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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원숭이! 네가 내 열쇠 훔쳐갔지?

BTS가 누군지 알아?


22살 크리스마스날, 홍콩에 기반을 둔 어느 항공사의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해외 어딘가로 휙 날아갔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도착한 생애 첫 나라 밖의 땅!


첫 바깥세상은 먼 하늘의 구름이 솜사탕을 찢어 놓은 듯,


 "어서 와, 평화로운 이곳에 온 걸 환영해."


하는 모양새로 여름의 크리스마스날 그 새로운 땅에 낯설지만 자연스럽게 쑤욱 슬라이딩해 들어갔다.


그 여대생은 대한민국 지방 소도시에서 태어나 대학을 다니며 여행에세이 한비야의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으로 글로는 세계를 몇 바퀴나 돌고 돌았다. 그리곤, 마음속으로 꼭 언젠가 혼자 세계여행 갈 꿈을 야무지게 꾸고 있었다. 그녀가 다니던 어학원에서 무료 어학프로그램이 있다는 게시판의 포스터를 보고, 현지에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는 분께 이메일을 보내고 현지 생활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얻어 그 해 겨울방학을 그곳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가정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그녀는 당시 '학자금대출'을 목적을 달리하여 '해외연수'라는 것으로 잘 이용했다. 사실, '해외 세 달 살기'가 더 맞으려나? 이름하여 '무료 어학연수'라지만 생활비는 들어야 하니 3개월에 200여만 원을 그렇게 준비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 도착한 곳이 바로 호주 멜버른이었다.


 '백패커스(Backpacker's)에서 일주일을 묵기로 하고. 드디어, 첫날! 그녀는 호기롭게 대한민국 대표로 크리스마스 행사에도 참석하겠다며 참석 신청서를 썼다. 그리고, 파티시간이 되어갈 즈음,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꽤나 들떠서 얼굴에 분칠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유럽인 여자애가 다가와 그런다.

"야, 원숭이! 네가 내 열쇠 훔쳐갔지?"

" 야! 호랑말코! 내가 왜 니 열쇠를 훔쳐가냐? 블라블라블라"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그녀는 영어가 짧아도 너무 짧아,

" I didn't steal your key!"

그리고 영어회화책에서 열심히 외운 한 문장,

" How many times do I have to tell you?"

그래, 뭐 그 호랑말코가 째러 보기도 했고, 말로만 한 건 아니니까.

잇달아, 호랑말코가 "You! Chinese!"라 하며 그녀를 더 자극한다.

그에 질세라,

" I am not Chinese!, I am Korean!"

하니,

"Where is it?"

그 말에 확, 화가 났다.


그때는 2001년. 나름 이래 봬도 대한민국은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인데 그 대단한 나라를 모른다.

그 후, 크리스마스 파티 때 만난  아프리카 아이도 역시 잘 모른다. 그래서,  '남북으로 나뉜 나라'라 하니, 그제야 알겠단다. 그리고, '위험하지 않냐....?'

그만 그녀는 말을 잇기를 포기한다.


어쨌든, 그녀는 2023년 이제 와 생각한다.

첫 해외여행은 그렇게 나라의 위상이 그냥 '전쟁을 하다 멈춘 나라라 위험할 것 같다'는 것으로 마무리하였지만,


지금은 꽤나 어깨를 으쓱하며,

크게 외칠지 모른다.


"너네 BTS 나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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