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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네디 Aug 18. 2023

내가 만난 연예인

몇몇 사업을 영위하며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특히 연예계에 종사하는 이들과 다양한 인맥을 쌓는 동안 인격적으로 모자란 이들을 여럿 경험했다. 카메라 없다고 주변인들 앞에서 시건방 떠는 태도. 그들과 대조를 이루며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 두 인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단둘이 밤새 술 마시며 정성스레 꼬막을 까서 내 입에 넣어주던,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양반이 가장 먼저 떠오르긴 하나, 잘못 알려진 사실에 분노한 안티들에 상처받은 그를 회자하자니 온전히 활보하는 안티의 또 다른 공격이 내게 향할까 두려워 참는다.

 


2001년 인천, 서울을 매일 운전하며 출퇴근하던 시절.


경인고속도로 요금소를 목전에 두고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미리 창문을 여는 사이, 왼쪽 차선 차량 조수석에 낯익은 인물이 눈에 띈다.

한눈에 알아볼만한 외모, 홍석천 씨였다. 

우울한 얼굴의 그를 바라보다 곧 눈이 마주쳤고 자연스럽게 웃으며 먼저 목례했다.

그러자 금세 표정을 바꿔 미소 지으며 급히 창문을 열어 '안녕하세요!'라고 외치고 나를 향해 최대한 고개 숙여 인사한다.

차가 멀어지자 차창으로 손을 내밀어 크게 흔들어 주는 다정함까지. 

감격에 겹다 못해 가슴 뛰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마음 아팠다. 


홍석천


그의 역할이나 말투로부터의 추측에서, 이미 그전부터 게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관련한 소문들이 인터넷에 파다했던지라 2000년 9월 그의 커밍아웃은 내게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게이를 향한 사회 전반의 곱지 않은 시선에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즉시 하차해야 했고, 대중의 시선을 피해 쥐 죽은 듯 지냈어야 했을 시기.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와의 우연한 만남, 짧은 인사의 모든 장면, 인간적인 면모는 여전히 생생하다.

이제 막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연예인들이 금세 나르시시즘에 빠지고, 여유를 넘어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양상이 자주 목격되는 세상. 그래서 홍석천 씨와의 짧은 만남은 더욱 포근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연예인들의 인격을 조목조목 따지자는 의도는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능력을 발휘해 돈 버는 과정에 개인의 인격이 의무이자 조건이었다면 지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만한 이들이 과연 절반이나 되겠는가?

명성에 걸맞지 않은 행적과 인격으로 눈살 찌푸리게 하는 상당수 무능한 국회의원들도 당당히 배지 달고 국회를 배회하고 있다. 

그러니 개인의 인격은 별개라 하겠다.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 로서'라는 조사와 함께 따르는 그들의 책임이다.

세상에 잘난 분들이 좀 많은가?

필리핀 유흥가만 훑고 다녀도 한국 웬만한 아이돌 뺨칠 정도로 가무에 능한 20대 초반 여성들이 가득하다.

그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능력임에도 선택받고, 수술받고, 예뻐지고,

그렇게 해서 연예인 되고, 코드 맞는 팬들의 사랑받아 유명해지고, 마침내 거액을 벌어들이는 다수 연예인들.

그럴 수 있다. 그래도 된다. 그 점에 대해 불만 없다. 

다만, 비치는 모습으로 인기를 얻었다면 최소한 비치는 모습만큼은 어느 자리에서나 일관되어야 한다는 생각.

치사하게 들릴지언정, 그들이 번 돈을 따지자면 더욱 확고해진다. 

팬들이 사랑한 이유 그리고 한결같이 기대하는 모습이 곧 그들 수입의 근원이다.

그러니 그 근원을 무시한다면 그건 배신이요, 사기라 할 수 있다.

인성을 기본으로 마약, 학폭, 편법, 부동산투기 심지어 범죄연류 등 드러나지 않었어야 할 추태가 밝혀져 TV에서 사라진 이들에게 대중들이 받은 감정은 다름 아닌 배신감이었다.

친절하게 다가와 달콤하게 속삭이며 투자를 권하던 이들을 믿었다가 사기당한 피해자들이 느끼는 감정 역시 배신감이다.

그러니 숨길 자신이 없다면, 자제할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연예인을 업으로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홍석천 씨는 더 큰 사랑받길 바랐고, 꼭 잘 되길 기원했다.



캐나다 유학원 하던 시절, 

많이 본 듯한 외모의 단정한 그녀가 상담을 위해 찾아왔다.


스타를 꿈꾸는 단역배우.


좋은 배역을 갈구하며 경험과 능력을 쌓으려는 각오로 캐나다 어학연수를 계획한 친구였다.. 

단역이라고는 하나 그녀를 마주한 주변인들 대부분 연예인임을 직감하는 낯익은 인상.

비중 낮은 몇몇 단역 스케줄로 바쁘게 사느라 차례에 걸쳐 상담하는 내내 그녀가 보이는 바른 태도는 매번 훈훈한 감성을 자아내게 했다.

당시 연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현지 학원과 유사한 레벨테스트를 치르게 하고 원하는 학생에 한해 레벨에 맞는 무료 강의를 진행했는데,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 설마 다른 학생들과 섞여 공부하겠나 싶어 권하지 않았건만 자신이 먼저 의사를 밝히고 이후 같은 반 동생들과 어우러져 사이좋게 지내던 친구.  

단역으로 받는 수입이 크지 않아 원하는 기간 대비 비용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처지였기에 그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토론토에 위치한 두 어학원에 부탁해 2개월 + 2개월의 무료 장학혜택을 제공받게 해 주었다.


나뿐만 아니라 직원들 전원이 그녀의 인격을 치켜세우며 저마다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

이사는 여행사에 전화해 협박 비슷한 압력을 넣어 최저가 항공권을 얻어내고,

실장은 현지 지사에 전화해 최고의 홈스테이를 찾게 했으며,

때마침 그녀가 가게 될 학원 대표가 한국에 출장 와 있던 터라 직접 대면시키며 절대 컴플레인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안 그러면 학생들에게 다시는 추천하지 않겠다고 장난 섞인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캐나다로 떠난 그녀.

너무 만족스럽다고, 너무 감사하다며 꾸준히 안부를 전했다.

현지 학원, 주변 친구들의 소식에 담긴 그녀에 관한 이야기기 모두 만족 그 자체였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열정적인 자세, 열심히 공부하고 부지런히 경험하며 주위에 늘 호감 사던 그녀.


출연한 작품마다 한 두 컷, 몇 초 분량에 지나지 않는 초단역임에도 최선을 다하려는 의욕은 역력했다.

난 그녀의 연기가 좋았다.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주연급 여배우의 발연기에 치를 떨며, 당장이라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훔쳐다 안기고 싶은 심정이기도 했다.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후 다시 배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 보러 다닌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각자의 사정에 치여 다시 만날 수 없었던 그녀,

오늘 그녀의 프로필을 확인하니 단역으로 점철된 11년의 경력을 끝으로 2016년 은퇴한 것으로 보인다. 


잘했던, 열정적이었던, 착하게 살았던 사람.

도대체 이 세상은 왜......


"선O 씨! 누구보다 행복하게 지내기를 내 진심을 다해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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