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의 <쿵푸팬더4>가 8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습니다. 스토리 라인은 간결합니다. 용의 전사인 포(잭 블랙)가 영적인 지도자가 되기 위해 고난의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스토리는 포와 첸(이콰피나), 그리고 카멜레온(비올라 데이비스)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그런데 스토리의 긴장과 밀도가 조금은 산만한 느낌입니다. 포가 쿵푸 마스터와 마법의 제왕에 대한 야욕을 가지고 있는 카멜레온과 싸우는 이야기, 그리고 카멜레온의 꼬붕인 첸과 포가 모험을 하면서 적이 아니라 우정으로 변모하는 이야기가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두 이야기가 치밀한 구성에 따른 구도라기보다는 애매하고, 적당히 버무려놓았기에 극적인 카타르시스가 빌런의 퇴치에서 온 건지 포와 첸이 적대의 관계를 뛰어넘은 화해에서 비롯된 건지 모호합니다. 감동의 정체성이 어떤 건지 저로서는 조금 헷갈렸습니다. 뭐랄까 짬뽕과 짜장면이 섞여있는 짬짜면이랄까. 그럼에도 <쿵푸팬더4>는 여전히 짜릿하고, 즐겁습니다. 유머와 위트가 깃든 대사, 디테일한 장면과 다이내믹한 사운드에서 듣고, 보고, 느끼는 재미가 충분히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느낀 점 몇 가지를 정리해 봅니다.
첫째, <쿵푸팬더4>의 모든 감정은 캐릭터들의 눈동자에 담겨 있습니다. 슬픔과 환희, 분노와 좌절, 긴장과 이완, 낙담과 어이없는 순간의 감정들을 눈동자가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그런 섬세한 감정의 느낌을 시각적으로 디테일하게 표현한다는 것, 그게 경이로웠습니다. 감정을 뛰어넘어 영혼까지 동화되어 버린 심미적인 체험을 경험했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애니메이터 명단이 60여 명이나 되던데 그게 그들의 땀과 노력의 결과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수없이 반목해서 나오는 결투장면은 서부 활극에 중국 무협영화의 액션까지 가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타이렁이 등장하는 오프닝 씬에 이어 포와 가오리의 결투, 전사 후보자를 뽑기 위한 결투, 악당과 범죄자들의 소굴인 술집에서의 소동은 기시감이 드는 익숙한 장면들이었습니다. 포와 첸이 주니퍼시에서 경찰들에게 쫓기는 장면도 마치 <007 시리즈>나 <본 시리즈>에서 봤던 카 액션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셋째, 카멜레온의 캐릭터는 카멜레온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인 특성을 자연스럽게 육화시켜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다양한 인물로 변화하기도 하고, 그러한 인물들이 마치 합체 로봇처럼 하나로 합쳐져 위력을 발산하기도 합니다. 특히 카멜레온의 특성 두 가지, 몸 색깔이 변하는 것과 먹이를 사냥할 때 쓰는 긴 혀의 생체적 특성을 드라마틱하게 구현했습니다. 긴 혀를 이용해 상대를 포박하고, 영혼의 세계에서 불러낸 전사들한테 긴 혀를 꽂아 싸움기술을 다운받기도 하죠. 거기다 인생철학을 담아낸 대사까지 완벽합니다.
포와 카멜레온이 나누는 대사.
“넌 변해야 돼.”
“나는 늘 변해.”
“마음이 변해야 진짜 변하는 거야.”
카멜레온만이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의 모습을 생물학적인 특성을 극적으로 이미지화 한 것도 재미를 더합니다. 캐릭터 아티스트 명단이 40여 명쯤 되던데 그게 그들의 공이었던 거죠.
넷째, 사운드도 즐겁습니다. 장면을 생생하고 다이내믹하게 해주는 건 사운드 효과입니다. 이펙트 아트스트도 엄청 많았습니다. 우리의 영화제작 환경에서 볼 때는 꿈같은 일이죠.
다섯째, 저는 개인적으로 복숭아꽃이 분분하게 날리는 배경과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내면의 평화. 무릉도원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게 아타락시아의 세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기 이전의 세계는 물고 뜯는 아귀다툼의 세상이고, 우리 인간의 존재는 세균과 망상의 덩어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섯째, 몇 몇 대사는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모든 씨앗은 큰 나무의 꿈을 품고 있다.”
“걱정한다고 육수가 빨리 끓는 건 아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만두는 살 수 있다.”
거리의 규칙 세 가지 - 아무도 믿지 마라. 누군가는 늘 다친다. 네 슬픔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없다.
일곱째,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 14년 전에 유행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Baby One More Time’을 잭 블랙이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Tenacious D가 락 스타일로 편곡해서 부른 게 귀를 즐겁게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와서 유튜브에 들어가 몇 번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신나는 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