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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투 Oct 07. 2021

품위 있는 삶

젊은 시절부터 평생교육에 뜻을 품고 그 길을 가기 위해 나를 갈고닦은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계속 기업교육과 컨설팅 쪽에서 일해 왔다. 그중 몇 년은 최고경영자 과정을 운영했는데 기업의 CEO, 고위공직자, 대학교수, 예술가, 연예인 등 우리나라의 이름 대면 알만 한 사람들이 모여서 기업과 개인의 지속가능을 위해 공부하며 교류했다. 진짜 공부를 하려고 오는 사람도 있고 인맥을 쌓으러 오는 사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사람들도 있었다. 


최고경영자 과정이다 보니 수업도 바쁘신 분들의 편의를 위해 호텔에서만 진행하고 강사도 초특급 인기 강사만 그 자리에 설 수 있다. 모이는 사람들이 워낙 각 분야에 고수들이라 어중간한 강사는 명함도 못 내민다. 매번 스테이크를 썰어가며 참 럭셔리하게 진행됐다. 또 연말이나 각종 행사에서는 TV에서나 보던 고급스럽고 그림 같은 장소를 우리가 통째로 빌려 그야말로 ‘이게 성공이다’ 제대로 보여주는 화려한 행사를 가졌다. 거기서 일하는 나도 뭔가 된 듯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돈, 명예 뭐 하나 빠진 것 없이 가진 사람들이 조금 있으면 한두 명씩 TV에 나온다. 삶의 중심이 바로 서있지 않으니 목적을 위해 아무 길이나 가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각종 불미스러운 스캔들로 TV를 장식했다.(물론 일부이고 존경할 만한 분들도 있었다.) 바쁘게 사느라 가정을 소홀히 해서 집에서 인정 못 받는 사람들이 허전함을 채우고 대접받고 싶어서 이런 모임을 투어 하듯 다니기도 한다. 처음엔 부럽기만 했던 그들의 삶도 들여다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여자 팀장을 향한 유혹의 손길도 많았다. 식사초대, 골프 초대, 행사 끝나면 2차 초대, 대놓고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내는 사람, 쉬는 날 전화하는 사람 등... 내가 너무 정색하고 대하면 과정 전체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을 지키면서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게 어려웠다. 그까짓 거 한두 번 만나주면 어떠냐고 할 수도 있지만, 누구는 만나고 누구는 안 만날 수도 없고, 아이가 어렸기 때문에 가족과 보낼 금쪽같은 시간을 그들에게 쓰고 싶지도 않았다. 두 가지 다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럴 능력도 안 되고 타고난 성격도 분주한 것이 견디기 힘들다. 마음도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하루 종일 어울리는 건 차라리 고문이다. 그때 그들과 잘 어울렸으면 지금쯤 괜찮은 자리 하나 꿰찼으려나? 한 때 선망하던 성공한 사람들의 민낯을 보며 나는 성공이 뭘까 다시 생각해보았다. 직업적 성취나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이건 개인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삶의 중심을 잘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품위,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품위 있는 삶이다.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것.

정직하게 남에게 나쁜 짓 하지 않으며 돈을 벌고 내 분수 내에서 나보다 어려운 사람도 돌아보는 것.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사랑과 존경으로 대하고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것.

갑작스러운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족의 병 등 극한 상황에서 남편과 아내가 서로 측은지심을 가지고 상대를 더 걱정하는 마음.

낡은 옷을 입어도 주눅 들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비싼 명품을 입어도 자랑하지 않는 자연스러움.

나에게 악하게 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갚아주지 않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

높은 정신적 성숙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이런 성공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


하지만 나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때론 경제적 손실이나 관계에서 오는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십 원짜리 한 장까지 따지고 들고 끝까지 네가 맞네, 내가 맞네, 싸우면 나만 꼴사나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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