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과 투자> : More than you know
기댓값(Expected Value)이란, 어떤 일을 여러 번 반복했을 때 평균적으로 얻게 될 결과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동전 던지기 게임을 통해 기댓값의 개념을 알아보자.
당신 앞에 주어진 동전을 던져서 만약 앞면이 나오면 +1000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500원을 잃게 된다. 이 게임은 과연 해볼만한 게임일까? 이런 상황에서 기댓값을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1/2이다. 1/2이라는 확률이란 많은 사건(표본)이 존재할 때의 확률이다. 동전을 10번 던졌을 때는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1/2은 아닐 수 있지만, 만약 100,000번을 던진다면 1/2의 확률에 수렴한다.
충분히 많은 동전 던지기 게임을 실행했을 때 한 판당 얻을 수 있는 평균적인 금액은 (앞면 확률 x 보상) + (뒷면 확률 x 손실)로 계산해볼 수 있다. 즉 기댓값은 1000 x 1/2 + (-500) x 1/2 = 250으로 계산된다. 동전 던지기 게임을 100,000번 정도 할 수 있다면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우리의 동전 던지기 게임의 룰을 조금 바꾸어보도록 하자. 만약 첫 번째에서 동전 앞면이 나온다면 2000원을 받고 게임이 종료된다. 뒷면이 나온다면 동전을 한 번 더 던질 수 있다. 만약 두 번째에서 앞면이 나온다면 4000원, 세 번째는 8000원, 네 번째는 16000원이다. 즉 처음으로 동전의 앞면이 나올 때까지 던진 횟수를 n이라고 한다면 1000 x 2ⁿ 만큼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당신은 이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얼마의 참가비를 지불할 수 있겠는가? 이는 유명한 수학자 가문인 니콜라스 베르누이 1세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제시한 문제였다.
이 게임의 기댓값을 계산해보면 (1000 x 2) x (1/2) + (1000 x 4) x (1/4) + (1000 x 8) x (1/8) + ... (1000 x 2ⁿ) x (1/2ⁿ)... 으로 결과값이 무한대(∞)가 나온다. 즉 이 게임을 충분히 오래 하더라도 평균값을 계산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만약 이 게임을 100,000번 할 수 있다고 해보자. 뒷면이 12번 나오고 13번째에 앞면이 나올 확률은 지극히 적지만, 계산해보면 1/65536으로 10만 번의 게임에서 한 번 정도는 나올 법하다. 이 확률이 실현된다면 단 한 번의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금액은 6억 5천만 원이다. 만약 99,999번의 모든 게임에서 맨 처음에 앞면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단 한 번만 13번 째에 앞면이 나온다면 결과 총 액수는 크게 달라진다. 확률이 적은 사건이 결과값에 커다란 변화를 야기한다.
이처럼 예측이 어렵고 결과값의 분포가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는 시스템은 복잡계에서 자주 나타난다. 복잡계는 단순한 평균값이나 선형적 추론으로는 전체 동작을 설명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말한다. 우리는 세상을 선형적인 평균값으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평균대로 움직이지 않는 복잡계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평균적으로는 손해를 보지 않는 선택이라 하더라도, 실제 한 번의 결과가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평균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코로나19, 금융 위기, 기후 변화 같은 사건들은 모두 낮은 확률로 발생했지만, 세상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인간의 의사결정 또한 철저한 수학적 계산이 아니라 불확실성, 감정, 경험, 직관이 개입한다. 비선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발생하며, 소수의 사건이 전체를 바꾸는 '의외성'이 상시 존재하는 복잡계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극단의 가능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비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