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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꿈에서 그와 만났다.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그는 잔뜩 움츠린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난 “우선, 한 대 맞자.”라고 그에게 말하며 주먹을 쥐고 팔을 들었다. 그는 안경을 쓴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뒤로 살짝 움직였다. 내 주먹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한듯한 축 늘어진 그의 몸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두 팔을 벌려 감싸 안았다.
그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형. 그때 내가 왜 형에게 맞고만 있었는지 알아? 형이 내게 해준 고마운 일들 아직도 기억해. 나 장학금도 받게 해 주려고 노력했던 것도 알아. “
갑자기 그의 어깨가 들썩였다. 흐느낌과 함께 그의 눈에서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내 어깨도, 내 눈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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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에서 새벽 2시까지. 학교를 마치고 매일 독서실에 들렀다. 재수생활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임용고시를 미리 준비해야 했다. 앞으로 2년 후 졸업하니까.
맹자를 읽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두꺼운 한자대사전을 뒤적이며 찾았다. 찾고 또 찾고. A4 한 장 분량을 해석하기 위해 열두 시간을 꼬박 의자에 앉아있어야만 했다. 그래도 고문 중 맹자가 가장 문법적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문장이라 고문해석 기초를 닦기엔 제격이었다.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졸업생 환송회 모월 모일 참석할 것’ 과학생회에서 보낸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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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참석한 과행사였다.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하고, 또다시 중국 교환학생을 1년간 다녀왔다. 이미 난 고학번 노인네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 반가운 자리였다. 학생회장을 맡은 후배가 멋지게 인사 연설을 했다. 모두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좌석 배정을 누가 했는지 기가 막히게 해 두었다. 평소 나이가 비슷해 친하게 지내던 전과생들과 나보다 한 살 많은 편입한 S형도 함께였다. 고학년 후배 W도 있었다. 각 좌석은 5명, 6명이었다. 이미 테이블 위엔 3000cc 맥주와 간단한 안주가 올려져 있었고, 우리들은 이미 맥주 두서너 잔을 마신 상태였다.
S형이 말했다. “우리 게임할까? 왜 티브이에서 하는 손바닥 씨름 있잖아. 둘이 마주 보고 서서 손바닥으로 밀어 발이 떨어지면 지는 게임.”
모두들 한 잔 해서 그랬을까. 서로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우선 여학생 두 명이 서로 마주 보고 섰다. B와 Z가. S형이 내게 말했다. “얘네 넘어지면 안 되니까 네가 B뒤에 서있어라. 내가 Z뒤에 서있을게.”
이 게임이 뭐가 그리 흥미진진한지 다들 왁자지껄 흥분의 도가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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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쌤이 잠시 밖으로 나오시래요."라는 후배의 말을 쫓아 호프집 문밖으로 나갔다. 조교형과 조교형 여자친구 B가 함께 서서 말다툼하고 있었다. "그런 거 아니야."라며 그녀가 조교형에게 말하는 중이었다. "형. 저 왔어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며 얼굴이 취기에 붉게 물든 조교형은 잔뜩 흥분한 것 같았다. "S 그 새끼도 내가 가만 안 둘 거야."라며 씩씩거리다 갑자기 주먹을 들었다. 둔탁한 소리가 내 귓가에 맴돌며 두개골이 띵띵하며 울리는 느낌을 몇 차례 받았다. 조교형 여자친구 B가 조교형을 말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그녀의 바람과 다르게 조교형은 오히려 더 흥분했는지 쓰러져 있는 내 얼굴을 구두를 신은 발로 발길질했다. 오랜만의 술자리에서 마신 술 때문이었는지 아프다는 느낌은 없었다. 발길질이 몇 차례 더 지속됐다. 그러더니 멈췄고, 조교형이 날 일으켰다. 내가 "형이니까 그냥 맞아줬다."라고 별일 아니라는 말투로 말했다. 사실 뭐 남자들끼리 싸우는 일은 어린 시절에도 종종 있었으니까. 그리고 술기운 탓인지 아프다는 느낌도 없었으니까.
조교형은 내 자리로 달려가 내 외투와 가방을 가지고 문밖으로 나왔다. 내게 휴지도 함께 챙겨주며 "집으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알겠어요."라고 답하고 건물에서 내려왔다. 택시를 잡고 집에 가는 길에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휴지로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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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니 엄마와 형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얼굴이 왜 이래?" "별일 아니야."라며 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방에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불을 켰다. 그제야 거울로 내 얼굴을 보게 됐다. 눈이 심하게 부어있었고, 코가 뒤틀려 있었다. 입을 열어 탄식하는데, 윗니와 아랫니가 깨져있었다. 갑자기 병원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엄마와 형이 날 잡아끌어 대학병원에 데리고 갔다. 대학병원에서 조교형에게 연락했다. "나 치아 두 개가 부러졌고, 눈과 코가 심하게 부었어. 지금 병원이야."라고 전화로 이야기했다. 조교형은 날아서 왔는지 금세 내 앞에 나타났다. 고개를 숙이고 연신 "미안하다"를 반복했다. 무릎까지 꿇으며 내게 "미안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학교에서 넘어졌다고 하자. 그러면 보험비를 받아서 치료비로 쓸 수가 있어."라고. 그 말을 듣고 내 마음이 차갑디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난 무릎을 꿇고 있는 조교형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니. 난 학교에서 넘어지지 않았어. 집으로 돌아가."
