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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육각 Feb 22. 2022

[내식대로] 꿈꾸던 주방을 만듭니다

BY 라이크라이크홈 손명희 대표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초신선한 식재료의 힘'

정육각이 내 식(my style)대로 행복한 

내식(eat-in)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내식대로> 인터뷰 season 1. 

마지막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라이크라이크홈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손명희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리빙 스타일리스트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주방의 시작


저는 서양 미술 전공이에요. 대학 졸업 당시 미술 전공에 무력감과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당시  파티시에와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붐을 타고 있었거든요. 진로를 바꾸어 푸드 스타일리스트 1년 과정을 배운 뒤 캐나다에서 요리 공부를 했어요. 돌아와서 푸드 관련 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리빙 스타일리스트를 거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계절마다 패브릭이나 가구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던 엄마를 보고 자라서 저도 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아무튼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식당과 주방 작업 의뢰를 많이 받았어요. 제가 푸드 일을 했었기에 주방 동선이나 구조에 대해 이해하는 부분이 좀 디테일했었던 것 같아요. 주방 관련 일을 하는 지인분들이 많았던지라 자연스레 주방 공간 작업 의뢰가 이어졌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싱크대가 나올 수 었었던 원동력이 되었어요.


클라이언트의 취향과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주방


아마도 일률적이고 통상적인 아파트 주방을 벗어나 외국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구조와 재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카페 주방 같은 예쁜 공간에서 요리하는 로망을 실현할 수 있어서 큰 사랑을 받은 거 같습니다.



추억이 이어지는 곳


살림 좋아하는 모녀는 만나기만 하면 물물 교환하기 바쁘다. 예전에 쓰던 내 물건이, 예전에 쓰던 엄마의 물건이, 서로의 공간을 넘나들며 주방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5살 때부터 다른 집에 놀러 갔다 오면 메모지에 그 집의 주방을 그려놓았다고 해요. 그 작은 그림이 지금도  앨범에 차곡차곡 모여있어요. 이상하게 주방이 좋았어요. 


부엌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던 엄마의 모습, 엄마가 아끼시던 미제, 일제 상품으로 채워져 있던 신기한 주방.

엄마가 구워주시던 빵 내음. 그런 것들이 저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지금도 저는 빵을 종종 굽는데 빵 냄새가 온 집안으로 퍼질 때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마음이 마구 행복해집니다. 저만의 힐링 방식이기도 해요. 엄마가 주방에서 하시던 일을 이제는 제가 이어서 할 때, 설명하기 어려운 행복함이 있더라고요. 주방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자, 작업을 할 때도 가장 신경 쓰는 공간이랍니다.


대학교 때 제가 그린 그림을 엄마가 가지고 계시다가 우리 집 부엌에 걸어두었어요.


나를 알아가는 방법


저도 20대에는 많이 보고, 많이 사보고, 많이 먹으러 다니고, 무조건 많이 움직였던 것 같아요. 30대가 되니 20대에 많이 해보았던 경험들을 토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 그 사이의 경계가 갈리더라고요.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것들에 집중하니 저도 모르는 사이 걸러서 보게 되었어요. 


요즘은 책을 많이 보게 돼요. 핸드폰과 컴퓨터로 보이는 이미지 말고 책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보는 이미지요. 인쇄된 페이지 속에 느끼는 감흥과 아이디어는 화면과는 다른 영감을 줍니다.


안방과 아이방 사이 공간에 생긴 작은 서재



라이크, 라이크, 홈!



아, 제가 운영하는 라이크라이크홈의 뜻이요?  좋아, 좋아, 집입니다. (웃음). 음, 제가 저희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부엌과 다이닝 공간이에요. 


좋아하는 순간은 햇빛이 내리쬐는 아침, 창문을 활짝 열고, 좋아하는 향을 피우고, 느긋한 음악을 틀고, 따뜻한 커피를 내리고 식물을 다듬는 순간들을 좋아해요. 집 밖으로 나가면 여러 현장을 뛰어다니느라 이렇게 평온하질 못해요. 집에서의 이 시간들이 그래서 너무나 소중하답니다. 


