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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yaChoi Dec 04. 2024

국수가 먹고 싶다

온 더 라디오 | 백석-이상국-김현성

평안도 사투리와 고어가 많은 백석의 시는 주석이 필요할 만큼 어렵지만, 뜻을 알고 나면 몹시 토속적이고 정겨우며,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일본에서 유학했고, 조선일보와 조광에 산문과 시 7편을 발표한 후, 26편의 시를 담은 사슴 100권을 자비로 출간하고 여러 잡지에 60여 편의 시를  발표했다. 키 크고 잘 생긴 멋쟁이에다가 머리도 좋았던 댄디 보이 백석은 수많은 염문를 뿌렸다. 화가 이중섭과 시인 윤동주가 백석의 시를 무척 좋아했는데,  특히 윤동주는 백석의 시집을 직접 필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1988년 월북작가 해금 이후, 백석은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오늘날 최고의 현대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백석은 (맨 아래 안보이게 붙인) '국수'라는 시에서, 눈이 소복이 쌓인 날 쩔쩔 끓는 아랫목에서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마주 앉아,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국에 또는 육수에 국수를 말고, 그 위에 꿩고기 수육을 얹어서 먹는 풍경을 눈에 보이는 듯 회화적으로 써내려갔다. 이상국은 이 시를 좀더 현대적으로 쉽게 풀어서,  삶에 지친 사람들이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를 먹고 다친 마음을 위로받는 풍경을 그려내며, 1999년 1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백석 탄생 100주년 기념음반에서 김현성이 이상국의 시 '국수가 먹고싶다'를 노래로 불렀다. 김현성은 '이등병의 편지'를 만들고 1984년 본인이 입대하기 직전에 녹음했는데, 정작 김광석이 다시 불러서 유명해졌다.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한, 그리고 젊은이들이 집 떠나 군대에 가는 한, 영원히 명곡으로 남을 이 곡은 뜻밖에도 북한에서도 입대 전에 부른다고 한다.


추운 날, 뜨끈한 국수 한 그릇 먹으면 배 부르고 등이 따뜻해져서, 다시 추위 속으로 걸어갈 용기가 생길 거 같은 노래다.


1999, 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국수가 먹고싶다

                 이상국 (1946~)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시 김현성 노래

https://youtu.be/cfKljHjVRWM?si=1JzTUqKEVC_EITKA





백석 (1912-1996) 평안도에서 태어난 시인. 백석시집 정본.


https://blog.naver.com/dmoghan/223232624377?isInf=true&trackingCode=n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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