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봄
앞뜰과 뒤뜰에 틈새 없이 새싹이 돋아나고 어느새 꽃까지 피고 있다. 6개월의 겨울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눈치이다. 새들이 나무에 무언가에 집중하여 쪼아대는 모습을 볼 때면 어떤 새인지 망원경으로 자세히 살피기도 한다. 노르웨이 숲 속 가수 svarttrost- 주황색 부리를 가진 검은 새는 짝꿍과 함께 몰려다니는 곤충 떼를 공기를 휘잡으며 잡아먹고 있다. 작은 숲과 연결된 뒤뜰엔 블루베리의 새 잎사귀가 나오자마자 물든 봉오리를 찢고 나올 준비를 한다. 이름은 알 수 없지만 큰 잎과 함께 풍성하게 자랐던 분홍빛 꽃이 살며시 고개를 들었고, 그 옆 잎사귀가 푸르게 돋아나고 있다. 내가 그렇게 예쁘다고 했는데 작년에 사슴들이 내가 보는 곳에서 먹고 달아났던 그 꽃들이다.
따뜻한 영상의 온도와 반짝이는 햇살은 유난히 푸른 물빛과 잘 어울린다. 곳곳의 호수물도 녹아 넘실대 작은 조각배로 떠날 준비를 한다. 오슬로 피요르드가 보이는 바닷가로 나가 낚시를 했다는 아이들과 남편은 얼굴이 오랜만에 바짝 타 왔다. 바다 갈매기떼 아래로 모여든 낚싯배들과 신나게 달리는 제트스키들은 멀리서 바라보는 내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이렇게 따뜻한 해가 지속되는 5월에 잠깐의 눈발이 흩날지라도 더 이상의 한 겨울은 없다. 각 학교나 단체에서 대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쌓인 낙엽이나 묵은 먼지를 털어내는 대청소이다. Dugnad 공지가 매주 뜨고, 겹치지 않는 한 대청소를 하러 간다. Dugnad가 끝나면, 건물이나 주택 보수공사와 외벽 페인트 칠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Dugnad : 자발적 참여를 요구하는 지역 대청소 공지
5월 17일은 노르웨이 잔칫날. 진정한 독립과 자유를 가지고 새로 태어난 노르웨이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날. 동네 아이들과 음악대의 행진으로 동네 사람들 얼굴마다 웃음꽃이 활짝 핀다. 전통옷을 입고 국기를 흔들며 핑계 없이 하나로 모이는 날이다. 즐거운 날인만큼 맛있는 음식과 달콤한 디저트로 서로의 행복을 외친다. 노르웨이에서 전통옷 Bunad를 입고 거리를 행보하는 이들을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달은 5월이다. 주말마다 많은 청소년들이 세례를 받거나 견진성사를 받는 행사가 교회에 있기에 정장과 전통옷을 입은 노르웨이 인들로 붐빈다.
하루 걸러 따뜻한 노르웨이의 5월은 뜬금없이 눈발 휘날리는 이상한 봄이다.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전하는 말
Å være midt i smørøyet
“to be in the middle of the butter eye”
(to be in a good place)
좋은 곳에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