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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yaChoi Dec 28. 2024

제시 노먼, 아베 마리아

온 더 라디오 | 슈베르트-구노

옛날에는 레코드 가게들이 골목에 스피커를 내놓고 크게 노래를 틀었다. 요즘 길거리 버스킹처럼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그 노래를 다 듣곤 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아베 마리아(Ave Maria)'도 들렸다. 그 시절 사람들이라면 무슨 뜻인지 작곡가나 가수를 몰라도 다들 지친 영혼을 다독이는 그 깊고 은은한 목소리를 기억한다. 두 개의 '아베 마리아'가 있는데,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 1권 전주곡 1번을 구노가 편곡한 '구노의 아베 마리아'가 있다. 우리가 길에서 가게에서 라디오에서 듣고 익숙하게 기억하는 '아베 마리아'는 아마도 제시 노먼이 부른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일 거 같다. 진짜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서 성모 마리아께 아기 예수님의 잉태를 알리는 듯, 래가 경건하고, 신비롭고, 사랑이 넘치도록 아름답다.


제시 노먼은 1945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보험판매원이었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피아니스트였고, 아버지는 지역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한 아마추어 음악가 집안이었다. 제시 노먼은 9살 때 생일 선물로 받은 라디오로 토요일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방송을 들으며, 오페라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제시 노먼은 하워드 대학을 전액 장학생으로 다녔고, 미시간 앤아버에서 석사를 받았으며, 1968년 23살 때 제시 노먼은 뮌헨에서 열린 ARD 국제 콩쿨에서 우승했다. 이후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다가 1972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베르디 아이다의 타이틀 곡을 부른 후, 영국으로 활동범위를 넓혀갔다.


소프라노인 그녀 스스로 '드라마틱, 메조, 스핀토 등을 부르며 특정 음역대로 국한하지 않는다'고 평할 만큼, 제시 노먼은 다양한 노래를 불렀다. 1985년 레이건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 1986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60번째 생일, 1989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 개막식에서 노래를 부르며 전 세계에 널리 이름을 알렸다. 제시 노먼이 흑인 여성으로서 겪었던 인종차별과 정치 사회문제, 그리고 그녀의 음악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다.


제시 노먼은 다이어트로 그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변해서, 많은 팬들을 놀라게했다. 짧은 파마머리에 크고 중후했던 제시 노먼은 길고 풍성한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아주 날씬해졌다. 만약 옛날 길거리 레코드 가게 유리창에 붙어있던 제시 노먼의 2,30대 앨범 사진만 기억한다면, 제시 노먼을 못 알아볼 수 있다. 소리의 울림통이 어마어마하게 큰 모습과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 둘 다 너무 좋다.


2015년 제시 노먼은 척추를 다치고 그 후유증으로 2019년에 돌아가셨다. 장례식에는 많은 배우, 사회학자, 시민운동가들이 참석했고, Jessye Norman School of the Arts 학생들과 여러 음대 학생들이 공연했다.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제시 노먼의 추모식이 열렸다. 제시 노먼, 편히 잠드소서!


올 한 해 힘들고 지쳤을 그대, 내년에는 늘 평화롭길 바랍니다!




제시 노먼 (Jessye Norman, 1945-2019) 미국 성악가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 제시 노먼

https://youtu.be/do5ZmQQM8AE?si=WGBUIxngJ3cc-AT1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 제시 노먼

https://youtu.be/2nLI6S42W4E?si=gsENkwSPYGavc6OO



바흐-구노의 아베 마리아, 제시 노먼

https://youtu.be/1MJ_GnGAx3I?si=YBPHREU3GisG6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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