다음날 난 병원에 입원했다. 엄마는 내게 조교형을 경찰에 폭력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고, 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 저녁 무렵 경찰이 병원으로 찾아와 자초지종을 물었다. 난 간략하게 상황을 이야기했고 한 마디를 덧붙이며 말했다. "조교형 제게 도움 준 일도 많아요. 임용고시도 봐야 하고요. 어머니께서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폭력으로 신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경찰은 "알겠다."라고 답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음날이 되었다. 경찰이 조교형에게 관련 내용에 대해 조사하려 연락하니 다른 경찰서 경찰로부터 뜬금없는 전화가 왔다고 들었다. "협박조로 폭력으로 걸지 말라고." 내 담당 경찰은 황당하고 화가 나서 조교형을 폭력으로 걸었다고 했다. 그러자 조교형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를 자신의 여자친구를 추행했다고 주장하며 성추행으로 맞대응했다고 들었다. 졸업생 환송회 자리에서 손바닥 마주치기 게임 중에 내가 그녀의 뒤에 서서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녀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여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먹고 있는다고도 했다. 이 이야기들 모두 경찰이 엄마에게 전화로 이야기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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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환송회 당시 같은 자리에 앉아있었고, 손바닥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던 S형에게 연락했다. "형. 내가 성추행했다고 하네. 그때 현장에서 봤잖아. 형이 게임을 하다가 넘어지면 안 되니까 뒤에서 잡아주라고 해서 B 뒤에 서 있었던 것뿐인 거 알잖아."라는 내 다급한 물음에, S형이 "미안하다. 도울 수 없을 것 같아."라고 모기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에 참 자신감이 넘치던 형인데 기운 없는 목소리를 듣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알겠어요. 이해해요."라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Z에게 부탁해 보자."라고 혼잣말로 뱉으면서도 조교형 여자친구 B와 친한 사이인 Z에게 부탁하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도 Z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미안한데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 수화기 너머로 Z의 표정이 읽히는 것 같았다. 크고 선한 눈을 가진 Z가 난감해하는 그 표정이.
황당했지만 난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리고 이 상황을 해결해야만 했다. 우선은 병원비가 급했다. 눈과 코를 치료하기 위해 수술도 해야 했다.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고 상황을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내 친구 중에 K라고 있다. 그 친구 연락처를 줄 테니 도움을 받아라."라고 말씀하셨다. K아저씨는 엄마도 잘 아는 아버지 친구였다. K아저씨가 밤에 병원으로 찾아오셨다. 내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알겠다"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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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후배를 통해 학교 상황을 종종 듣게 되었다. 졸업생 환송회 사건의 발단이 내가 조교형 여자친구를 추행했기 때문이라는 둥, 내가 평소에 행실이 나빴다는 둥, 교내 공원에서 어떤 여학생과 함께 앉아있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둥 그런 이야기 들이었다. 병원 치료 때문에 내가 학교에 갈 수 없으니 소문에 대해 어떤 대응도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교수님 들도 "원인 제공이 있었으니 그런 일이 있었겠지. 100퍼센트 한쪽만 잘못하는 일은 없어."라는 추측성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내가 그랬을 것 같아?"라는 내 질문에 후배는 "에이. 형이 그럴 리가요."라며 답했기에 마음이 든든했다. 그럼에도 이 후배 역시 조교형에게 어떤 말로 회유를 당한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나중 일이다.
어느 날 조교형이 병원으로 나를 찾아왔다. 식혜 캔 음료 한 박스를 사 들고서였다. "괜찮냐?"라고 묻기가 잠시 곧 폭력 신고 고소를 취하해 주면 자신도 성추행 고소를 취하해 주겠다고 했다. 난 "형이 더 잘 알잖아. 내가 형 여자친구를 그렇게 하지 않은 거."라는 내 말에는 딴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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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과 회복을 위해 병원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사실 병원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이유는 조교형의 뜬금없는 신고 때문이 더 크다.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6주 진단서를 끊어두었다. 실제로 병원에서 6주 진단받았으니까. 조교형은 계속 자신의 여자친구 성추행을 주장했고, 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머리를 쥐어짜고 짜냈다. 그러던 와중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래. 그때 S형과 Z 말고 한 참 후배인 W가 함께 있었어." 난 W의 연락처를 알아내어 전화를 걸었다. "네. 선배. 그렇죠 선배는 아무 잘못이 없죠. 제가 분명히 봤어요.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라는 대답이었다. W의 대답에 내 가슴의 응어리가 내려가는 것 같았다.
