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육각 May 23. 2022

[오붓한달] 5월은 완전체로 오붓한 달

BY 이난향, 조상조, 강준, 강나 가족

강준이가 야구를 시작한 지 1년 반, 

가족의 일상도 변화구를 맞이했어요.

편식과 스마트폰 때문에 한바탕이 오가던 식사시간은 이제 힘껏 공을 던지는 시간으로,  

가족들과 둘러앉았던 식탁은 엄마가 쥐어준 도시락 가방으로 바뀌었습니다.


너무 바쁜 가족이 완전체로 함께하는 주말.

새로 생긴 마당에 불이 피어오르고 삼겹살 파티가 시작됐어요.


내가 꿈꾸던 가족


어릴 때 막연히 다정한 아들과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는, 터울 있는 딸을 상상했어요. 그 꿈이 이루어진 덕분에 저의 육아는 롱런 중이에요.  


첫째 강준이는 호기심이 많고 예민해서 그 욕구가 만족될 때까지 가봐야만 끝이 나는 에너자이저예요. 저의 젊음을 훅 보내버린 아들은 7살부터 당구, 배구, 야구 등 스포츠 중계를 보며 경기 규칙이나 용어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종목이 '야구'였고, 지금은 어엿한 10살의 유소년 야구선수예요.


둘째 강나는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셋이라 가끔 외로웠던 우리에게 운명처럼 찾아와 준 사랑스러운 막내랍니다. 웃어도 울어도 톡톡 튀는 매운맛의 딸은 그림에 슬슬 재능을 보이네요. 친구를 그린 그림에 눈코입만 있었는데 이젠 눈썹도 생기고 목도, 이도, 팔도 생기는 중입니다. 혹시 '내 딸 천재?'라며 사진 속 친구들 얼굴과 찬찬히 비교해봤더니 다행히 천재는 아니더라고요. 아무튼 그녀는 엄마의 오랜 꿈이었던 그림을 대신 이루어주려나 봅니다.


꿈꾸던 이상형과 사뭇 다른(?) 남편은 몹시 묵묵한 성격의 능력자이자 조용하고 자상한 아빠.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하루도 빠짐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저까지.  

이렇게 네 식구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무사하기만 해도 감사한 평일


매일 아침, 아이들의 스케줄이 꼬이지 않도록 엄마부터 정신을 빠짝 차려야 합니다!  

아이들을 일으켜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가족들이 각자의 장소로 뿔뿔이 흩어지면 행동 개시. 청소기도 돌리고, 설거지도 하고, 운동복이 추가된 어마어마한 양의 빨래를 돌리고, 운동 중간에 먹을 아들의 저녁 도시락 준비가 끝나면 둘째의 하원 시간이 돌아오죠. 물론 돌아오는 길에 놀이터도 한번 찍어줘야 하고요. 시간 맞춰 돌아온 아들 손에 도시락을 들려 야구를 보낸 뒤 남은 가족들의 저녁을 챙기고 나면 아들의 운동 종료 시간이 돼요. 그러면 왕복 1시간이 걸리는 경기장으로 남편이 픽업을 다녀오고, 그때부턴 잠들기 바빠요. 두 아이가 잠들고 나면 저도 눕습니다. 하루가 참 짧고도 길어요.



하루 일과 중에서도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운동선수의 꿈을 가진 집이라면 비슷할 텐데, 똑같은 삼시 세 끼라도 체력소모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거든요. 게다가 우리 집 꿈나무는 입이 짧고 먹는데 관심이 없는 데다 아직 키도 한참 더 커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써요.



엄마의 구원투수


강준이의 도시락 준비는 일단 머리로 시작합니다. 냉장실과 냉동실에 뭐가 있는지 투시가 끝나면 메뉴 A, B 테스트의 시간. 계란찜이냐 계란말이냐, 불고기냐 소고기 전이냐, 돈까스냐 치즈까스냐... 짧은 고민이 끝나면 정신없이 결과물을 만들죠. 스스로도 뿌듯할 만큼 잘 된 날도 있지만, 좀 별로인 날도 있습니다. 대신 최소한의 정성은 흰쌀밥에 답습니다. 도시락 밥은 항상 그때 그때 냄비밥을 해 넣거든요.  


운동하는 아들의 식단은 단백질이 중요해서 정육각에서 육류, 달걀, 우유를 정말 자주 주문해요. 그러다 이번엔 도시락용 반찬으로 불고기 밀키트를 집어봤어요. 이거 참 편하더라고요요. 양도 푸짐해서 강준이 도시락을 싸고, 둘째 강나의 저녁으로도 한 끼 야무지게 먹일 수 있어요. 강준이가 이날 집에 와서 당당하게 외치더라고요. 


"엄마, 앞으로 이것만 싸줘!"  



