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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va B Dec 01. 2024

자기계발의 함정


은근히 주변에서 자기계발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필자도 과거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을 읽었는데, 어느 순간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되고 바뀌는 건 없어서 한동안 자기계발 카테고리에 모인 책들을 멀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점이 아니다.  


자기계발 관련 책들을 살 때는 기분이 좋았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설레었다. 마치 무언가 더 좋아질 것 같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것만 같았다. 1년에 1~2권의 책도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성장을 위해 자기계발 서적을 읽어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무언가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선 다른 자기계발 서적을 구매한다. 또다시 이 과정은 반복된다. 이것은 자기계발의 함정이다. 이러한 반복이 마침표를 찍은 순간은 결국 그 수많은 책을 읽고서도 내 자신의 모습에서 아무런 변화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다. 


오래간만에 자기계발 서적을 펼쳤다. 최근 <보랏빛 소가 온다>로 유명한 작가 세스 고딘의 책 <린치핀>이 개정판을 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 개정판 이전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린치핀은 마차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을 의미한다. 린치핀이 없으면 마차는 바퀴가 언제 빠질지 모르게 된다. 작지만 없어서는 안될 부품이다.  


책의 전체적인 골자는 이렇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300년 간 우리는 명확한 지침에 따른 반복적인 일에 익숙해져 왔지만, 앞으로의 세상에는 그런 방식의 일이 통하지 않을 거란 작가의 통찰이 담겨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대체가능한 일은 오로지 가격으로만 승부를 보아야 한다. 누군가가 조금 더 싸게 그 일을 할 수 있다면 즉시 대체될 수 있다. 그러니 저자는 대체불가능한 또는 대체하기 힘든 가치를 만들어내는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예술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예술가가 아니다. 세스 고딘이 말하는 예술가는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자신이 생각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동상을 조각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작곡하는 것뿐만이 예술이 아니다. 스스로가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일을 하느냐가 예술가가 되는 길이라 작가는 말한다. 1960년대 린드 존슨 대통령이 NASA에 방문했을 때 만난 청소부는 흥얼거리며 바닥을 닦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는데 그렇게 즐겁냐고 대통령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예술가이다. 


그러나 예술가가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세한 방법론은 적혀 있지 않다. 작가는 예술가가 되기 위한 지도는 없다고 말하며 자신이 과거에 저술한 책 <종족>에 달린 비평을 하나 소개한다.  

고딘은 견고한 리더십의 토대를 실제로 어떻게 구축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마치 아이디어와 휴대전화만 가지고 있으면 단 몇 분 안에 수천 명을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세스 고딘은 비평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이 책에서는 사람들에게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핵심이다. 리더가 되는 방법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뭘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는 것은 이 문맥에서는 맞지 않는 요구다.


이 맥락은 <린치핀>에서도 유효하다. 예술가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지도는 없다. 예술이 가치있는 이유는 그 방법을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술은 지도 없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행위이다. <린치핀> 역시 예술가가 될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책이지 예술가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기이하게도 필자는 이 대목에서 자기계발의 함정에도 동일한 맥락이 적용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누군가의 비평처럼 자기계발 책이 나를 바꾸어줄 것이라 기대했다. 작가들이 했다는 방법을 적용해보려고도 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 방법은 책을 쓴 작가가 스스로 고민한 결과였지, 필자가 스스로 한 고민은 아니었다. 필자가 자기계발의 함정에 빠진 것은 남들이 쓴 책이 나를 바꿔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엄청난 성공의 비결을 알려줄 것이라 기대하며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을 할 때 명심해야 하는 건 역설적으로 성공의 비결 따윈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필자와 같은 마음으로 자기계발을 읽은 사람이 성공했다면, 세상에는 성공한 사람 투성이일 것이다. 성공의 비결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책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방법을 참고할 뿐, 그것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마스터키는 아니다. 스스로가 생각하고 고민하여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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