아침해가 깊숙하게 들어오는 시간


주말, 온전한 가족의 시간



일하는 부부라 주중에는 식사를 함께하는 것이 어려워 주로 가족 식사는 주말에 하는 편이에요. 바쁜 주중에 먹고 싶은 요리가 하나 둘 모아지면 금요일 밤에 식재료 주문을 해놓고 토요일 아침에 도착하는 대로 하나씩 만들어먹죠. 바쁜 부부에게 새벽 배송은 정말 소중한 서비스예요.



평소 마켓컬리에서 레토르트나 디저트,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 등을 구입하고요. 갑자기 무언가 먹고 싶을 땐 집 앞 생협에서 그날 먹을 고기나 생선류를 구입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대부분은 일에 치여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는데, 정육각은 얼마 전 지인에게 소개받았어요. 신선한 식재료가 필요한 날, 당일배송이나 새벽 배송으로 주문해요.



요리는 주로 남편이 하는 편이에요. 전 엄마를 닮아 디저트나 베이킹을 즐기고요. 정리를 좋아하는 저와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 주방에서만큼은 분담이 참 잘 되는 한 팀입니다. 아빠가 주방에 있는 모습을 많이 본 아이는 요리하는 것을 놀이로 생각하는 듯해요. 언젠간 조용히 쪼그려 앉아 버섯을 다듬는 아이의 모습에 오만가지 마음과 생각에 웃프더라고요.



아이가 있어서 계란, 우유는 주기적으로 주문하고요. 닭고기나 다짐육은 단골 식재료예요. 지난 주말엔 아이가 좋아할 거 같아 등갈비도 담았어요. 신선한 등갈비가 마켓컬리엔 우선 없고요, 생협이나 마트에서 구입해보니 신선함이 일정하지 않거나, 양이 적거나, 아니면 비싸거나 그래서 정육각에서 주문했어요. 살 땐 잘 모르는데 요리해보면 그 차이를 알겠더라고요.




사실 도축한 지 3일 된 초신선한 고기를 받고 너무 좋았는데, 갑자기 출장이 잡힌 거 있죠. 결국 5일 뒤 복귀해서 남편의 솜씨를 빌려 주말 특식용 바비큐 폭립으로 맛보았어요. 그런데도 비린내도 일단 없거니와 육질이 아주 부드러워 놀랐어요. 저의 평일은 사무실과 현장을 오가며 바깥 음식에 쩌들어 있기 때문에 집에서 직접 해 먹는 음식의 소중함을 크게 느끼는 편이에요.



디저트와 베이킹이 메인인 저는 우유와 달걀로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먹었답니다. 


저는 많이 먹는 것보다 좋은 것을 알맞게 잘 먹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1주일에 주말 이틀, 집에서 먹는 한 끼 한 끼는 정말 좋은 식재료로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무엇보다 바쁜 우리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의미가 가장 중요하겠죠.



집이라는 공간



집이란 온전히 나와 가족을 위해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깥에서 지친 활동을 하고 돌아왔을 때 생각을 비워둘 수 있는 곳, 충전할 수 있는 곳, 나에게 혹은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이요. 제가 사는 돈암동 집에도 무엇보다 편안함을 담으려고 했어요. 


같은 공간 다른 모습(1)
같은 공간 다른 모습(2)

또 가구를 한 공간에 묶어두지 않고 계속 움직여가며 집에 활력을 불어넣게끔 노력하고 있어요. 왜 엄마들이 밤 중에 가구를 막 옮기듯이, 저도 가구 옮기는 병이 도지질 때가 있답니다. 지난번엔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지 못하고 혼자 신나게 가구를 들고 옮기는데 아들이 한 마디 하고 지나가더라고요. "엄마, 가구 옮기는 작전 들어간 거야?"


만약 집을 꾸미고 싶으시다면 너무 한 번에 완벽하게 세팅하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나에게 잘 맞도록 편하게 바꿔가면 돼요. 특히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들이 봤을 때 잘 꾸미려고 노력하지 마시고요. 그저 공간 속에서 내 동선에 맞게 물건이 잘 놓여있는지, 그것들이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지에 집중하면 좋겠어요. 결국 인테리어도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과 똑같거든요. 나답게, 편안하게, 천천히.



저는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기엔 지금의 우리는 너무 바쁘단 말이죠. 그저 우리가 지금껏 해왔던 대로, 우리가 좋아하는 우리 집에서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고, 별 것 아닌 것에 깔깔거리며 그 순간들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제가 바라는 것입니다. 한 번에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편안한 나만의 박자로.



주방을 초신선한 식재료로 채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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