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에는 힘이 없다

컨설팅에서 배운 삶의 법칙 30가지

by 희민

컨설팅하며 배운 것 중 하나는,

사실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는 파워가 없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보는 이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어떤 문화권에서 자라, 무엇을 전공하였고, 어떤 것을 취미로 하였으며, 어떤 사람과 어울렸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주로 맡았으며, 어떤 소비 습관을 가졌는지 등 얽히고 섥힌 조건들)에 따라 그 사실에 대한 해석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팀 논의를 하다 보면, 한 기업의 매출 성장세를 보고도 각기 다른 해석이 나온다.

누군가는 그 기업의 역대 성장률 중 가장 높기 때문에 유망 사업으로 지정하여 더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누구는 시장의 성장률 대비 느리니 잠재력이 없다고 보는게 맞다고 한다.

이 외에도 하나의 그래프를 가지고 최소 5개 이상의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그래프일까?

물론 아니다.

중요한 것은 ‘던지고 싶은 메시지’다.

하고 싶은 말, 그 의지가 먼저고 사실은 끼워맞추기 나름이다.


의사결정이 막힐 땐 나만의 감, 가설, 가치관을 정의하지 않은 채로, 팩트체크만 하고 있을 때인 것 같다.

실제로 일을 하며 Client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어떤 시장으로 진출할지, 어떤 사업 아이템을 신설할지 의사결정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마주한다.


이 경우 Bottle neck은 정보의 부족이 아닌 기준점의 부재이다.

왜 신시장에 진출해야하고 왜 신사업을 기획해야하는지 내부적으로 Align된 목적이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별로 '본인이 보는 Fact에 대한 해석'만을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선도사 벤치마크', '시장 조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 컨설턴트가 주는 Value는 정보를 주는 것도 있지만, 그 전에 앞서 목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선제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후배들과 대화를 해보면 첫 직업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수많은 옵션을 두고 고민하는데,

실은 그 질문에 쉽게 대답하기 위해서는 What(=fact)이 아니라 Why(=가치관)을 먼저 정의하는 것이다.


컨설팅을 가는게 맞을지, 대기업에 가는게 맞을지 고민하는 대학생 후배들을 만나면,

나는 항상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한다.


네가 꿈꾸는 30살, 40살의 너의 모습이 뭐야?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알아야, 나의 직업 계획도 세울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봉, 워라밸, 주요 이직처 등 당장 취업을 했을 때 얻는 결과를 두고 비교한다.

그런 의사결정 방식으로는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어렵다.


실제로 로스쿨에 진학할지, 컨설팅 펌에 지원할지 고민하며 그 두 옵션에 대한 준비를 병행하던 친구가 있었다.

이미 컨설팅 펌에 합격했던 나로서는, 그 친구가 행하는 두 준비 과정이 모두 온전치 않아 보였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어떤 삶을 살고 싶냐고 물어봤고, 그 친구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명예도 포기할 수 없어."


... 이 말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럼 네가 30대 중반 쯤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


친구가 답했다.

"음... 그 때는 나만의 사무실을 갖고, 어느정도 워라밸을 챙기며 적당히 벌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런 삶을 살기에는 라이센스가 있는 변호사가 더 적합할 것이라는 것에 둘 다 동의했다.

그 친구는 컨설팅 준비를 접고, 로스쿨 준비를 제대로 시작해서 결국 현재는 로스쿨에 매우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컨설팅을 하며 많은 기업과 그 전략을 접하다보면, 인생의 전략을 세우는 일과 기업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선택만 있을 뿐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실제로 컨설팅의 많은 프로젝트가 기업의 임원진의 '선택'을 뒷받침하기 위해 진행되곤 한다.

(물론 작업을 통해 이 선택이 영 아니다 싶으면, 이를 알려주는 것도 컨설팅 펌의 Value다)


이 글을 적다보니 현재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주변에 이직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내가 무엇을 하는지'보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에 초점을 맞춰 나의 Next step을 고민하고 있었다.


고객사와 후배들에게 물었듯이, 나에게도 Why를 물어야 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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