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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Nov 14. 2023

내가 아닌 것과의 교집합

Doom 인문학

BTS_ Proof 공방 역조공 장미. 드라이 플라워. 눈물 버튼.


나와 내가 몰입하는 상대 간에 다름이 있어야 내가 생각지 않은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 적당한 교감을 통한 적절한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

배우자나 자녀와 밀접하고 끈끈한 유동적 교집합을 형성하며, 그들을 믿고 영역성을 넓혀가고 있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귀한 세상을 얻었다.

맛있게 먹은 자몽과 아보카도를 다시 먹고 싶다는 마음에, 장난 같은 시도가 보태어졌다. 작은 새싹을 시작으로 수년간 공생 중인 반려 식물을 위해 애정이 어린 문안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내가 아닌 무언가. 혹은 누군가와의 대부분의 관계는 가까워도 멀어도 쉬이 어그러진다.

과도한 개입으로 서로를 망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의존하지 않고 서로에게 꼭 필요한 도움만을 주고받기를.
스스로가 자연스럽고 단단하게 살아 나가길.

적당한 거리를 두어 각자 빛이 나는 공존을 하고 싶다.


둠 드로잉(Doom Drawing)

관계 유지의 실패로 맛보는 종료의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끝에 대한 기록.

내가 죽인 것은 아니지만 죽음을 알고 받은 절화.
어떻게든 더 오래 감상하려고 공들여 말린 꽃.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기억을 붙잡으려, 추억 굳히기를 한다. 생명을 잃은 생물에게서 선물한 이의 온정을 느끼며, 꽃의 죽음보다 다시 만날 날에 대한 희망을 가깝게 느낀다.

시든다는 것은 번식을 마치고 결실을 보는 완성과도 맞닿아 있다. 바싹 말라 가벼워진 씨앗을 날려 보내려고 민들레가 스스로를 건조하게 하는 것처럼. 생명의 종료 방향으로 향하지만, 망가진 것이 아니라 영글어 가는 과정이다. 

doom의 절망적 파멸에도 이야기가 있고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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