역전 만루 홈런의 주말


평일은 정신없이 흐르다 보니 주말 시간은 귀하게 사용해요. 부족했던 가족애를 주말에 한가득 채웁니다. 네 가족이 함께 빈둥거리는 게으른 주말, 자정 넘게 바리바리 짐을 싸서 새벽같이 나서는 여행 주말, 아빠와 아들이 함께 하는 야구 주말 등... 우리 가족만 온전히 보내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요. 물론 전쟁 같이 싸우고 울고 떠들지만 같은 추억이 쌓이면서 더 돈독해지고 끈끈해지는 거 같아요.


강준이와 아빠는 주말 대부분은 야구 클럽에 나가요. 아이가 다니는 야구 클럽에 '파파스'라는 사회인 야구팀이 있거든요. 아들에게 훈련의 본보기가 되고 더 가깝게 지내기 위해서 주말은 부자가 야구로 하나가 되는 거죠. 저와 딸은 그 시간에 침대에 누워서 쉴 수도 있지만 가능한 함께 나섭니다. 금방 크는 아이들을 보면 이렇게 함께 다니는 일상도 금세 앨범 속 추억이 될 거 같아요. 



엄마 아빠의 꿈


아이들에게 각자의 꿈이 생기고 그 꿈을 응원하면서 나와 남편의 꿈도 돌아보게 되었어요. 


남편은 가장으로 지금까지 묵묵히 치열하게 살아왔어요. 평소에 힘들다 어떻다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편인데, 좋아하던 야구를 취미로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우승까지 하더라고요. 어찌나 행복해하던지... 아빠가 꿈을 이루는 모습에 아들 역시 자신만의 꿈을 키웠을 거라 믿어요.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일본 유학도 다녀왔지만 어른이 되면서 현실을 좇아, 아니 쫓겨 살았어요. 생각해보면 제가 원한 건 화려한 직업이 아니라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꽃을 가꾸는 소소한 행복이 꿈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저의 꿈은 가족들의 꿈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들의 행복을 찾아주는 것입니다. 




엄마의 꿈이 피어난 마당


우리 아이들은 아파트에서만 자라왔어요. 일부러 자연을 찾아 캠핑을 다닌지도 10년이 되었는데요. 문을 열면 한걸음 앞에 놓인 자연을 집에서 온전히 느끼고 싶어 졌어요. 그리하여 모두가 뜯어말렸지만, 나를 믿고 주택살이를 시작했죠.  


살아보니 아파트가 최고로 편하긴 해요(웃음). 하지만 매일 엉덩이와 팔을 긁던 아이들의 아토피가 사라졌고, 수시로 잠을 깨어 자정을 넘기기 일쑤던 둘째가 자기 패턴을 찾아 푹 자기 시작했어요. 참새 방앗간처럼 친척들과 동네 친구들이 부담 없이 다녀가고, 무거운 짐을 싸서 떠나는 대신 문 밖에 앉아 그릴에 고기를 얹게 되었어요. 


제가 꿈꾸던 흙을 만지는 삶도 이루어졌죠. 저만의 텃밭이 생겼거든요. 상추 여섯 촉, 당귀 두 촉, 토마토 두 그루... 게다가 얼마 전 심은 가지고추는 어찌나 반질반질 맛나게 자라는지, 입안에 아삭아삭 터지는 게 아주 꿀맛이에요. 마당에서 직접 물 주고 만지던 채소라 그런지 아이들도 고기쌈을 한가득 싸서 옴팡지게 입에 넣네요. 




마당으로 출동!


날이 포근해지면서 마당은 가족의 최애 공간이 되었어요. 딸은 그림을 그리고, 아들은 마음껏 배팅 연습을 하고, 엄마 아빠가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들도 곁에서 재잘재잘 뛰어놀며 함께 할 수 있어요. 이전엔 "이제 게임 그만~", "밥 다 먹고 놀아" 같은 잔소리가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야구라는 공통의 주제로 함께 대화를 하고, 마당 전체가 커다란 식탁이 되어 식사를 여유롭게 즐기게 되었어요..


그렇게 대화가 트이고 식사시간이 놀이처럼 변하니, 아이들도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먹는 것에 더 열린 마음이 되었어요. 삼겹살마저도 잘 안 먹던 아들도 이제는 뚝딱뚝딱 입에 알아서 넣어주니 늘 애타던 엄마 마음도 한결 가볍고요. 채소는 우리 집 텃밭에서, 고기는 정육각에서 준비하다 보니 어쩌다 초신선한 삼겹살 파티가 (거의) 매주 열리고 있답니다. 


엄마의 꿈


아이들이 꿈을 이루는 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참 많을 거예요. 험한 길을 건널 때마다 제가 항상 있어줄 순 없을 거예요. 작던 크던 힘든 아이가 그 상황을 스스로 이겨낼 때까지, 엄마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려 주고 어떤 결과에도 손뼉 쳐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아이가 얻는 성장도 있지만, 엄마로서 매일매일이 처음인 저도 함께 성장할 것 같아요. 


우리 가족들의 꿈이 펼쳐지는 날, 지금을 떠올리며 웃어준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하답니다.



5월 전 상품 12% 할인 쿠폰으로 오붓한 시간을 채워보세요.

05.23~ 05.27까지.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즉시 다운 받을 수 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