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going on another trip to Paris.
몽글몽글 피어나는 그때의 감정들.
나는 한 번 더 여행을 하고 있다.
빅토르 위고 저택을 가려고 했던 날이 있었다. 센 강을 따라 걸어갔는데,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지만, 더 걷고 싶은 욕심에 저택을 가지 않았다. 다음날, 피카소 전시를 보고 무작정 거리를 걸었는데, 그러다 조용한 공원을 만나 잔디에 앉아 쉬었다. 근데 알고 보니 그곳이 빅토르 위고 저택 바로 앞 공원이었다! 이런 행운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순간 떠오르는 생각! '정해둔 인생의 이정표를 잘 지키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것, 때때로 우연을 가장한 행운이 나를 단단한 길로 안내해 줄 거라는 것'. 빅토르 위고 저택, 잊지 못할 곳이다.
숙소 앞, 이탈리안 파스타 투고 집에서 볼로네제 파스타 하나를 사서 센 강으로 향했다. 투고 집 사장님은 이탈리아 분이셨는데, 엄청 상냥했다. "Bonsoir! (프랑스식 저녁 인사)"라고 인사하니, 프랑스어로 길게 질문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프랑스어라고는 '안녕하세요' '크루아상 1개 주세요' 밖에 없어서 당황했다. 재빨리 한국인임을 어필하며 영어로 주문을 완료했다. 하핫. 에펠탑으로 걸어가는 길에 디저트용으로 크레페도 하나 샀다. 반짝이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먹는 저녁식사는 정말 최고였다. 자유로운 영혼이 된 것만 같달까.
아침 7시 30분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빵집을 탐방했다. 첫 번째 빵집에서 커피 한 잔과 바게트 샌드위치를 시켰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강아지와 함께 앞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와 눈 인사를 시작으로 짧은 수다를 떨었다. (영어를 엄청 잘하셨다.) 할머니는 지금 프랑스 젊은이들이 일을 너무 안 한다며 엄청 걱정하셨고, 여행 중이라고 하니 오페라를 꼭 가보라며 직접 펜으로 적어가며 추천해 주셨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다.
내가 아침부터 빵집을 돌아다닌 이유는, 한국에서부터 열심히 독학한 프랑스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Un croissant, s'il vous plaît.” 크루아상 하나 주세요! 라는 말이다. 이 문장을 그 얼마나 연습했던가! 프랑스어 특유의 'R' 발음을 잘 표현하기 위해 목이 갈라져라 연습했다. (왜 때문인지 여전히 미지수) 빵집에 들어가서 “Un croissant, s'il vous plaît. Et… un café creme, s'il vous plaît!” 라고 했더니, 직원이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넘넘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아침부터 빵집에서 프랑스어를 쓰니 정말 파리지앵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기분에 중독된 걸까... 빵집을 4군대나 가서... 다 먹지도 못할 빵을 마구 사버렸다. (그 빵은 여행 메이트 다이애나의 입으로 향했다. 땡스 투 다이애나!) 이 맛에 외국어 공부하지! 오랜만에 느끼는 문화 성취감이었다.
Mer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