난 이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교형에게 도움받은 것도 있고, 내 잘못이 없다는 것을 법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언정 그의 인생을 망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병원비만 책임지면 될 일이었다. 그때 A교수님께 전화를 드려서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엄하고 대쪽 같은 성품으로 유명하신 A교수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말씀드렸다. A교수님은 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침묵으로 경청해 주셨다. 내 이야기가 다 끝나자 "그래. 알겠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한마디 말씀이 내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다음날 조교형이 병원으로 찾아왔다. 성추행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했다. 난 "그래. 나도 최대한 형이 폭력으로 문제가 되어 임용고시를 보지 못하는 일은 막아볼게."라며 말했다. 그리고 서랍에서 미니 카세트를 꺼냈다. 카세트 안에 들어있는 미니 카세트테이프를 빼내어 발로 밟아 부쉈다. 그리고 조교형에게 말했다. "이것도 내가 지금 없앴어." 조교형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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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두 달을 쉬고 학교에 다시 돌아왔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눈이 어정쩡한 느낌이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S형과 Z는 어색하게 나를 반겼다. 친했던 후배는 이상하게 내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학교에 다니고 수업을 들었다. 매우 당당하고 당연하게. 도서관에 자료를 찾으러 가는데 조교형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탄원서 한 장만 써줄 수 있니? 그게 있으면 좀 더 좋다고 하네.'라고. 난 '알겠다'라고 문자로 답하고 탄원서를 써주었다. ‘반성을 많이 하고 있으니 선처해 달라’는 내용으로.
이 일을 겪으며 나는 병원에서 수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교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교형이 그렇게 지키고 싶은 교직이라는 것에 넌더리가 쳐졌다. 그리고 치기(稚氣) 어린 마음으로 결연하게 결심했다.
"그래. 넌 가라. 난 더러워서 안 가련다."
마음을 그렇게 먹으니 내 교직 생활의 처음이자 마지막은 교생실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4학년 1학기 교생실습 기간 동안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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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그들이 어떻게 살고 어디서 뭘 하는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렇게 이 일은 내게 하나의 해프닝으로 잊히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문득 몸이 기억을 기어코 하게 만들었다. 화가 났고, 가슴이 답답했고, 머릿속에 영화필름이 돌아가며 복수극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2년이 지났고, 5년이 지났다. 6년 후 우연한 기회로 Z와 연락이 닿았다. "어떻게 지내?"라는 내 물음에 그녀가 눈물을 쏟아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어. S형도 오빠한테 정말 미안하대.…."
"에이. 그게 뭐라고 난 벌써 잊었어. S형 전화번호 있어? 내가 전화해 볼게."
"여보세요. S형? 잘 지내요?"
"미안하다. 그때 내가 널 도와주지 못한 게 너무너무 후회돼. 미안하다. 미안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S형의 말소리에는 물기가 듬뿍 묻어 있었다.
"에이~ 형. 난 이미 다 잊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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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꿈에 그가 나왔다. 그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의 눈을 바라보고 그를 두 팔로 안았다. 그도 울고 나도 울었다. 아니 펑펑 물을 쏟아내고 쏟아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함께 울었다. 가슴에서 아랫배로 육중하게 굳어있던 응어리가 풀어져 강물처럼 흘러 내려갔다. 내가 딛고 있는 바닥으로 또 바닥으로. 흐르고 흘러 지구의 심장에라도 가서 닿을 것처럼.
그를 용서했다고 생각했다. 맞다. 그는 용서했다. 이미 오래전에. 그럼에도 당시 나를 지키지 못한 나를 용서해주지는 못했다. 고작 이십 대 중후반이었을 대학생 나를 용서해주질 못했다. 그에게 맞은 것보다, 맞은 것이 분해 되갚아줄 복수심보다 병원비 돈 걱정을 먼저 해야 했을 이십 대 중후반의 나를. 그를 한 대도 때리지 않아서 그나마 병원비를 받을 수 있었다고 자위(自慰)하며, 세상만사 논리를 핑계로 지껄였던 나를.
그랬다. 꿈에서 그를 가장한 ‘나’와 만났다. 한 대 때려줄까 고민도 잠시였다. 주춤거리는 그를 다가가서 안았다. 그렇게 둘은 하나가 되었고, 함께 울었다. 세상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울음을 울었다.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무는 그런 울음이었다. 시원하고 상쾌한 마음이 새록새록 봄꽃처럼 피어오를 때까지.