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먼저 지칭할 필요 없이 특이한 뭔가를 사시려 하거나, 싸게 살 생각은 접으셔야 할 듯합니다. 일단 한국에 비해 상품, 매장 종류가 다양하지 못합니다. 생소한 브랜드가 눈에 띈다고 한들 단지 생소할 뿐 좋은 품질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한국에도 있는 같은 브랜드 매장이라 해도 상품 종류가 지극히 한정적이고 사이즈를 고루 갖춘 형편도 아닙니다. 힘겹게 맘에 드는 거 하나 골랐는데 맞는 게 없어서 그냥 나오는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근래 필리핀 물가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습니다. 몇 년 전 2천 원도 안 하던 담배는 5천 원에 팔리고 빅맥 가격 또한 별 차이 없습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가던 드라이 망고 역시 과거에 비해 두 배, 세 배 이상 오른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차후 필리핀 물가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겠지만 싸다는 인식, 가성비 안도감은 버리셔야 할 듯합니다.
현지의 한국인들,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쇼핑몰과 특징을 소개하겠습니다.
1. 몰 오브 아시아 (SM MALL OF ASIA)
계속 말씀드리지만 체류지로 적극 추천하는 파사이 지역에 있습니다. 한때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쇼핑몰입니다. 지금은 순위에서 점차 밀리고 있지만 크게 느껴지긴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바로 입지환경입니다.
몰 뒤편이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 경치가 뛰어납니다.
쇼핑몰 안팎으로 먹을거리들이 풍성해 식사 겸 눈요기를 위해 가실 만한 곳이고요.
일몰 주제 챕터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몰 오브 아시아 역시 일몰을 즐기기 적당한 곳입니다.
다만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라 분위기는 추천드린 곳들에 비해 덜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몰리고 즐길 거리 다양한, 다이내믹한 곳이기에 시내투어하는 날을 따로 정해 앞서 말씀드린 일몰 추천 지역과 함께 일정에 포함시켜 한두 시간 머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2. 로빈슨 마닐라 (ROBINSON MANILA)
이 나라 사람들은 로빈손이라 발음합니다.
여러 지역에 분포해 있으며 제가 소개할 곳은 말라떼(MALATE)라는 지역에 위치한 ROBINSON MALATE입니다.
말라떼는 식당, 유흥, 한인 밀집 지역입니다.
내부 교통체계의 한계로 인해 발전이 더디긴 하지만 많은 여행객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4박 이상 긴 일정으로 휴양차 오실 계획이시라면 하루 정도 머물며 저렴한 가격에 마사지를 받고, 소문난 맛집을 찾아 나서는 즐거움이 있는 지역이지요.
로빈손은 그 반경 외곽에 위치해 있습니다.
몰 오브 아시아에 비해 전체 면적 절반이 체 못 되는 규모지만 나름 알찬 쇼핑몰입니다.
택시로 가실 때 MAIN ENTRANCE 즉, 페드로 힐(PEDRO GIL ENTRANCE)을 목적지로 하시고 입구로 들어가 나오실 때도 페드로 힐 입구를 찾으시면 편합니다. 내부에 슈퍼마켓이 있어 미처 챙겨 오지 못한 물품이나 드라이 망고를 다른 매장보다 싼값에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몰 오브 아시아에도 슈퍼마켓이 있긴 하지만 이동성, 복잡성을 감안하자면 로빈손을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3. 베니스 그랜드 카날 몰 (VENICE GRAND CANAL MALL)
거리 7.5km, 이동 시간 24분으로 나와 있지만 마닐라 퇴근길 교통 정체를 고려한다면 때에 따라 1시간 30분, 심지어 두 시간이 걸릴지 모를 위치에 있습니다. 반드시 그 보다 이른 시간에 방문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먼저 보니파시오라는 지역 관해 설명드려야겠습니다.
베니스 그랜드 카날 몰을 가시는 분들 대부분 바로 옆 보니파시오를 함께 들르시거든요.
필리핀 청담동이라 일컬어지지만 실상 청담동 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지역임이 분명합니다. 외국 주제원이나 외국계 회사 임원들이 한 달 렌트비 2천만 원에 수십억을 호가하는 집들이 즐비한 곳이지요.
비싼 동네라 그런지 배달도 많이 시켜 먹더군요.
사방이 넓고, 높고, 깨끗합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 생전 보기 힘든 조깅하는 사람들을 여기서는 많이 봤네요. 이제 보니파시오와 인접한 맥킨리 힐(McKINLEY HILL) 지역의 베니스 그랜드 카날 몰입니다.
이탈리아 베니스를 가보지 않으셨다면, 마카오 베네시안 카지노의 그랜드 카날을 아직 못 보셨다면, 이곳에서 작은 사이즈로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인공운하 전체 길이는 200m, 폭은 15m이며 오리배와 노래하는 뱃사공이 노 젓는 곤돌라도 운영합니다.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 1 터미널 면세점 사진입니다.
끝입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 비하자면 100분의 1 수준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인천공항 1 터미널 끝에서 끝이 1km입니다. 항공사 발권데스크, 환전, 해외로밍한다고 먼 길 걸으며 괜히 힘들었던 게 아닙니다. 그러니 면세점은 얼마나 크겠습니까? 마닐라 공항 모든 터미널 면세점은 지극히 작습니다. 매장 구성, 면세품도 그다지 다채롭지 못합니다. 굳이 하나 사가셔야겠다면 1 터미널 면세점 초입에 초콜릿 파는 매장을 추천합니다. 여러 나라 초콜릿, 과자를 싸게 팔았던 기억입니다. 자주 들르기도 했고요.
커피나 간식 드실 수 있는 매장들도 있습니다.
그나마 괜찮은 짝퉁을 파는 그린힐스 (GREENHILLS)라는 지역이 있긴 하지만 꽤 먼 거리 이동하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품질 A급 짝퉁을 파는 것도 아닙니다. 15년 전 한국에서 사업하며 직원들과 필리핀 방문했을 때 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처음 가봤습니다. 두 친구가 너무 맘에 든다며 짝퉁 나이키 운동화 한 두 켤레와 시계를 샀는데요, 한국으로 돌아와 사무실 출근한 첫날 아침, 문을 열자마자 본드 냄새가 진동하더군요. 산지 얼마나 됐다고 떨어진 밑창 본드 발라 붙이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둘 다 해롱대며 한참을 그러고 있었습니다.
시계는 괜찮냐고 물으니 한 친구는 이미 죽었다 말하고 다른 친구는 별 문제없다고 했지만 그 친구 시계도 며칠 뒤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근래에도 변한 건 없습니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상품 모두 진정성을 잃은 채 짝퉁빛 완연합니다. 가지 마시고, 사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카티(MAKATI)라는 지역에 복합 쇼핑센터 그린벨트가 있으며 각 나라 명품 브랜드 매장이 몰려 있습니다.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주 들렀는데 그들이 말하길 '가격 차이가 없거나 더 비싸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입국 시 세금을 감안하자면 굳이 여기까지 와서 살 이유가 없다.'였습니다. 카지노 호텔 리조트 등에도 몇몇 매장이 자리 잡고 있긴 한데 애들이 손을 잘 안 씻고 관리하는지 일부 진열 상품에 때가 좀 껴있더군요.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