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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욱 Jan 03. 2024

<머리카락 우주>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기

10화

2023년 2월,

제작지원 완성심사가 있는 달이었다. 원래 2월 완성 목표로 제작기간을 설정했지만 스토리를 수정하고 머리카락 우주 세계를 원하는 대로 구현하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려 60~70%밖에 완성을 하지 못했다. 특히 가녹음 상태였고 사운드 디자인 또한 급히 직접 작업하여 부족한 부분이 많아 불안했다. 심사는 서류심사가 있고 서류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인터뷰 대상자가 되어 대면심사를 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다행히 서류심사로 통화하였고 이후 마음 놓고 마무리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4월~5월,

어느 정도 영상이 마무리가 되어 성우 녹음과 사운드 디자인을 작업해 줄 분 섭외를 시작했다. 미국에 있는지라 모든 것을 줌이나 메일, 카톡으로 소통을 해야 했기에 직접 만나 얘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예전 작품인 <선을 넘어>를 진행하면서 voice123 라는 사이트를 활용하여 성우를 찾고 녹음한 적이 있었다. 이에 한국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성우분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효과적인 플랫폼을 찾아보던 중, 올보이스 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다양한 성우 분들의 샘플이 카테고리 별로 정리되어 있어 편리하게 주인공과 가장 어울릴 만한 성우를 찾을 수 있었다. 


녹음실에서 직접 디렉팅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연기력이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한 성우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여러 가지 사항들을 고려하여 마루코는 아홉 살, 코코몽, 드래곤볼 Z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신 정선혜 성우님에게 섭외요청을 드렸는데 감사하게 흔쾌히 작업에 참여해 주셨다. 워낙 베테랑이셔서 기획서와 영상만 보시고도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셨고, 매우 만족스러운 작업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이외 서브 캐릭터 성우도 같은 방법으로 진행하였고 성우 녹음을 완성하였다.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사운드는 크게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그림으로 빗대어 표현하자면 음악은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준다면, 사운드 디자인은 이를 세밀하게 묘사해 주는 작업이다. 사운드 디자인을 단순히 효과음을 넣는 작업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같은 상황이라도 어느 곳에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방향과 퀄리티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머리카락 우주 같은 경우 판타지 세계라 현실세계의 정해진 소리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소리를 넣을지 상상하며 구현해야 했다. 사운드 디자이너에게 예시 효과음을 넣은 영상을 드려 최대한 가이드를 드렸지만 어떤 효과음이 어울릴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은 부부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위의 이미지처럼 어떤 고민이나 기억들을 '고민 열매'라는 시각적 상징물로 표현하였지만, 청각적으로 어떤 소리가 들려야 할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고민들은 사운드 디자이너님께 따로 말씀드려 아이디어를 부탁드렸는데 종소리와 관련된 효과음으로 잘 표현해 주셨다. 작업을 하다 보면 아무리 자기 작업이라도 모든 것을 알고 잘할 수는 없다. 각 분야는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데 이를 모두 갖추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작품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작업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 결국, 감독이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창의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6월,

사운드 믹싱과 편집 작업을 통해 머리카락 우주를 최종적으로 완성하였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작업의 끝은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과의 소통의 시작이다. 작업의 결실을 거두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낄 수 있지만, 관객들과의 상호작용은 이 모든 노력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 줄 것이다. 이제부터는 작품이라는 다리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이야기와 감정과 연결되는 순간들이 펼쳐지기에 관객들에게 작품을 전달하는 것이 창작의 진정한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관객들의 반응과 의견로부터 성장을 하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동력을 얻는 이 모든 과정이 애니메이션 작업의 계속되는 여정이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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