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해가 지고 있다. 그래도 오후 1시. 멀리 보이는 굴뚝의 연기는 분명 저녁이 다가옴을 알리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호숫가 얼음낚시는 2월에 하면 좋다.
적당히 비추는 햇살에 겨울 온도는 꽁꽁 얼어붙은 호숫가에서 낚시도 하고, 점심도 먹기에 좋기 때문이다.
얼음낚시의 재미는 낚시하기 전 얼음 뚫기와 낚싯대를 얼음밑으로 집어넣는 것.
얼음낚시가 성공해 봤자 작은 농어만 줄줄이 올라오지만, 두꺼운 얼음 밑에서 살아 숨 쉬다가 올라오는 물고기에 아이들은 손뼉을 친다.
하얀 입김을 뿜으며 얼음같이 차가워진 손가락을 내밀어 고기를 떼어 작은 캠프파이어에 올려 가시만 빼다가 결국은 못 먹고 마는 강꼬치 생선들. 그래도 굽고 있던 소시지에 입은 금세 즐거워진다.
햇살이 눈부시게 따갑고 추운 날은 오로라가 올법한 맑은 밤하늘을 예상한다.
그래도 북쪽에 가야 볼 수 있다는 오로라가 이곳 동쪽에 비출까. 한 없이 비출 것 같은 노란 햇살도 겨울 하늘은 4시가 되기도 전에 거둔다. 집에 가야 할 시간.
오늘따라 달이 더 밝고, 별이 총총한 맑은 하늘이 나 좀 올려봐 외치며 자랑하고 있다. 2월이 되면서 낮에 해가 길어지고, 밤에는 환한 달이 가득 쌓인 눈을 비추어 가로등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띠 링.
작년에 등록한 오로라 앱의 알람이 울렸다.
[1시간 후 저녁 11시 30분, 90% 오로라 보일 예정.]
설마.
행여나 노르웨이 북쪽 지역에 가면 이용하려고 다운로드한 앱이었다.
오늘밤, 남동쪽에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멋진 오로라가 도시와 외곽 곳곳에서 짧게 펼쳐졌다. 흥분한 주민들은 늦은 밤 영하 15도를 밑도는 날씨와 관계없이 눈밭을 걸어 다닌다. 밤새도록 볼 예정인 것인지 아니면 캠핑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모를 커플은 등에 작은 가방을 메고 달빛에 의존한 채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며 오로라가 펼쳐진 곳으로 가고 있다. 일찍부터 와서 앉아 있던 가족은 모닥불을 켜고 뜨거운 코코아를 먹으며 아름다운 빛들을 감상하는 중이었다. 인구가 적어 이렇게 모여도 드문드문 보이는 지라 서로서로 속삭이는 모습들이 마치 동화책 한 페이지처럼 아름다울 따름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사슴들은 어두워야 할 밤하늘이 밝아져 그런 것인지 동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는 사슴들은 숲 속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주민들의 속삭임에 불빛에 놀란 듯하다. 그래도 숲 속 주인인 동물들과 나무들은 사람들을 신기한 듯 바라만 볼 뿐.
나도 얼른 캠핑 의자를 꺼내어 앉고 집에서 가져온 따뜻한 차와 함께 하늘에서 춤추는 빛을 즐긴다. 노르웨이에서의 겨울 동안에는 오늘처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에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 노르웨이 겨울에 살고 있다면 오로라를 만날 설렘은 필수이다.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전하는 말
smi mens jernet er varmt.
to strike while the iron is hot!
있을때 얼른 기회를 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