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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va B Nov 17. 2024

정부화폐는 우리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가?

책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인센티브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이다. 인센티브는 개인의 행동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강력한 동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이 나온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보면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술도가, 빵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덕분이다.


빵집 주인은 돈을 많이 벌어 맛있는 음식과 좋은 집을 사고 싶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경쟁력있는 빵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인센티브는 우리가 매일 아침 일어나 힘겨운 출근길을 뚫고 회사에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이라는 책에서 준 교훈 중 하나는 인센티브의 강력한 힘이다. 매우 안전한 자산인 미국 장기채를 연준이 대량 매입하게 되면서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돈이 갈 곳을 찾아야 했다. 연준이 돈을 빌리는 비용(금리)을 0%에 가깝게 낮추기 때문에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위해 위험한 곳으로 돈이 이동할 수 있었다. 제로금리의 핵심은 사람들이 더 위험한 자산을 '기꺼이' 선택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이다.연준이 안전한 투자처에 있던 모든 돈을 위험한 투자 쪽으로 밀어내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자산버블이다. 2000년에 폭락한 닷컴 주식도 자산버블이었고 2008년에 붕괴한 주택 시장도 자산버블이었다.


낮은 금리가 유지되자 값싼 부채를 통해 땅(또는 주식)을 산다. 토지 가격이 높아지자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빌려 땅을 산다. 은행들도 담보로 받은 토지가 계속 가격이 높아질거라 생각하고 대출해준다. 오늘 자산 가치가 올랐다는 이유가 내일 자산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추진력이 된다. 자산 버블은 한 라운드를 돌 때마다 강화되다가 유지되지 못하는 순간 순식간에 가치가 추락한다.


자산 버블이 터졌을 때 개인이나 은행의 바보같은 투자와 어리석은 대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들은 인플레이션에 비해 낮은 금리와 자산 가격 상승이라는 거시 경제 환경에 따른 의사결정을 했을 뿐이다. 이러한 인센티브의 키를 들고 있었던 것이 연준이었다.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라는 책에서는 '시간선호도'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시간선호도는 개인이 나중에 얻을 가치에 비하여 현재 얻는 가치를 선호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나 미래의 소비보다는 현재의 소비를 값지게 느낀다. 오늘 100만 원을 받을 것인지, 1년 뒤에 100만 원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양자택일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후자를 선택할 수 있는 비율을 늘리려면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가치가 현재의 가치보다 커야 한다. 즉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선호도는 0보다 크다.


자본주의는 시간선호도가 0보다는 크지만 0에 근접한 사람들 덕분에 발전해왔다. 시간선호도가 낮으면 즉시 소비할 물건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들이더라도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에 투자한다. 예컨대 낚시를 해서 먹고사는 우리의 선조 A와 B를 생각해보자. 시간 선호도가 높은 A는 맨몸으로 물고기를 잡는 데 8시간을 투자한다. 반면 시간 선호도가 낮은 B는 여섯 시간만 물고기를 잡고 나머지 2시간은 낚싯대를 만드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시간이 지나며 물고기를 잡는데 훨씬 수월한 낚싯대를 만들어낸 B는 A가 8시간에 걸쳐 잡는 물고기를 4시간 만에 잡는다. B는 여분의 시간을 들여 낚싯배를 만드는 시간에 투자하여 먼 바다에서 더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된다.


사실 시간선호도가 낮아 미래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이다. 처음에 낚싯대를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 때문에 B는 A보다 굶어야했을 것이다. 낚싯대가 꼭 물고기를 더 잘 잡을 수 있을거란 확실한 보장도 없다. 투자라는 행위는 만족을 미뤄야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까지 감수해야 하는 행위이다.


그렇다면 언제 사람들은 시간 선호도를 낮추는 행위를 하게 될까?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의 미래예상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가 사용하는 화폐의 미래가치가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면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한다. 그러나 화폐가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서 부적합하다면 지금 당장 써버리는 편이 낫다. 


코로나 시기에 많은 국가들이 재난지원금의 형태로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필자는 지역 화폐의 형태로 받았는데 소비 진작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특정 시기 내로 지원금을 써야만 했다. 해당 지원금은 금리 -100%짜리 상품이었다. 특정 시기 내에 돈을 사용하지 않으면 모두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시간선호도가 높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어진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는 국가가 발행하는 정부 화폐이다. 화폐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저량(기존 공급량)/유량(앞으로 추가로 생산될 양) 비율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정부화폐는 저량/유량 비율을 심각하게 낮추어왔다. 화폐의 미래가치는 지속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고 사람들을 시간선호도가 높아지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미국 문필가 멘켄(Henry Louis Mencken)은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선거는 앞으로 훔칠 물건을 미리 파는 경매다.


몇 년짜리 짧은 시간 단위로 움직이는 정치인들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재선을 위해 사람들이 듣기 좋은 소리들을 이야기하며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자원을 미리 끌어다 쓴다. 정부는 사용 한도가 없는 백지 수표로 힘을 키우는 반면, 정부 화폐를 가치 수단으로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저축액의 가치가 줄어들고 정부 부채를 갚기 위한 세금만 늘어간다. 이런 인센티브 구조에서 가장 위협받는 것은 가족이다.


가족은 엄청난 장기투자가 필요한 공동체이다. 전통 사회의 사람들은 자녀에게 부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건강한 청년 시절을 투자하여 자녀에게 가능한 최고의 삶을 선사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미래의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장기투자를 할 만한 요인이 없는 상황 속에서 가족을 향한 투자는 점점 수지가 맞지 않는다. 몇몇 정치인들이 수표를 이용해 복지혜택과 퇴직연금을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다는 마법을 부리면 더더욱 가족을 향한 투자 동인은 줄어든다.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충분한 투자를 하기가 어려워지며 이혼이 늘고, 독신 비율이 늘어나며, 그나마 결혼 생활을 유지하더라도 아이를 덜 낳게 될 것이다. 책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에서는 개인 비용을 대는 기능이 가족의 재력에서 국가의 은혜로 다가오자 가족을 유지할 필요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한다.


개인의 입장에서 경제적 결정은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충관계에 따른 결정이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는 끊임없는 거래를 벌인다. 우리의 삶에서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결정에 현대 화폐는 과연 어떠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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