 개미의 완승이라 여겼던 이야기가 상황이 바뀌니 어느 한 쪽의 승리를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아기돼지 삼형제

첫째 돼지는 볏짚으로, 둘째 돼지는 나무로, 셋째 돼지는 벽돌로, 아기돼지 삼형제는 각각 자신의 집을 지었다. 배고픈 늑대가 찾아와 입김을 크게 불자 첫째와 둘째 돼지의 집은 날아가버렸다. 하지만 튼튼하고 안전한 벽돌집을 지은 막내돼지는 무사할 수 있었다.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는 대충대충하는 성격이라서 집을 가볍게 지었지만, 근면하고 성실한 셋째 돼지는 튼튼한 집을 지어 안전할 수 있었다는 교훈을 전한다. 그러나 돼지들의 성격과 별개로 언제나 벽돌집이 좋은 것은 아니다.


만약 돼지들이 주변에 먹이가 부족해 계속해서 이동해야 하는 유목민이었다면 첫째 돼지의 집이 가장 유용했을 것이다. 유목민들이 볏짚으로 집을 짓는 것은 그들이 게으르고 대충대충하는 성격을 가져서가 아니라, 환경적인 특성을 반영한 집인 것이다. 태국의 수상가옥 형태를 보면 이곳은 무거운 벽돌로 집을 짓는 것보다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이 훨씬 낫다. 다른 질문을 던져보면 셋째 돼지의 집이 우월하다고 만은 없다. 


토끼와 거북이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이야기가 다른 나라에서는 조금 다르게 전승된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껑충껑충 먼저 달려간 토끼가 자만하여 잠을 자다가 엉금엉금 느리게 기어가던 거북이에게 패한다는 내용이다. 토끼의 자만, 거북이의 끈기를 교훈으로 얻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스라엘에 전승되는 이야기는 조금 다른 형태이다. 먼저 달려간 토끼가 잠을 자는 건 동일하지만 토끼는 조금 느린 거북이를 기다리기 위해 잠을 잔다. 거북이 또한 자고 있는 토끼를 모른 채하고 지나가지 않으며 깨운다. 토끼와 거북이는 사이좋게 결승점을 통과한다. 이곳에서는 승패보다 상생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주를 시작하기 전 거북이가 자신의 가족들을 불러모아 코스의 특정 포인트마다 한 마리 씩 배치한다. 토끼는 당연히 거북이를 재쳐 뛰어가지만, 조금 앞으로 달려가자 거북이가 앞을 달려가고 있는게 아닌가? 또다시 거북이를 재친 토끼는 그보다 앞서 뛰어가는 거북이를 발견하게 된다. 치밀한 전략과 지혜로 말도 안되는 경주를 승리로 이끈 거북이 가족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또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도 재미있는 가정을 집어넣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가령 거북이가 사실 닌자거북이였다던가, 상금이 있었더라면 토끼는 잠을 자지 않았을 것이라던가, 경주를 하던 도중 자고 있는 토끼를 발견한 거북이가 바로 간을 빼서 용왕님께 갖다드렸다는 이야기까지 새로운 가설과 새로운 해석들을 계속하고 있다.


어렸을 때 단순히 재미로 보던 동화를 어른이 되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된 이야기를 더하니 또 다른 교훈과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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